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의 ‘초슈퍼 예산’을 둘러싼 여의도 대첩의 막이 올랐다. 정부가 29일 429조원 규모의 내년도 예산을 심의·의결, 공은 국회로 넘어오게 됐다. 향후 일정은 ‘내달 1일 예산안 국회 제출→10월∼11월 국회 예산 심의→12월2일(법정시한) 예산안 처리’다.
갈 길은 멀다. 정부는 내년도 예산을 올해 대비 7.1% 증가(세출 기준)한 초슈퍼 예산을 편성했다. 앞서 공무원 등 공공부문 일자리 추가경정예산(추경)을 편성한 문재인 정부가 확장적 재정정책을 유지, ‘큰 정부·큰 예산’ 기조를 명확히 한 셈이다.
문제는 ‘세수 대박’에 근거한 재정 추계다. 자유한국당과 국민의당은 즉각 ‘복지 포퓰리즘 적자예산’, ‘지출소요 과소 추계’ 등의 표현으로 맹폭격을 가했다. 정부의 내년도 재정지출 증가율은 경상성장률 전망치(4.5%)보다 높다. ‘장밋빛 전망치’로 예산을 편성했다는 얘기다.
반면, 재정 건전성의 핵심 지표인 국가채무 비율은 올해(39.7%)와 비슷하다. 2021년까지 ‘39.9%→40.3%→40.4%’ 등 1%포인트 증가 수준에서 국가채무를 관리하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양립 불가인 재정 확대와 재정 건전성을 동시에 잡겠다는 것이다. 둘 중 하나가 펑크나면, 남은 카드는 사실상 ‘전면적 증세’ 외에는 없다. 이른바 ‘쩐의 저항’ 덫에 걸릴 수도 있다.
◆與 “소득주도성장 첫발” vs 野 “포퓰리즘·고무줄식 셈법”
문재인 정부의 첫 예산안에 대한 여야의 평가는 극과 극이었다. 집권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소득주도성장 첫발을 뗐다”고 치켜세운 반면, 한국당·국민의당 등 야당은 “무분별한 복지예산”, “고무줄식 재원 셈법”이라고 평가절하했다. 여소야대 국면에서 예산안 심사의 국회 험로를 예고한 대목이다.
민주당이 꼽은 정부 예산안의 특징은 △사회간접자본(SOC) 예산 등 물적 투자 감소 △일자리와 보육·교육 국가책임 등 소득주도성장 강화 △국방 예산 증가 △미세먼지 등 국민 생활안전 예산 증가 △누리과정 전액 지원 등 지방재정 확대다. 김태년 정책위의장은 “사람 중심으로 재정운영의 패러다임을 전환하는 예산안”이라고 주장했다.
야권의 입장도 확고하다. 한국당은 정부의 예산안에 대해 “현금살포·성장무시·포퓰리즘 예산”으로 규정했다. 김광림 정책위의장은 “미래부담이 눈덩이처럼 늘어나기 시작하는 예산”이라고 말했다.
복지예산이 올해 대비 12.9% 증가하며 처음으로 140조원을 돌파하는 데 따른 비판이다. 대표적인 의무지출인 복지예산은 재량지출과는 달리, 구조조정이 불가능하다. 내년도 총지출 대비 의무지출예산은 사상 처음으로 50%를 웃돌 전망이다.
◆산타클로스 선물 없다던 文정부, 되레 증세논란 자초
국민의당은 문재인 정부의 국정과제 지출 소요액은 애초 발표한 178조원보다 83조원 많은 261조원이라고 주장했다.
대표적인 과소 추계 재원으로는 △공무원 증원(정부 추계 8조2000억원 대 국민의당 17조8000억원) △장병봉급 최저임금 50% 인상(정부 추계 4조9000억원 대 국민의당 10조4000억원·이상 5년 기준) 등을 꼽았다. 여기에 국정과제에서 누락된 정책인 실업급여 보장성 강화 13조원과 문재인 케어 19조원 등이 53조원에 달한다는 것이다.
이용호 정책위의장은 “고무줄식 재원 셈법의 178조원으로는 산타클로스의 선물을 다 구입할 수 없다”며 “막대한 재원이 소요됨에도 ‘핀셋 증세’라는 프레임 정치로 정쟁만 불러일으키고 있다”고 비판했다.
예산안 심사와 ‘동전의 양면’인 법인세·소득세 증세인 세법 개정안을 둘러싼 전쟁의 복선으로 읽힌다. 이왕재 나라살림연구소 연구원장은 이날 통화에서 “예산안은 세법 개정안과 함께 논의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문재인식’ 부자 증세에 반대하는 야권이 빅딜에 나설지도 관전 포인트다.
정부의 증세가 관철되더라도 난제는 상존하다. 확장적 재정정책과 과도한 증세가 맞물릴 경우 두 마리 토끼를 잡기는커녕 ‘큰 정부·큰 예산’이 경제 선순환보다는 조세부담을 가중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저성장 국면에서 ‘일자리 감소→가계소득 감소→세수 감소→경기 침체’의 악순환이 나타날 수도 있다. 김대종 세종대 경영학과 교수는 “결국 답은 민간부문 활성화”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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