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흐름이라면 세계경제 호황에도 ‘나 홀로 부진’이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정부가 변수를 얼마나 줄이느냐에 달렸는데, 하반기에 쏟아지는 변수를 막기에는 역부족이다.
◆정체된 하반기 지표들…꽉 막힌 한국경제
5월 조기대선 이후 한국경제 상승의 기대감은 상당했다. 문재인 정부는 일자리 추가경정예산이 통과되자 곧바로 올해 3%대 성장률을 공식화했다. 여러 가지 지표 상승도 이런 희망가를 부르게 하기에 충분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8월 CCSI는 109.9로 전달보다 1.3포인트 떨어졌다. 지난 7개월 동안 기대치가 높아졌던 소비심리가 갑자기 하반기에 식어버린 것이다. 한국은행은 소비심리 하락 원인으로 북핵 문제를 꼽았다.
북핵 문제는 우리나라의 고질적 변수다. 이 변수를 극복하지 못하면 한국경제가 성장하기 어렵다. 정부는 매번 북핵 도발이 발생할 때마다 ‘학습효과’를 강조하지만 최근 분위기는 심상치 않다.
살충제 계란으로 시작된 먹거리 시장 불안도 하반기 경제를 위협하는 변수다. 살충제 계란 파동은 먹거리에 대한 불안감을 키우고 있다. 정부가 해결책 마련에 우왕좌왕하는 사이, 먹거리 시장 전반에 걸쳐 가격이 상승하는 등 총체적 난국이다.
정부는 추석 전까지 물가를 잡겠다는 복안이다. 그러나 천정부지로 치솟은 밥상물가가 추석 대목을 앞두고 안정세로 돌아설지는 지켜봐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8‧2 부동산대책 이후 집값엔 예상대로 한파가 닥쳤다. 한국은행이 1년 후 집값 전망을 물어본 주택가격전망(CSI)은 99로 16포인트 급락했다. 이는 한국은행이 CSI 통계를 내기 시작한 2013년 1월 이후 가장 큰 폭의 내림세다. 불황초기였던 2015년 12월(-11포인트)보다 더 심한 하향곡선인 셈이다.
◆부동산 의존도 낮추는 게 관건…세계경제 편승은 물음표
전문가들은 향후 한국경제에 심각한 악재는 없을 것이라는 진단을 내놓는다. 다만, 경제를 상승시킬만한 확실한 주체도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한국경제가 성장하기 위해서는 기존 방식으로는 어렵다는 의미다.
특히 부동산과 건설경기에 의존하는 내수시장 구조에서 탈피하지 않으면 잘 나가는 세계경제를 쫒아가지 못할 수 있다고 경고한다.
홍준표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현재 경제 성장의 상당 부분이 건설투자에 의존하는 불안한 성장 구조가 지속되고 있다”며 “향후 건설투자, 특히 부동산 경기에 의존적인 민간 부문 건축 경기 호조에 기대어 경기 회복을 도모할 경우의 부작용을 유념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홍 연구위원은 이어 “가계 부문의 건전성을 확보하기 위해 가계부채 리스크 관리에 주력해야 할 것”이라고 전제한 뒤 “다만, 현재 경제 성장 상당부분을 건설투자가 이끌고 있는 것을 감안한다면 건설 시장, 특히 부동산 시장이 급격히 침체되지 않게 하려는 노력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소비심리의 경우 농축수산물 가격 오름세에 따른 생활물가 상승 등으로 인해 서민경제 부담이 가중되고 민간소비가 위축될 가능성을 제시했다. 물가 안정을 위해서는 담합과 사재기 감시, 생필품 수입 규제 완화, 공공요금 인상 억제 등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홍 연구위원은 “원칙적으로 가격은 시장에서 결정되도록 하되, 담합이나 사재기와 같은 불공정 거래 행위로 소비자잉여가 제약받는 것을 철저히 감시해야 한다”며 “특정 생필품 가격이 과도하게 상승할 경우 수입물량을 증가시켜 서민생활 안정을 도모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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