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포스트] '왕'이 아닌 '갑'으로 돌아온 스타크래프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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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희강 기자
입력 2017-08-25 16: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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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요한·홍진호·최연성·이윤열."

1990년대 온라인PC 게임 '스타크래프트'를 해봤던 사람이라면 누구나 알고있는 친숙한 이름들입니다. '프로게이머'라는 새로운 장르를 개척한 이들은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 명성을 떨치며 지금의 e스포츠 시장을 이끈 주역으로 불립니다.

실시간 전략 시뮬레이션(RTS) 게임인 스타크래프트는 당시 'PC방'이라는 새로운 업종을 견인하는 첨병 역할도 했습니다. 당시 학생을 비롯해 어른들까지 삼삼오오 짝을 지어 PC방에 들어가 '한판 승부'를 펼치는 모습은 지극히도 흔한 광경이었습니다.

이처럼 한 시대를 풍미했던 스타크래프트가 19년만에 '리마스터'라는 이름으로 한국에 돌아오면서 팬들의 향수를 자극하고 있습니다. 단순히 이름만 바뀐것이 아닌, 4K UHD 해상도와 향상된 오디오·일부 신규 기능을 탑재한 매끈한 모습으로 말이지요. 무엇보다 우리나라에 리마스터를 먼저 출시하면서 스타크래프트의 종주국이라는 이미지도 각인시켰습니다.

리마스터는 이에 힘입어 15일 국내에서 출시된 후 현재까지 온라인PC방 사용률 순위 6위 자리를 지키면서 과거의 영광을 재현하기 위한 시동을 걸고 있습니다. 게임 업계에서도 리마스터를 통해 그간 침체된 국내 온라인게임 e스포츠 시장에 활력을 불어일으킬 수 있을 것이라는 관측을 내놓고 있습니다.

하지만 리마스터가 이중과금에 따른 '갑질' 논란에 휩싸이면서 국내 이용자들에게 외면을 받을 수도 있다는 우려도 높아지고 있습니다. 블리자드가 리마스터에 대해 PC방 점주로부터 시간당 250원에 달하는 별도요금제를 적용하겠다고 나섰기 때문입니다. PC방 점주 모임인 한국인터넷PC문화협회는 이에 대해 블리자드가 이중과금을 취하는 갑질 행위라고 제소한 상황입니다.

협회는 리마스터가 기존 스타크래프트에서 화질만 보정한 게임이라는 점에서 PC방에 정량 요금을 부과하는 것은 이중 과금에 불과하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이에 대해 블리자드는 리마스터가 명백히 새로운 게임이라고 주장하면서 이 같은 항변에 선을 그은 상태입니다.

뒤집어 생각하면 과거의 영광은 누리되, 새로운 게임으로 수익을 창출해 나가겠다는 의도로 풀이됩니다. PC방과 함께 스타크래프트를 전 세계에 알렸던 과거의 동지애는 사라진 채 말이지요. 스타크래프트의 종주국인 한국을 특별하게 생각한다는 블리자드의 말이 마케팅 수단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대목입니다.

스타크래프트는 19년전 한국에 프로게이머와 PC방을 유행시키면서 즐거움을 제공했던 게임입니다. 이 같은 추억을 안고 우리나라 앞에 다시 나타나면서 과거의 명성을 떨칠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달라진게 있다면 과거 낮은 자세로 관대함을 보였던 '왕'으로서의 위용은 온데간데없이 수익성에만 입각한 '갑'의 모습으로 돌아온 것만 빼고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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