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김근정·윤세미 기자= 달러화의 하락 추세가 멈출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최근 워싱턴 정가의 혼란 속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추진하던 친성장 정책에 대한 기대감이 꺾이고 물가부진이 이어지며 연방준비제도(Fed)의 추가 금리인상 기대도 후퇴한 것이 달러 약세의 기본적인 원인으로 분석된다. 게다가 허리케인 '하비'로 인한 경제적 악재까지 불거지면서 달러가 하락 추세를 이어가고 있다.
AFP통신과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의 집계에 따르면 29일 유로·달러는 장중 1.2070달러를 기록하면서 2015년 1월 이후 최고점을 찍었다. 30일 아시아 시장에서 유로·달러는 고점 부근을 지키면서 1.1974달러에 거래되고 있다.
소시에테제너럴(SG)은 "자연재해는 말할 것도 없고 경제, 지정학, 사회, 정치 등 어떤 것도 달러 매수에 우호적인 요소가 없다"고 분석했다.
파이낸셜 타임스(FT)는 많은 애널리스트들이 '하비'에 따른 미국 경제성장률 여파는 일시적이거나 미미할 것으로 보고 있지만 연준이 연내 추가 금리인상 계획을 수정할 수 있다는 전망에 힘을 실어줘 국채 수익률과 달러를 함께 끌어내렸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연방기금(FF) 금리선물 시장은 12월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을 30% 수준으로 낮게 반영하고 있다.
반면 최근 유로 상승세는 놀랍다. 유로·달러는 연초 대비 14% 가까이 뛰었다. 유럽의 경제 회복세가 수년래 최고치로 개선된 데다 유럽중앙은행(ECB)이 연준을 따라 통화정책 긴축으로 선회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반영된 결과다.
게다가 지난주 잭슨홀 미팅에서 마리오 드라기 유럽중앙은행(ECB) 총재는 일각의 예상과 달리 최근 유로 강세 흐름에 대한 우려를 표명하지 않았다. NFS 매크로의 닉 스테이먼코빅 애널리스트는 AFP통신에 “드라기 총재의 침묵이 유로 상승 흐름에 파란 불을 켜주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유로존 경제 지표가 호조를 나타내고 있기 때문에 유로 상승 분위기는 지속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최근 위안화도 상승폭을 키우고 있다. 중국 위안화의 달러 대비 가치는 올해만 이미 4.7% 가량 치솟았다. 하지만 절상세는 계속되고 있다. 인민은행 산하 외환거래센터는 30일 위안화의 달러당 기준환율을 6.6102위안으로 고시했다. 위안화의 달러 대비 가치가 4거래일 연속 절상세를 이어간 것으로 위안화 가치는 지난해 8월 17일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중국 경제 성장률 둔화 속도가 시장 예상보다 느리고 거시지표가 전반적으로 회복세를 보인 것이 위안화 강세를 부추겼다. 지난 10일 달러당 고시환율이 11개월 만에 6.6위안 대에 진입한지 한 달도 되지 않아 6.5위안대 진입을 목전에 두게 됐다.
장중 거래가는 이미 6.5위안대에 들어섰다. 30일 거래가 시작된지 얼마되지 않은 오전 9시45분(현지시간) 기준 역내·역외 위안화의 달러 대비 환율이 각각 6.5888위안, 6.5921위안을 기록하며 위안화 가치는 14개월 만에 최고치로 치솟았다.
시장은 위안화 강세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인민은행 관계자는 올해 말 기준 위안화의 달러당 환율이 6.5~6.6위안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했다. 지난해 7위안을 넘어설 것이라는 전망과 선명하게 대비되는 전망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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