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뱅크, 핀테크업체들이 해외송금 수수료를 시중은행의 10분의 1 수준으로 낮추자 기존 은행들도 '맞불'을 놨다. 가격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1만5000~2만원에 달하던 수수료를 최저 1000원으로 인하한 것이다. 일반 고객들은 지나친 '출혈 경쟁' 아니냐는 시선으로 바라보지만 실제로 은행에서는 큰 손해 없이 서비스를 운영 중이다.
우선 전체 순익에서 해외송금 수수료가 차지하는 비중이 매우 낮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은행의 전통 수익원은 이자 수익으로, 외환 수수료 수익은 전체의 5% 이하에 불과하다. 수수료를 대폭 인하하더라도 전체 순익에는 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여기에 해외송금 서비스는 전체 고객 중 극히 일부, 특히 고액자산가들이 주로 이용한다. 송금 목적의 대부분이 유학을 떠난 자녀의 등록금비와 생활비, 해외 부동산 투자 취득자금에 치중돼 있어 50대 이상의 자산가들을 끌어들이기 쉽다. 실제로 시중은행에서는 고액자산가들을 위해 투자자문 컨설팅과 유학설명회, 유학전담센터 등을 운영하며 차별화에 나서고 있다.
외국인 근로자의 자국 송금의 경우까지 포함하면 한 번에 송금할 때 큰 금액이 오가고, 금액이 커지면 수수료도 늘어나기 때문에 은행 입장에서는 수수료를 낮춰도 손해를 보지 않는 것이다.
카카오뱅크와 소액해외송금업체는 시중은행의 해외송금 서비스를 이용할 때 지점 방문이 필수적이어서 가격을 낮추더라도 큰 위협이 되지 않는다고 본다. 그러나 은행의 입장은 다르다. 최소 수백만원의 금액을 송금하는 고객의 입장에서는 대면 상담을 선호해 기존 신뢰도에 가격 경쟁력까지 갖춘 은행을 찾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자칫 송금 사고가 발생했을 때 이에 대한 피해 보상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은행권 관계자는 "카카오뱅크나 핀테크 업체를 통해 비대면 송금 서비스를 이용하면 쉽고 편하기 때문에 20~30대 고객을 중심으로 소액 송금을 할 때 적합하다"며 "기존 은행과 카카오뱅크의 마케팅 타깃군이 달라 수수료를 낮춰도 충분한 수익을 얻을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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