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이르면 다음달 4조5000억달러에 달하는 자산축소를 예고하고 있는 가운데, 전세계적인 통화긴축의 움직임이 인도, 인도네시아, 필리핀 등 인프라 중심의 경제 성장을 꾀하는 개발도상국들에게 큰 타격을 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이들 국가는 중국을 모델로 사회기반시설에 대한 막대한 투자를 통해 경제성장을 꿈꾸고 있지만,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으로 재정 부담이 급증할 경우 곤란한 상황에 놓이게 될 수 있다고 블룸버그 비즈니스는 최근 보도했다.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는 이번 회계연도에만 도로, 철도 건설 등 기반시설 확충에 600억 달러를 투자했다. 필리핀의 로드리고 두테르테 대통령도 열시 국내총생산의 7%까지 인프라에 투자하겠다고 공언했다. 인도네시아의 조코 위도도 대통령은 지난 주 7000 킬로미터에 달하는 새로운 길과 4개의 신공항 건설을 약속했다.
블룸버그는 "이들 국가는 중국과는 다르게 산업기반 시설이 부족할 뿐만 아니라, 수출의 규모나 국내 저축의 규모가 충분치 않은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금리의 상승으로 외국투자금이 빠져나갈 경우 현재 진행되고 있거나, 계획된 공사 중 상당 부분이 좌초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특히 인프라 공사에 사용되는 중장비와 원료 등은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만큼 자국 통화 가치가 하락할 경우 수입물가를 올리면서 경제적 부담을 키울 수 있다. 이렇게 되면 재정적자의 폭도 단기간에 크게 늘어날 위험이 있다. 때문에 전문가들은 이들 경제상황을 살피면서 외국 투자금의 흐름에 주목해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최근 필리핀 페소의 폭락은 이런 징후 중 하나라고 블룸버그는 지적했다. 필리핀 정부는 급성장하는 국가에서는 수입이 늘어나면서 통화가치가 하락하는 것은 빈번한 일이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이같은 현상이 일시적인 것일 지는 지켜봐야 한다는 것이다. 인도네시아, 인도의 화폐 가치도 올 들어 약세를 보이고 있다.
싱가포르 소재 리서치업체 메이뱅크킴응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아시아 신흥시장에 인프라 투자를 늘일 경우 경상수지 적자폭은 확대되고, 외부 부채가 늘어날 수 밖에 없다"면서 "외부자금의 출처에 따라 일부 시장은 자금 조달에 있어 보다 큰 변동성에 직면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