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하한담 冬夏閑談, 남현희칼럼] 내 꿈은 내가 꾸는 것, 내 꿈을 남이 꾸어주진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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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현희 ​전통문화연구회 고전번역원 번역실장
입력 2017-08-23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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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남현희 전통문화연구회 고전번역원 번역실장]


동하한담 冬夏閑談


내 꿈은 내가 꾸는 것, 내 꿈을 남이 꾸어주진 않는다.

我夢我夢 人不我夢(아몽아몽 인불아몽) - 박지원(朴趾源)
‘나의 꿈’을 뜻하는 ‘아몽(我夢)’이 여덟 글자로 된 짤막한 문장에서 세 번이나 반복해서 나온다. 특히 앞 구절의 ‘아몽아몽(我夢我夢)’은 표현도 맛깔스럽고 발음도 감성적이다. 아몽(我夢) 두 글자가 반복되는 단순한 문장이지만, 여기에 담긴 의미는 심장하다. 한문 문장의 한 묘미라 할 것이다. 두 개의 ‘몽(夢)’은 품사도 다르다. 앞의 ‘몽(夢)’은 동사인 ‘꿈꾸다’이고, 뒤의 ‘몽(夢)’은 명사인 ‘꿈’이다. 그래서 “내 꿈은 내가 꾼다”로 번역된다.
잠을 자면서 꾸는 꿈이든, 미래의 소망을 담은 꿈이든, 꿈이란 내가 꾸어야 좋든 나쁘든 내게 의미가 있다. 남이 흉몽을 꾸었다거나 길몽을 꾸었다 하여, 내가 두려움에 오싹하며 떨거나 좋은 일이 생길 거라 기대하지 않는다. 남이 아무리 장밋빛 미래를 꿈꾸며 한껏 들떠 있어도, 나까지 덩달아 그 꿈에 들떠 흥분하지는 않는다. 그런 꿈들은 그저 ‘강 건너의 불’이나 다름없기 때문이다.
우리가 꿈을 가지는 건 나의 오늘보다 더 나은 나의 내일을 기대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가 없는 남의 꿈은 나에게 장밋빛 희망을 주지도 못하고, 고단하고 팍팍한 삶에 위안이 되지도 못한다. 꿈을 실현하기 위한 노력도 당연히 하지 않는다. 꿈만 그런 게 아니다. 남이 노력하여 성취한 그 어떤 것도 결코 내 것이 되지 못한다. 남이 먹은 밥은 나의 배를 채워주지 못하고, 남이 마신 술은 나를 취하게 하지 못하며, 남이 한 공부는 나의 지식을 넓혀주지 못하고, 남이 번 돈은 나를 부유하게 하지 못한다.
꿈이란 우리의 인생에서 설정한 하나의 목표라 하겠다. 그렇다면 ‘꿈을 꾼다’는 것은 목표의 실현을 위해 분투(奮鬪)하는 과정인 셈이다. 그 분투가 있기에 비록 꿈이 이루어지지 못한다 해도 나는 한층 더 성장하게 되고, 그 분투들이 모이고 모여서 우리 사회는 역동적으로 발전하게 된다.
삼포세대, 오포세대, N포세대 하면서 수많은 것을 포기해야 하는 암울한 현실이 앞에 있지만, 꿈마저 포기하는 일은 없기를 소망한다. 아무리 작고 소박한 꿈이라도 꿈이 있다면, 그 꿈은 삶의 동력이 되어 나를 지탱해줄 것이라 믿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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