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 끈 원세훈 법정공방…결국 4년 실형으로

원세훈 전 국정원장 30일 파기환송심서 '유죄' 판결

증거 인정 여부 따라 매번 뒤집어진 선거 개입 혐의

"국민들은 국정원이 특정 정당이나 세력이 아닌 국민 전체의 봉사자로서 국민의 안전에 매진해주길 바라고 있다. 국정원의 현재 원훈인 '오직 대한민국 수호와 영광을 위하여' 역시 이런 국민의 염원을 담고 있다. 이 사건을 계기로 국정원이 거듭나서 국론분열과 편가르기가 아닌 국가낟의 주춧돌이 되어주길 바란다."

30일 원세훈 전 국가정보원장의 파기환송심 선고를 한 서울고법 형사7부(김대웅 부장판사)이 밝힌 '희망사항'이다.

이른바 '국정원 댓글' 사건은 2012년 12월 당시 민주통합당이 국정원 직원 김모씨의 서울 역삼동 오피스텔을 급습하면서 주목을 받게 됐다. 원 전 원장은 지난 2013년 국정원법과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됐다.

지난 2009년 5월 국정원장 취임 이후 2012년 18대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국정원 심리전단 직원들을 동원해 인터넷 여론을 조작했다는 혐의였다. 심리전단 직원 최소 70여명이 조직적으로 포털 사이트, 커뮤니티, SNS 등을 통해 특정 정당을 옹호하는 여론전을 펼친 것으로 파악됐다.

핵심 쟁점 중 하나였던 대선 개입 혐의는 재판을 거듭하며 유무죄 여부를 달리했다. 판결의 핵심에는 국정원 심리전단 직원 김모씨의 이메일 계정에서 압수한 '425지논'·'시큐리티' 텍스트 파일의 증거 인정 여부가 있었다.

'425지논' 파일에는 정치·대북 이슈 등이 정리돼 있었다. 원 전 원장이 당시 직원들에게 전파를 강조한 '4대강' 등 친정부적 성격을 띈 내용들이 주를 이룬다. '시큐리티' 파일에는 트위터 계정 269개의 정보와 이와 연결된 422개의 계정 등이 적혀 있었다. 검찰은 이들 파일이 국정원의 조직적 사이버 활동을 뒷받침한다고 주장했다.

2014년 9월 1심에서는 이들 파일을 부정, 정치 개입 혐의(국정원법 위반)는 인정되지만 선거 개입은 인정할 수 없다면서 징역 2년 6월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했다. 2015년 2월 2심에서는 두 파일의 증거능력을 인정했다. 두 혐의가 모두 인정돼 원 전 원장은 징역 3년을 선고받고 법정구속됐다.

반면 같은해 7월 대법원에서는 항소심에서 이 파일의 증거능력을 인정한 것은 형소법에 어긋난다는 취지로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파기환송심 재판부 역시 "파일 작성자가 법정에서 작성 사실을 인정하지 않았다"며 이들 파일의 증거능력을 부정했다.

지난 2015년 7월부터 25개월간 진행된 원 전 원장의 파기환송 심리에는 특히 우여곡절이 많았다. 재판부와 공소유지 검사들이 변경되고, 지난달 변론 종결 후에 다시 검찰이 변론 재개를 요청하는 등 지난한 심리 과정을 거쳤다.

검찰은 이달 들어 '민간인 댓글부대'의 실체를 파악하면서 변론 재개를 요청했다. 국정원 적폐청산 태스크포스(TF) 활동으로 첫 수사 당시 드러나지 않았던 '사이버 외곽팀'의 실상이 파악됐고, 이에 관한 증거를 확보하면서 공소장을 보강하겠단 취지였다. 하지만 재판부는 "사건 진행 정도 등에 비춰 변론을 재개해야 할 사유가 소명되지 않았다"며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