[성균중국의 窓] 中 대학에 부는 ‘젊은 간부’ 바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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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갑용 성균중국연구소 연구실장(정치학 박사)
입력 2017-08-24 13: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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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갑용 성균중국연구소 연구실장]

1980년 12월 25일 덩샤오핑(鄧小平)은 중앙공작회의(中央工作會議)를 주재하는 자리에서 사회주의 길을 견지한다는 전제 아래 간부들의 ‘혁명화(革命化)’, ‘연소화(年輕化)’, ‘지식화(知識化)’, ‘전문화(專業化)’를 신시기 당 간부 정책의 지도 방침으로 제시했다.

개혁·개방 전 시기에 걸쳐서 이러한 지도 방침은 매우 중시됐다. 1982년 9월 중국공산당 12대가 열렸다. 12대에서는 348명의 중앙위원과 중앙후보위원이 선발됐다.

당시 연소화 방침에 따라 50대 이하 중앙위원과 40대 이하 중앙후보위원이 중앙위원회에 진입했다. 16대와 17대 총서기 겸 국가주석을 역임한 후진타오(胡錦濤)는 당시 39세로 간쑤성(甘肅省) 건설위원회 부주임이었다. 후진타오도 연소화 방침에 따라 12대에서 중앙후보위원에 진입했다.

이처럼 1978년 사회주의 현대화 국가전략을 확정한 이후 중국 간부 정책은 전문적인 식견을 갖춘 젊은 간부들을 발굴, 현장에 배치했다. 이를 통해 경험을 쌓고 성과를 평가해 과감하게 승진 이동시키는 관행을 만들어냈다. 사실상 이때부터 간부의 연소화는 당과 국가가 장기간 견지해야 하는 일종의 기본 방침으로 정착됐다.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도 간부 연소화 기본 방침의 적지 않은 혜택을 받았다. 만 29세가 되기 전 허베이성(河北省) 정딩현(正定縣)의 부서기에 보임됐다. 만 30세가 된 1983년 하반기에는 정딩현 현위원회 서기에 올랐다. 당시 정딩현 역사상 가장 젊은 서기였다.

예컨대 1995년 6월 30일 당중앙 조직부가 주최한 전국 100명의 우수 현위원회 서기 표창식에 참가한 서기 평균 연령이 50세인 점을 감안한다면 만 30세에 현위원회 서기를 맡는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1995년 당시에도 초임 현위원회 서기 평균 연령은 38.5세였고, 최연소 현위원회 서기는 32세였다.

2009년 3월 30일 당시 국가부주석을 맡고 있던 시진핑은 ‘전국 젊은 간부 배양과 선발 공작 좌담회’에서 “젊은 간부의 배양과 선발이 장기간 나라가 태평하고 사회 질서와 생활이 안정되는(長治久安) 일과 관련돼 있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2013년 6월에 열린 전국조직회의에서도 젊은 간부 배양과 선발 업무를 더욱 강화하고 개선할 것을 주문하기도 했다. 시진핑에게도 당과 국가의 미래와 관련해 젊은 간부의 등용은 매우 중요한 고려사항이었던 셈이다.

최근 1979년생으로 38세인 천바오젠(陳寶劍)이 베이징(北京)대학 부총장에 기용됐다. 천바오젠이 베이징대학 총장단 ‘1정 7부(一正七副)’ 가운데 일곱 번째 베이징대학 최연소 부총장에 임용된 것이다.

천바오젠은 베이징대학 박사를 졸업한 후 바로 부연구원을 거쳐 총장 비서, 정책법규연구실 주임, 당위원회 정책연구실 주임 등 교내 당정 직위를 두루 경험하고 있다. 29세에는 ‘베이징 대학 우수 지도원(輔導員)’ 칭호를 획득했다.

젊은 나이에 학과 교수와 베이징대학 부동산 관리부 부장, 발전기획부 부장 등 교내 교직을 경험하는 등 연구와 행정을 겸임하고 있고 우수 신입생 유치에 나서 성과를 내기도 했다.

대학에 불고 있는 젊은 지도자 흐름이 비단 베이징대학에만 국한되는 것은 아니다. 칭화(清華)대학도 ‘75후’인 궈융(過勇)을 교내 지도자급인 당위원회 부서기로 지명, 공시했다.

궈융 역시 1977년생으로 칭화대학 대학원생회 주석, 학생공작부 부장 등 교내 여러 보직을 두루 경험했다. 이 외에도 전국적으로 ‘985’ 대학과 ‘211’ 대학 가운데 이른바 ‘70후’에 해당하는 젊은 대학 지도자들이 계속 발굴, 임용되고 있다.

중국과기(中科)대학 상무부교장 판젠웨이(潘建偉, 1970년생)를 비롯해 △상하이교통(上海交通)대학 당위원회 부서기 주젠(朱健, 1975년생) △우한(武漢)대학 당위원회 부서기 선좡하이(沈壯海, 1971년생) △중국인민(中國人民)대학 부총장 류위안춘(劉元春, 1972년생) △푸단(復旦)대학 당위원회 부서기 인둥메이(尹冬梅, 1973년생) △시안교통(西安交通)대학 당위원회 부서기 궁후이(宮輝, 1973년생) 등이 그들이다.

대학에 젊은 지도자들이 등장하면서 대학 사회가 활력이 넘치고 역동적인 대학 사회 변화를 이끌어 간다는 기대감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특히 젊은 대학 지도자들은 당정 고위관료로 가는 첩경이기도 하다. 산시(陝西)성 부서기 겸 성장을 맡고 있는 후허핑(胡和平)은 칭화대학 당위원회 서기와 저장(浙江)성 조직부장을 거쳐 지방 행정 수장을 맡고 있다.

현 베이징시 부서기 겸 대리 시장을 맡고 있는 천지닝(陳吉寧)도 칭화대학 총장을 거쳐 환경보호부 부장, 베이징시 시장 입성을 앞두고 있다.

이처럼 대학 행정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젊은 대학 지도자들은 당정 요직으로 가는 길목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하게 되는 점을 부인할 수 없다.

하지만 젊은 지도자들의 등장이 긍정적인 면만 있는 것은 아니다. 일천한 경험과 인적 네트워킹에 있어 취약한 점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국사회가 제시하고 있는 간부 정책의 연소화는 당과 국가의 기본 방침으로 계속 강조될 것으로 보인다. 젊은 간부의 배양과 양성이 중국 엘리트 정치의 근간이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내부 성원들의 조화와 합의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지금 그러한 내부 합의의 과정이 대학 사회를 필두로 서서히 진행되고 있다. 명분을 바탕에 둔 합의를 중시하는 중국정치의 실험이 대학에서도 활발해지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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