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필리핀 페소는 달러당 51페소 초반대를 기록, 11년래 최저수준에 머물고 있다. 페소화 가치는 지난해 6월 이후 9% 넘게 떨어졌다. 두테르테 대통령이 당선되고 두달간 올랐다가 8월 이후 급락했다.
전문가들은 페소화 약세 이유를 "마약 전쟁 등 정치적 잡음이 커지면서 화폐에 대한 투자 심리 변동성이 커졌다"고 분석했다. 두테르테 대통령은 마약 범죄와의 전쟁을 선포하고 소탕전을 벌여왔다. 13개월째로 접어든 마약전쟁으로 약 9000여명이 숨진 것으로 추정된다. 최근 마약 소지 혐의를 받은 10대 고교생이 단속 경찰이 쓴 총에 맞아 숨지면서 두테르테 대통령에 대한 비난 여론도 거세지고 있다.
필리핀은 페소화 약세로 15년만에 경상적자를 냈다. 지난 5월 무역수지 적자 규모는 23억200만달러로, 자료 조사가 시작된 1980년 이후 최대치다. 또 연초 이후 경상수지 적자는 6억 달러를 기록했고 내년에는 16억 달러의 적자를 낼 것으로 전망됐다. 페소가치의 하락은 정부가 밀어붙이는 인프라 정책에 따른 자본 수입액을 늘린다. 정부는 2020년까지 경제 성장을 위해 7조 페소(1364억 달러) 가량의 자본이 유출될 것으로 예상했다.
또한 환율 상승은 수입 가치를 늘리고 인플레이션을 유발시킬 수 있다. 필리핀중앙은행(BSP)의 네스토 에스페닐라 총재는 "수입 증가는 경제 성장의 요구 때문에 정당화되지만 인프라 건설에 필요한 원자재, 상품 시장에선 통하진 않는다"고 설명했다. 에스페닐라 총재는 필리핀이 인프라 투자 재원 확보에 주력하지 않아 적자를 발생시킨다고 강조했다.
최근 필리핀의 총 수입량은 증가했으나 철·강 등 원자재 선박 거래는 정부의 인프라 정책도 불구하고 둔화되고 있다. 때문에 건설산업의 성장이 더뎌지고 있다. 지난 2분기 민간 건설은 4.7% 확장을 기록했다. 이는 2015년 3분기 이후 최저 수치다. 정부의 자본지출이 빨라지면서 올해 인프라 확장에 관해서 리스크를 수반할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현 정권은 베니그노 아키노 정권에서 인프라 지출이 적어서 경제 성장을 타격을 줬다고 비난했다. 그러나 두테르테 정권에서 인프라 지출에 대한 속도는 개선되지 않고 있다. 올해 상반기까지 자본 지출은 연 9% 상승, 지난 2011년 이후 최저 수준이다.
◆정치 불확실성에 페소화 가치 약세 전망··· 통화변동성↑·인프라 차질 우려
네스토 에스페닐라 총재는 "페소 환율이 시장에 따라 결정되기 때문에 동요하는 것이 당연하다"며 "한반도 긴장고조 등 외부 리스크로 인해 조정을 받았다"고 말했다. 또한 "경제 펀더멘털이 견고하기 때문에 페소화 가치가 급락하지 않을 것"이라며 "환율이 과도하게 변동하면 중앙은행이 전략적으로 개입할 수 있다"고 전했다. 다행히 필리핀의 신용등급은 괜찮은 편이라 리스크가 높진 않은 편이다. 국제신용평가사인 피치는 지난 3월 필리핀에 대해 BBB-를 부여하고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S&P는 지난 4월 리스크를 대비할만한 충분한 준비금을 보유하고 있다며 BBB, 안정적인 전망을 부여했다.
BSP는 통화 변동성을 관리하기 위해 미국 달러를 팔 수 있다고 전했다. 그러나 외환보유고가 줄면 정부가 인프라 계획을 실행하는데 차질을 빚는다. 자금을 신속하게 조달하지 못하는 프로세스도 문제다. 정부는 조달 병목현상을 해소하고 공공기금을 적절하게 지출하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파이낸셜타임스는 전했다. 사회간접 자본지출이 떨어지지 않기 위해선 관련 법안도 정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당분간 페소화는 약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됐다. 필리핀의 대외 건전성이 악화된데다 해외 자금에 대한 의존도도 높아졌기 때문이다. 또한 마약전쟁을 비롯해 계엄령 등 정치적 불확실성이 가중될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두테르테 대통령은 지난 5월 극단주의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의 추종 반군 마우테가 민다나오 섬의 마라위 시를 점령하자 계엄령을 선포했다. 그는 IS 세력의 뿌리를 뽑겠다는 의지를 보이며 계엄령 연장을 요구했었다. 애널리스트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페소 값의 연말 전망치 중간값은 달러대비 50.8페소로 현재보다 1.2% 하락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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