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1심 선고] 삼성 '경영 암흑기' 현실로… 반도체·TV 등 주요 사업 차질 불가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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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진희 기자
입력 2017-08-25 15: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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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7일 오후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리는 결심 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호송차에서 내려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남궁진웅 기자, timeid@ajunews.com]


올 상반기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하고도 마냥 웃을 수 없었던 삼성의 '불안감'이 현실화하고 있다.

25일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합의 27부(김진동 부장판사)는 1심 선고 공판에서 이 부회장에게 징역 5년을 선고했다. 또 최지성 전 삼성 미래전략실장(부회장)과 장충기 전 미래전략실 차장(사장)에게 징역 4년을 선고했다. 

이로써 삼성은 '총수 공백 장기화'에 앞으로 3년 뒤, 5년 뒤 미래 경영을 위한 대비에 어려움을 겪을 전망이다.

◆이 부회장 경영공백 장기화...시장지배력 약화 조짐
앞서 이 부회장의 6개월 넘는 경영공백 기간 동안 삼성은 대규모 투자와 M&A(인수합병), 사장단 인사 등 '혁신'을 위한 움직임이 사실상 올스톱 됐다.

이로 인해 반도체, TV, 디스플레이 등 주요 사업 부문에 대한 삼성의 시장 지배력에 금이 가고 있다.

미국 퀄컴이 차세대 7나노 모바일 AP(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의 생산을 삼성전자 대신 대만 ‘TSMC’에 맡긴 게 대표적인 예다.

앞서 퀄컴은 세계 최초로 10나노 반도체 생산 공정을 확보했던 삼성전자에 자사의 모바일 AP 생산을 의뢰한 바 있다. 그러나 7나노 반도체 생산 공정의 경우 삼성전자가 TSMC보다 늦어져 수주 경쟁에서 밀리게 된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가 10나노 반도체 생산 공정이 당분간 대세가 될 것으로 판단하고 7나노 공정에 대한 투자를 늦추면서 경쟁력이 뒤처지게 됐다”며 “삼성전자가 신규 거래처를 확보하지 못하면 내년부터 공장 가동률이 급격히 떨어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삼성전자는 최근 급성장하고 있는 파운드리 시장에서도 변화에 뒤처지는 신세가 됐다.

삼성전자는 지난 6월 DS부문의 시스템LSI사업부 안에 있는 '파운드리사업팀'을 '파운드리사업부'로 승격시킨 것으로 전해졌다. 반면 경쟁사인 SK하이닉스는 올 초부터 파운드리 사업 부문의 분사를 준비해 7월부터 본격 가동에 들어갔다.

삼성전자 내부에서는 파운드리 사업 부문의 분사에 대해 지난해부터 논의됐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 부회장 구속 등으로 시스템이 붕괴되면서 뒤늦게 결정을 내리게 된 것으로 알려졌다.

◆경쟁사 맹추격 속 삼성은 제자리 걸음
수년간 세계 1위를 지켜왔던 TV시장에서도 주도권을 잃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IHS에 따르면 올해 1분기 대당 1500달러 이상 프리미엄 TV 시장에서 소니가 39.0%로 1위를 기록했다. 이어 LG전자(35.8%)와 삼성전자(13.2%)가 뒤를 이었다.

지난해 1분기에는 삼성전자가 39.5%를 차지하며 LG전자(17.7%)와 소니(17.5%)를 큰 차이로 앞섰다.

대당 2500달러 이상 초프리미엄TV 시장에서는 LG전자가 작년 1분기와 같은 40.8%의 점유율로 선두자리를 지켰다. 2위를 차지한 소니는 같은 기간 점유율(34.4%)을 9.8%포인트 올린 반면 삼성전자(11%)는 12.4%포인트 하락하며 3위에 머물렀다.

삼성디스플레이가 세계 1위를 점하고 있는 중소형 올레드(OLED) 시장에서도 경쟁사의 추격이 가속화되고 있다. LG디스플레이는 내년 생산능력이 월 3만5000장에서 5만장 사이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중국업체들도 공격적인 투자에 나서고 있다. BOE의 경우 중국 남서부 쓰촨성 등에 17조원 가량을 투자해 OLED 공장 건설에 나섰다. BOE의 중소형 OLED는 내년 후반부터 본격적인 양산이 시작될 것으로 전문가들은 관측하고 있다.

일본 재팬디스플레이는 현재 올레드 패널로만 구현할 수 있는 곡면화면을 대체할 수 있는 ‘휘어지는 LCD’ 기술개발을 완료했다고 최근 밝혔다. 이미 스마트폰업체들과 공급협상을 마무리했고, 이르면 내년부터 삼성디스플레이의 올레드를 대체할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하고 있다.

전자업계 관계자는 “삼성이 현재의 위기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혁신에 나서야 하지만 이 부회장의 공백 상태에서는 불가능할 것”며 “지난해 11월 미국의 전장부품 기업 하만 인수와 같은 대형 M&A를 통해 미래 혁신 동력을 확보했던 삼성전자가 올해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지 않는 것이 대표적인 예”라고 강조했다.

재계 관계자는 “삼성전자가 최근 호실적을 내며 안정적으로 성장하는 것으로 보일지 모르나 재계의 시각은 다르다”며 “미국, 중국 등 해외 경쟁업체들의 추격이 맹렬한 상황에서 삼성전자는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어 언제 따라잡힐지 모르는 상태”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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