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계 농업산업 판도를 뒤흔들 수 있는 두 공룡기업의 합병에 제동이 걸렸다. 유럽연합(EU)가 독일의 화학·제약 업체인 바이엘이 몬산토를 인수하는기로 한 합병이 시장의 불공정경쟁의 우려가 있다면서 면밀한 조사에 착수하기로 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외신이 22일(이하 현지시간) 보도했다.
유럽연합 집행위원회 (European Commission)는 6조원이 넘는 규모의 이번 합병이 이미 낮은 곡물 가격으로 고통받고 있는 농가에 더 큰 부담을 지울 수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고 밝혔다고 신문은 전했다. 바이엘은 사람과 동물 의약품, 플라스틱 원자재, 농약, 종자를 만드는 대규모 다국적기업이며, 몬산토는 유전자조직 씨앗, 유전자 조작 형질으로 유명한 미국 농업기업이다.
바이엘과 몬산토는 지난해 9월에 합병을 발표했으며, 연내 인수협상을 마무리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그러나 유럽연합이 오는 1월까지 조사를 마치겠다고 밝힌 상황에서 합병은 미뤄질 수 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규제 당국은 당초 발표보다 더 길게 조사에 착수하는 경우도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당초 양 기업의 합병은 전세계 농업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가 지속돼 왔다. EU 규제당국은 합병이 성사될 경우 독과점 시장이 형성되면서, 가격상승, 상품 질 하락, 혁신 부재 등의 문제가 나타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바이엘과 몬산토는 규제당국의 우려를 해소 방안을 지난 달 제출했지만 불충분하다는 진단을 받았다고 FT는 보도했다.
유럽의 조사와는 별개로 미국 규제당국의 조사도 진행 중이다. 바이엘은 올해초 미국 법무부로부터 조사와 관련된 정보 제공 요청을 받았다고 밝혔다고 WSJ은 전했다.
그동안 바이엘과 몬산토은 이번 합병이 새로운 화학약품과 종자 개발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며, 농가의 생산능력을 더욱 늘리고 기업들의 비용을 줄인은 데 공헌할 수 있다고 주장해왔다. 그러나 미국의 농업 관련 기업들과 일부 정치인들은 이번 합병의 허가는 시장의 독과점을 심화시키고 농가의 비용 부담을 키우면서, 결과적으로 소비자의 부담이 더욱 커질 수 있다고 주장하면서 합병 반대 주장을 펼쳐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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