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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위, 5년간 8兆 조성 '미봉책'…구조조정 또 펀드로 해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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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운, 문지훈 기자
입력 2017-08-29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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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무용지물 자본확충 펀드 사실상 부활…정부의 안일한 발상 비판

  • 공공성격 짙은 기관…국민 노후자금 담보 투자에 불안감도

[그래픽=김효곤 기자]

매 정권마다 생겨났다 사라지는 '관치 펀드' 차단을 위해 지난 정부는 '신(新) 구조조정 펀드' 방안을 내놨다. 정부 관여를 최소화하고 펀드의 지배구조를 민간 중심으로 재편한 것이다. 관치로 인해 무용지물이 된 자본확충 펀드를 보완하겠다는 의지도 담겨있다.

하지만 펀드 문제를 또 다시 펀드로 해결하려는 정부 정책에 의문을 던지는 시선도 많다. 사회·경제 전반의 시스템과 맞물린 과제를 펀드 하나로 해결하겠다는 아이디어 자체가 안이하다는 지적이다.

◆자본시장 주체 … 5년동안 8조원 조성

금융위원회는 지난 4월 '신 기업구조조정 방안'을 발표했다. 앞으로 5년 동안 8조원 규모의 기업 구조조정 펀드를 조성한다는 내용이다. 정책금융기관 등이 4조원의 마중물 역할을 하고, 민간자금 4조원을 매칭 투자하는 방식으로 자금을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이 같은 방식이 실현되면 대우조선해양 구조조정을 둘러싸고 정부와 산업은행이 국민연금과 줄다리기하는 일은 앞으로 사라질 것으로 보인다.

사모펀드(PEF)가 은행에서 부실기업 채권을 인수해 경영 정상화를 하고, 이후 정상화된 기업을 매각해 이익을 얻는 방식이다. 기업 입장에선 신규자금을 지원받아 생존 기회를 얻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정부는 연말까지 2조원(정책금융기관 1조원, 민간 1조원) 규모의 펀드를 만든다는 계획이다.

당시 금융위는 "금융시장의 환경이 변하고 채권자 간 이해관계가 복잡해져 기업 구조조정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하는 게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며 "대규모 구조조정 부담이 국책은행에만 집중돼 국책은행 본연의 기능을 제대로 수행하기 어려운 문제점도 나타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신 구조조정 방안을 통해 채권 금융기관 중심의 현행 구조조정 제도를 개선하는 것과 함께 자본시장을 통한 구조조정, P플랜 활성화 등 기업 구조조정 방식을 다양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펀드에 목맨 정부 … 또다시 미봉책 되나

정부가 아닌 자본시장이 주체가 되는 방안은 '관치'를 차단한다는 점에서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하지만 또다시 정부가 펀드를 통해 사회‧경제적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것에 대한 불안한 시선이 많다.

실제로 박근혜 정부에서는 대우조선 사태 이후 국책은행 자본확충을 위한 목적으로 '국책은행 자본확충펀드'를 설립했다. 하지만 기재부‧금융위‧한은 등의 입장차이로 진통을 겪은 바 있다. 발권력 동원 논란으로 펀드는 사실상 무용지물이 됐다.

이로 인해 구조조정과 같은 사회‧경제 전반과 맞물린 문제를 펀드 하나로 해결하겠다는 정부의 안이한 정책이 뭇매를 맞았다. 즉 예산과 입법을 수반한 정책으로 다뤄야 할 문제를 펀드 하나 만들어놓고 해결하려는 정부의 생각은 사실상 탁상공론에 불과하다는 의미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금융위가 4월 내놓은 '신 구조조정 펀드'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박근혜 정부에서 석연찮은 이유로 구조조정 총괄 컨트롤타워 설립에 실패했고 경제부총리는 물론, 산업통상자원부·기획재정부 등의 적극적인 개입과 참여도 부족했다. 그러다보니 내놓은 고육책으로 민간 PEF가 구조조정 일선에 나서야 했다.

그러나 PEF는 태생적으로 고수익을 추구하는 투자자본, 즉 이익을 내기 위한 민간 금융회사에 불과할 뿐이다. 정책입안의 직접적인 도구로의 활용은 어렵다는 점이 간과됐다는 지적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조선·해운업이 돈이 되는 산업이라고 판단했다면 굳이 정부가 나서지 않아도 PEF들이 알아서 달려들어 자본을 투입하고 관련 기업들을 매입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일부 해외 사모펀드를 제외한 국내 PEF의 출자자는 대부분 국민연금·사학연금 및 주요 공제회 등 이른바 공공성격이 짙은 기관들이 거의 90%에 육박한다. 정부 시책에 호응하겠다고 '구조조정 산업'에 뛰어들었다가 손해라도 볼 경우 "국민의 노후대비 자금을 정부가 낭비했다"는 비난을 면할 수 없는 처지에 놓이게 된다는 점도 짚어봐야 할 문제다.

◆중장기적 정책 목표 설립이 중요

금융권과 산업계 관계자들은 새 정부에서만큼은 산적한 금융산업 과제를 처리하기 위해 관치펀드 같은 미봉책 대신, 중장기적인 정책목표와 이를 뒷받침할 실행력이 먼저라고 지적한다.

특히 시장 논리에 따라 퇴출 기업과 회생 기업을 엄밀히 분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지역경제 등에 미치는 영향, 즉 고용과 관련된 부분도 엄밀히 따져야 한다는 지적이다.

안동현 자본시장연구원장은 "결국 재원과 회생기업 선택에 대한 고민이 중요하다"며 "무게 중심을 시장 중심으로 갈 것인지, 아니면 고용과 관련된 사회 후생적 문제로 볼 지를 정해야 된다"고 말했다.

이어 "민간을 활용한 펀드도 좋은 방안이긴 하지만 새 정부는 구조조정이라는 사회‧경제적 과제를 면밀히 검토한 후 중장기적 정책을 펼쳐나가는 것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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