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날 주한 중국대사관 주최로 서울의 한 호텔에서 열린 '한·중수교 25주년 기념 리셉션'에 중국은 추궈훙(邱國洪) 주한 중국대사를 비롯해 한국에 주재한 중국 외교부, 상무부 직원들이 모두 참석했다.
추 대사는 이날 축사에서 "한·중관계가 초심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추 대사는 “양국관계 25년의 역사와 성과를 돌아보고 앞으로의 양국 관계 발전을 내다보는 것은 양국 간 우호를 깊이하고 양국관계의 더 나은 발전을 위해 지혜와 힘을 모으는 데 중요한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추 대사는 한·중 관계가 어려움을 극복하고 발전해 나가기 위해서는 △초심을 잊지 말고 △정치적 상호신뢰를 공고히 하고 △공동의 이익을 확대하며 △ 한반도 평화와 안정을 수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 측은 임성남 외교부 1차관이 장관 대리 자격으로 행사에 참석했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다음달 초 예정된 문재인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을 앞두고 사전 조율차 이날 러시아로 떠나면서 임 차관이 강 장관 대리 자격으로 참석했다.
앞서 우리 외교부는 그동안 중국과의 외교 경색을 풀기 위한 차원에서 강 장관의 행사 참석을 적극적으로 검토했지만 왕이(王毅) 중국 외교부장의 우리 측 행사 참석이 불투명함에 따라 불참하기로 결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양국 외교장관이 없는 '초라한' 행사가 됐다.
한·중 양국이 사드 국면 속에서 과거보다는 축소된 기념행사를 하고는 있지만 곳곳에서 소통하려는 움직임이 엿보인다.
우선 눈에 띄는 점은 이날 주한 중국대사관 행사에 서주석 국방부 차관이 참석한 것이다.
최근 사드 발사대 추가배치로 한·중 간의 갈등이 격화된 상황에서 국방부 차관의 참석이 예사롭지 않다.
이에 대해 정부 당국자는 "주한중국대사관 측에서 각 부처에 초청장을 보낸 것으로 특별한 의미를 둘 필요는 없다"면서도 과거와 달리 국방부에서 차관급이 한·중수교 기념 행사에 참석한 것이 이례적이지 않냐는 기자의 물음에는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았다.
또 다른 외교부 관계자는 "한·중관계가 어려운 측면이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상호관계를 중시하기 때문에 양국 대사관 주최행사에 우리는 임 차관이, 중국에서는 장관급 인사가 방문함으로써 양국관계를 중시하는 분위기가 있다"며 "양국이 서로 관계를 중시하고 발전시킬 수밖에 없다는 인식 하에 최대한의 성의를 보여 행사를 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외교부 1차관이 장관을 대신해 참석하는 만큼 이날 주중 한국대사관 행사에는 완강(萬鋼) 중국인민정치협상회의(정협) 부주석이 중국 측 '주빈' 자격으로 참석했다.
중국 측이 한국을 홀대하지도, 특별 대우하지도 않은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완 부주석은 공산당 자문기구인 정협의 국가지도자급 인사로, 직위는 장관급보다 한 단계 높지만 한반도 비(非)전문가에다 비(非)공산당원·공학박사 출신으로 현재 과학기술부장(장관)을 역임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우리 측에서 정세균 국회의장과 장관급인 정의용 청와대 안보실장이 중국대사관 행사에 참석한 것도 주중 한국대사관 행사에 완강 부주석이 참석한 것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사드로 인한 한·중 갈등이 봉합되지 않아 공동행사를 치르지 못했지만 한·중 수교 25주년 행사를 상대국 고위 인사 참석 없이 진행하는 것 자체가 의미가 없다고 판단한 것으로도 해석된다.
앞서 지난 2012년 열린 한·중수교 20주년 행사에는 당시 부주석이던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 주석과 양제츠(杨洁篪) 외교부장, 왕자루이(王家瑞) 당 대외연락부장, 리자오싱(李肇星) 전 외교부장, 루하오(陸昊) 공청단 제1서기 등 당시 장·차관급 인사들이 대거 참석했다.
외교부 당국자는 "관례상 양측은 10년 주기 수교기념 행사를 더 성대하게 개최하는 경향이 있다"며 "앞서 지난 2007년 열린 한·중수교 15주년 기념 리셉션에도 뤄하오차이(羅豪才) 당시 정협 부주석이 참석한 전례가 있다"고 말했다.
리셉션과 기념식, 문화공연, 만찬 순으로 구성된 이날 행사에는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포함해 이세기 한중친선협회 회장 등 한국과 중국의 관련 귀빈 400여명이 참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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