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존 은행권 관행에 혁신의 바람을 불러온 인터넷전문은행이 태생적 한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비대면 서비스로 4차 산업혁명에 한 발 가까워 지기는 했지만, 불가피하게 금융소외계층을 낳는 것은 물론 정부가 강조하는 중소기업 지원 등은 사실상 불가능한 상황이다.
23일 국회와 금융권에 따르면 카카오뱅크가 영업을 시작한 지난달 27일부터 이달 3일까지 계좌를 개설한 60세 이상 가입자 비중은 1.6%(3만512개)에 불과했다.
총 187만6495개의 신규 계좌 중에 30대 고객 계좌가 37.5%인 70만3308개로 가장 많았다. 이어 20대 28.2%, 40대 23.2.%, 50대(8.2%), 20세 미만(1.3%)의 순이었다.
케이뱅크도 지난 4월 영업 개시 후 이달 6일까지 60세 이상의 예금 계좌 비중이 전체의 2.3%에 그쳤다. 역시 30대가 가장 많은 39.0%를 차지했다.
인터넷은행의 특성상 고객층이 모바일 사용에 익숙한 20~30대에 집중돼 있는 것이다. 이는 고령층에 대한 차별이라는 지적이다. 간편한 서비스와 시중은행보다 유리한 금리를 누릴 수 없기 때문이다.
박용진 의원은 "전화 상담 등 정보기술(IT) 취약계층을 위한 서비스에 불편함이 없도록 힘써야 한다"고 말했다.
다른 시각도 존재한다. 일정 수준 이상 기반을 다진 40대 이상은 오프라인 점포에서 충분한 대접을 받으려 한다는 분석이다. 새로운 환경에의 적응이 부담스럽고, 이미 만족할 만한 서비스를 받고 있다면 굳이 인터넷은행으로 넘어갈 필요가 없다는 판단이다.
은행권 관계자는 "인터넷은행이 고령층을 수용하지 못하는 데에는 여러 이유가 있다"며 "이는 앞으로 소매금융에 특화한 인터넷은행이 풀어가야 할 문제다"고 말했다.
인터넷은행은 기업금융이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에 소매금융의 양적, 질적 개선이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실제 비대면 구조에서는 기업 실사 등이 어렵고, 관련 인력을 보충하거나 감사팀 등을 꾸리는 데 한계가 있다고 인터넷은행들은 말한다. 한 관계자는 "일단 기업대출을 실행할 규모도 안 될 뿐더러 기업금융을 하려면 절차에 따른 팀을 구성해야 하는데 쉽지 않다"고 전했다.
심성훈 케이뱅크 대표가 최근 국회에서 열린 핀테크산업 정책토론회에서 은산분리 규제 완화를 주장하며 제시한 이유도 이와 같다. 심 대표는 "기업금융을 할 수 없는 시스템에서 대기업의 사금고화를 우려하지 않아도 된다"고 밝혔다.
구조상의 문제로 인터넷은행은 이번 정부에서 중요하게 여기는 중소기업 지원에도 힘을 보탤 수 없게 됐다. 시중은행이 신용보증기금이나 기술보증기금과 연계해 저리로 중소기업에 대출해주는 등의 역할을 수행할 수 없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예대 마진을 기본으로 하는 은행에서 기업금융의 비중이 큰데, 인터넷은행은 그 부문 진입장벽이 막혀 있는 상태다"며 "장기적으로도 기업금융은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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