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성현(24·KEB하나은행)이 또 기적 같은 역전 우승 드라마를 완성했다. 시원한 장타력에 쇼트게임도 일품이었다. 이젠 뒷심 불안증마저 완전히 떨쳐냈다. 박성현이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캐나다 퍼시픽 여자오픈(총상금 225만 달러) 우승을 차지했다.
박성현은 28일(한국시간) 캐나다 온타리오주 오타와 헌트&골프클럽(파71·6419야드)에서 열린 대회 최종 4라운드에서 보기 없이 버디만 7개를 몰아치며 7언더파 64타를 기록했다. 최종합계 13언더파 271타를 적어낸 박성현은 지난달 US여자오픈 이후 약 1개월 만에 시즌 2승째를 달성했다. 우승상금은 33만7500 달러(약 3억8000만원)다.
박성현은 이번 대회 3라운드까지만 해도 우승권과 거리가 멀었다. 선두에 4타 뒤진 공동 12위로 출발했다. 하지만 마지막 날 눈부신 몰아치기로 대역전 드라마를 써냈다.
3라운드까지 공동 선두였던 모 마틴(미국)과 니콜 라르센(덴마크)은 4라운드 초반 샷 난조로 우승 경쟁에서 조기 탈락했다. 박성현의 기세가 매서웠다. 3번과 6번 홀에서 버디를 잡아 추격에 발동을 건 뒤 8~10번 홀에서 3연속 버디로 11언더파를 만들어 단숨에 단독 선두로 올라섰다.
후반에서는 박성현과 전인지(23)의 한국인 맞대결이 펼쳐졌다. 챔피언조로 나선 전인지 역시 8~10번 홀 3연속 버디를 낚아 12언더파로 박성현을 1타 차로 따돌리며 게임을 단독 선두로 뒤집었다. 박성현은 14번과 15번 홀에서 버디 기회를 아쉽게 놓치며 타수를 줄이지 못한 사이 전인지가 12번홀에서 보기를 범해 둘은 공동 선두로 경쟁을 벌였다.
장타력을 앞세운 박성현은 16번 홀(파4)에서 깔끔한 4m 퍼트로 6번째 버디를 잡아 단독 선두로 다시 올라선 뒤 마지막 18번 홀(파5)에서 이글 퍼트를 홀 옆에 붙여 가볍게 우승 버디를 낚았다. 전인지는 마지막 홀에서 보기를 범해 공동 3위에 그쳤다.
박성현은 이 대회 우승으로 시즌 다승 부문 공동 2위에 이어 상금랭킹 부문에서도 1위(187만8615 달러)에 올랐다. 이미 사실상 신인상을 확보한 박성현의 ‘슈퍼 루키’다운 놀라운 성적표다.
박성현은 이번 대회에서 자신의 강점인 장타력을 마음껏 발휘했다. 13언더파 가운데 10언더파를 파5에서 만들어냈다. 4라운드 파5 4개 홀에선 모두 버디를 잡았고, 앞선 1~3라운드 파5에서도 버디 7개를 따내며 보기는 1개만 범했다. 박성현의 이번 대회 평균 드라이브 비거리는 267.88야드에 달했다.
박성현은 “오늘(최종일) 완벽한 경기를 했다. 실수가 없었고 모든 게 완벽했다”고 만족해 하며 “이 코스가 내 경기 스타일과 맞는 것 같아 자신감이 생겼고, 샷과 퍼트도 모두 잘 됐다. 완벽한 일주일이었다”고 우승 소감을 전했다.
미국 무대 데뷔 이후 뒷심이 약하다는 평가를 들었던 박성현은 US여자오픈 역전 우승에 이어 이 대회에서 다시 역전 드라마를 쓰며 이 같은 논란도 지웠다. 박성현은 “챔피언조가 아니라서 긴장하지 않고 더 편하게 경기를 한 것 같다”며 “올해 신인이다 보니 샷을 할 때 크게 걱정을 하지 않는다. 그저 자신 있게 할 뿐”이라고 웃었다.
박성현은 시즌 마지막 메이저대회인 에비앙 챔피언십을 앞두고 2주간 휴식에 들어간다. 박성현은 올랜도로 휴가를 떠날 계획도 세웠다. 박성현은 “‘아토(’선물‘의 순우리말)’라는 이름의 강아지가 있는데 못 본지 오래 됐다. 강아지와 놀아주면서 올랜도의 디즈니랜드도 한 번 가보고 싶다”며 “작년에 에비앙에서 준우승을 했기 때문에 우승이 욕심이 난다”고 의지를 드러냈다.
한편 이미림(27)은 11언더파 273타로 박성현에 2타 뒤진 단독 2위를 기록했고, 올해 준우승만 네 차례 차지한 전인지는 10언더파 274타로 공동 3위에 머물러 시즌 첫 우승 도전에 아쉽게 실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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