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수교 25주년] 사드 역풍에 된서리...'韓流'가 '寒流'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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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근정 기자
입력 2017-08-23 1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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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별그대' 치맥 열풍 등 한류 최고조서 사드 된서리...'도깨비' 인기 높은데 돈 못 벌어

  • 드라마 '질투'로 시작한 중국행, '사랑이 뭐길래'로 한류 탄생

  • 한국 문화 담긴 '대장금'이 한류 저변 확대, 한류 수익모델 구축

  • 드라마 방영 제재 위기가 콘텐츠 다양화 기회되기도

[사진 출처: tvN ‘도깨비’ 동영상 캡처]


“한국에 가서 치맥(치킨과 맥주)을!” 김수현과 전지현의 ‘별에서 온 그대’는 중국에 ‘치맥’ 열풍을 불러왔다. 송송(송중기·송혜교) 커플의 ‘태양의 후예’는 동영상 스트리밍 사이트 아이치이에서 누적 45억 뷰를 기록하며 대히트를 쳤다. 이와 함께 한국 화장품, 패션, 관광업계도 즐거운 비명을 질렀다.

인기스타 공유·김고은이 열연한 ‘도깨비’도 탄탄한 시나리오, 색다른 소재와 감각적인 영상으로 중국에서 큰 인기를 끌었다. 여기까지는 똑같다. 그러나 도깨비는 합법적으로 방영되지 못했고, 제작진과 출연진은 중국에서 한 푼도 벌지 못했다. 한류 스타가 빠지지 않았던 올해 상하이국제영화제에는 한국 연예인은 물론 한국 영화조차 없었다.

순식간에 많은 것이 달라졌다. 우리는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에 따른 보복이라 했고, 중국은 양국 문화교류를 중시하나 ‘민심’은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이다.

지난 25년간 한·중 대중문화 교류가 탄탄대로를 걸어온 것은 아니다. 시작도 어려웠지만 위기가 있었고 극복했고 계속 더 나은 길을 찾고 있다. 변곡점을 맞은 현재 지난 25년간의 한류 변천사를 돌아보는 것은 새로운 미래를 열어가는 데 의미가 있다. 

◆ 드라마 '질투'로 시작, ‘사랑이 뭐길래’로 탄생한 한류
 

 

한류의 주역은 역시 TV 드라마다. '사랑이뭐길래'가 대히트를 치고 '가을동화' 등이 인기를 얻으며 한류가 시작됐다. [사진=바이두]

 

처음부터 중국에 한류가 있었던 것은 아니다. 중국 진출의 물꼬를 트고 입지를 다진 일등공신은 ‘드라마’다. 한국 드라마의 인기가 영화, 연예인, K-팝 등에 대한 관심을 키웠고 이후 관광, 화장품, 패션 등 한국 제품으로 범위를 확대했다.

시작은 1993년 최진실·최수종 주연의 청춘 드라마 ‘질투’였다. 하지만 중국 시청자가 한국 드라마에 사로잡힌 것은 1997년의 일이다. 최민수·하희라 주연의 ‘사랑이 뭐길래’가 문화적 동질성과 한국 특유의 정서 등으로 대륙 공략에 성공한 것.

가부장적인 구세대와 신세대의 갈등을 담아낸 사랑이 뭐길래는 당시 시청률 4.2%로 CCTV 수입 드라마 시청률 2위에 올랐다. 높은 인기에 1998년 재방송되기도 했다. 그렇게 ‘한류’가 탄생했다.

2000년 '인어아가씨’가 인기를 끌고, 꽃미남·미녀를 내세운 ‘가을동화’가 송승헌·송혜교·원빈 등 한류 스타를 배출하며 기세를 키웠다. HOT가 중국 공연을 하는 등 1세대 아이돌의 진출도 시작됐다.

◆ "신데렐라 지겹다" 커지는 ‘불만’, 한류 저변 확대한 ‘대장금’

 

한국 드라마의 뻔한 스토리에 중국 시청자들이 싫증을 낼 무렵 '대장금'이 등장해 한류의 저변을 확대했다. [사진=대장금]

 

[사진=별에서 온 그대]


2007년까지 한류 스타를 내세운 최루성 러브 스토리 위주 드라마의 중국행이 이어졌다. ‘천국의 계단’, ‘겨울연가’, ‘풀하우스’, ‘파리의 연인’, ‘내 이름은 김삼순’ 등 셀 수 없다. 이와 함께 재벌 남성과 평범한 여성의 뻔한 신데렐라 스토리, 비슷한 전개에 중국 시청자들은 염증을 느꼈고 불만도 커졌다.

이때 한국 문화가 녹아 있는 탄탄한 스토리로 대륙을 사로잡은 대작이 등장했고 흐름을 완전히 바꿨다. 이영애 주연의 사극 ‘대장금’이다. 대장금은 한류의 범위를 문화 전반으로 확장시키고 한국 관광은 물론 한국산 제품에 대한 관심을 키워 한류의 수익 모델을 만들었다.

한류의 기세가 거세지자 중국은 제재에 나섰고 위기가 찾아왔다. 중국 국가신문출판광전총국이 2006년 한국 등 해외 드라마 방영을 제한했고 이에 따라 2006년부터 2012년까지 한국 드라마의 인기는 주춤했다. 중국 언론은 '한류(韓流)'가 '한류(寒流)'가 됐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위기는 다시 기회로 이어졌다. 드라마가 움츠러들자 관심은 예능 프로그램, k-팝 등으로 확장됐고 한류 콘텐츠는 풍부해졌다. 2012년 SBS '런닝맨', MBC ‘아빠 어디가’ 등 예능이 중국에 수출됐고 인기몰이가 시작됐다.

2013년 ‘상속자들’이 동영상 스트리밍 사이트 등을 통해 대박을 치며 드라마가 살아났고 ‘별에서 온 그대’, ‘태양의 후예’가 한류를 최고조로 끌어올렸다. 관광객이 밀려오고 한국 제품 인기가 치솟았으며 차이나머니도 몰려왔다.

◆ ‘공짜’로 韓 콘텐츠 소비, 관련업계도 ‘흔들’··· 활로는
 

한국 '윤식당'의 표절 의혹을 받고 있는 중국 예능 프로그램 '중찬팅(중국식당)'의 홍보 포스터. [사진=중찬팅]

 

중국판 런닝맨 '달려라, 형제'는 최근 프로그래명을 '계속 달려라'로 바꿔 방송을 이어가고 있다. [중국판 런닝맨]


현재는 다시 위기다. 길은 막혔고, 중국은 대놓고 ‘베끼기’ 시작했다. 한국 케이블 방송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윤식당’, ‘효리네 민박’ 등과 쌍둥이 같은 예능 프로그램이 중국에 등장했다. 판권계약을 통해 방영했던 런닝맨 중국판 ‘달려라 형제’는 최근 제목을 ‘계속 달려라(奔跑吧)’로 바꾸고 자체 프로로 탈바꿈해 방송을 이어가고 있다. 

한류가 식으며 직격탄을 맞은 것은 관광업계다. 올 상반기 롯데호텔은 900억원 적자를 기록했다. 지난해 쏟아지는 유커(중국인 관광객)로 1587억원 흑자를 보인 것과 상반된다. 롯데 면세점 매출·순익도 전년 동기 대비 각각 5.3%, 96.8% 급감했다. 중국 내 한국 상점도 위기라고 인민일보 해외판은 21일 보도했다. 베이징 내 한식당 매출이 올 들어 30~70% 감소했고, 손님 중 중국인은 찾아보기 힘들다고 전했다.

중국에 매달리기보다 동남아 등으로 시장을 확대·다원화하고 콘텐츠 경쟁력을 키워 지속가능한 한류를 위해 노력할 때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특히 콘텐츠 경쟁력 제고로 수요를 끌어내는 것이 중요하다는 게 시장의 의견이다.

한국 드라마에 염증을 느낀 중국 시청자가 신선한 소재와 시도에 다시 마음을 열었던 과거가 이를 뒷받침한다. 한국문화산업교류재단이 지난해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2015년 중국인 30%가 영화, 드라마 등 한국 콘텐츠 이용량을 전년 대비 늘렸고, 한류에 거부 반응을 보였던 중국인도 2012년 2월 11.8%에서 2015년 5.5%로 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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