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포커스] 여성 CEO들의 '성공 방정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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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창익 건설부동산부 부장
입력 2017-08-24 17: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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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性)의 경계는 애초부터 없었다. 사람들이 벽이 있다고 생각할 뿐이었다.

지난 6월부터 ‘금녀의 벽을 깬 디벨로퍼’란 주제로 시행업계에서 성공한 여성 최고경영자(CEO)들을 릴레이 인터뷰 해왔다. 그동안 김동신(44) 다우케이아이디 대표를 시작으로, 이윤숙(47) 하늘종합건설 대표, 유수경(42) ES개발 대표 등 세 번의 인터뷰이들을 만났다.

인터뷰를 시작하며 처음엔 이들에게 남성 CEO들과는 다른 성공 DNA가 있는지를 찾는 데 집중했다. 테스토스테론과 에스트로겐이 남성과 여성의 특징을 만들 듯 남성의 성공과는 다른 여성만의 성공 방정식이 존재할 것이라고 전제했고, 거의 확신했다.

인터뷰가 진행될 수록 이들이 남성의 성공 방식과는 차원이 다른 무엇을 가진 게 아니라 성공하려면 가야 하는 보편적인 길을 묵묵히 걸어왔다는 사실을 깨닫게 됐다. 이들은 성공한 여성 디벨로퍼가 아니라 그냥 성공한 디벨로퍼였던 것이다.

이들이 걸어온 보편적인 길의 첫 번째 계단은 ‘일을 즐긴다’는 사실이었다. 김동신 대표는 성공 비결을 묻는 질문에 너무나 당연하다는 표정으로 “재미있지 않아요?”라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새로운 프로젝트를 기획할 때면 흥분이 된다”고 했다. 미술을 좋아하는 이윤숙 대표는 모델하우스 유닛의 소품이나 인테리어를 직접 고르고 심지어 직접 만들기까지 했다. 이들과 인터뷰하고 식사하면서 보낸 대화의 시간에선 살아남기 위한 경쟁의 터널을 지나온 피로감 같은 건 엿볼 수 없었다. 성공의 열매가 굴곡의 과정을 잊게 한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이들이 한번도 넘어지지 않고 결승선을 통과했던 건 결코 아니었다.

두 번째 성공의 공식은 성공 지향이 아니라 네트워크 지향이란 점이다. 이들은 성공을 위해 동료나 사업 파트너를 희생시키지 않았다. 오히려 손해를 보더라도 관계를 먼저 생각했고, 그 결과 다소 돌아갔더라고 결승점에 다가설 수 있었다. 한중문예진흥원 이사장, 산림조합중앙회 이사 등 언뜻 시행사업과 관련이 없는 다양한 대외 활동에 참여하는 김동신 대표는 “아는 분들이 직을 제의할 경우 ‘내가 좀더 부지런 하면 되는 데, 할 수 있는 일이면 굳이 거절할 필요가 있나?’란 생각이 들어 대부분 수용하는 편”이라고 했다. 유수경 ES개발 대표는 “발주처의 일을 내 일같이 생각하며 처리한다”고 했다. 프로젝트매니저(PM) 업체 대표의 일은 아니지만 아는 교수에게 자문해 저수조의 크기를 줄여 발주처 비용을 수억원 줄여준 사례는 수주 프로젝트를 처리해야 할 일로만 생각했다면 나오기 힘든 결과다. 이윤숙 대표와 카페 메이커태호의 태호(38) 사장과의 지속적인 콜라보(협업) 관계는 지역 시행업계의 모범 사례로 회자된다. 이들은 오피스텔 개발을 하면서 1층 키테넌트(핵심 입점업체) 개발을 위해 손잡은 뒤 인테리어지원과 콘서트 등 이벤트 지원, 이를 통한 상가활성화 등의 수많은 상생 모델을 만들었다.

사업에는 이른바 융통성이 필요하다는 일반의 인식과는 달리 오히려 고지식하게 정면승부하는 점도 이들이 발주업체로부터 신뢰를 쌓는 기반이 됐다. 유수경 대표는 지방 곳곳의 농지와 임야를 용도변경해 물류센터를 지어야 하는 업무특성상 지방 중개업소 대표들을 많이 만난다. 24세에 처음 시행업무를 시작했을 때 중개업소 대표들의 눈에 그가 사업파트너로 보일리 만무했다. 유 대표가 그들을 사로잡은 건 물건에 대한 법률검토였다. 관련 법을 샅샅히 찾아 공부했고, 사업성이 있는 지 여부를 오히려 중개업소 사장들에게 알려줬다. 김동신 대표는 뚜렷한 이유 없이 인허가 절차가 지연되자 구청장을 찾아가 설득하기도 했다. 유수경 대표도 인허가 관련 문제가 생기자 관련 법을 꼼꼼히 검토한 뒤 구청 담당자 사무실을 문턱이 닳도록 찾아갔다. 한달 뒤엔 그 담당자가 의자를 내주었다고 한다.

허황된 목표를 갖지 않는 것도 이들의 공통점이다. 다우케이아이디와 하늘종건, ES개발의 매출은 모두 200억원 미만으로 상가 하나만 성공해도 수백억원의 매출이 가능한 시행업계에서 그리 큰 편은 아니다. 하지만 수십억원, 수백억원 규모의 시행에 성공한 대부분의 디벨로퍼가 꾸는 원대한(?) 꿈을 이들에게선 찾기 힘들다. 유수경 대표는 ‘아파트나 복합상가 개발에 뛰어들 계획이 없느냐’는 질문에 “잘할 수 있는 물류센터 개발에 집중하는 게 목표”라고 했다. 같은 질문을 받은 이윤숙 대표는 “복합개발의 구조를 공부하는 중인데 5년 정도 차근히 준비를 한뒤 생각을 해볼 계획”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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