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이 미래 수소사회를 실현하는데 있어 무엇보다 중요한 게 '액체수소 기술의 국산화'입니다.”
지난 29일 서울 강남구 테헤란로에 위치한 메타비스타 본사에서 만난 백종훈 메타비스타 대표이사(50)는 아주경제와의 인터뷰 내내 국산화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 "향후 2년내 중형 액화수소플랜트 상용화···IPO도 추진"
백 대표는 세계적인 액체수소 전문가다. 인생의 절반을 수소에너지 연구에 쏟아부었다. 지난 15년 동안 미국 플로리다 태양에너지센터에서 극저온시스템부 책임연구원으로 근무한 뒤 올해 초 귀국했다.
그가 미국에서 ‘박사(Dr.)’로서 연구에만 몰두하다가 한국에서 ‘회사 대표’를 맡아 경영 전면에 나서게 된 이유는 국내 수소에너지 시장에서 ‘가능성’을 엿봤기 때문이다.
백 대표는 “미국, 독일, 프랑스, 러시아 등 강대국들이 액체수소 기술 개발에 몰두하는 데 비해 한국은 그같은 노력이 전무해 귀국을 결심하게 됐다”며 “액체수소 기술의 국산화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메타비스타는 2019년까지 중형 액화수소플랜트의 원천기술을 100% 구현해 소비자가 편리하게 쓸 수 있도록 상용화할 계획이다.
백 대표는 “이미 냉장고 크기 만한 소형 수소액화플랜트 개발은 성공했다”며 “중형 수소액화플랜트가 상용화되면 500~600ℓ로 수소연료전지차(FCEV) 수백대가량을 충전할 수 있게 된다”고 설명했다.
메타비스타는 국내 수소산업 육성에 관심이 많은 지방자치단체를 선택지로 놓고 공장 건설을 계획 중이다.
백 대표는 “수소 인프라 구축을 위해 관심이 있는 지자체들과 협의하는 등 다양한 가능성을 놓고 검토 중”이라며 “대규모 자본과 인력이 필요한 작업인 만큼 기업공개(IPO) 절차도 밟을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후 수소사회가 실현돼 보다 많은 수소가 필요해지면 대형 액화수소플랜트를 추가로 건설한다는 계획이다. 백 대표는 “중형에서 대형 액화수소플랜트로 업그레이드시키는 것은 몸집을 키우는 기술이어서 자본과 인력만 있으면 충분히 실현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 액체수소, 우주항공·군사적 기술로 확산···국내는 관련 기술 전무
화석연료 고갈이 우려되면서 신(新) 에너지원으로 수소가 전 세계적으로 각광받고 있다.
글로벌 시장전망기구 마켓앤드마켓에 따르면 지난해 1180억 달러 규모였던 세계 수소 생산시장은 매년 5.2%씩 성장해 2021년이면 1521억 달러 규모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수소는 물의 전기분해로 쉽게 제조할 수 있는데다 고압가스, 액체수소 등 다양한 형태로 저장이 가능한게 장점이다.
백 대표는 그중에서도 액체수소 연구에 주목하고 있다. 무엇보다 국내 액체수소 연구의 척박함 때문이다.
그는 “액체수소는 많은 양을 집적해서 고밀도로 저장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면서 "생산-액화-압축-저장-활용 등 ‘수소밸류체인’이 있는데, 국내의 경우 유독 액체수소 분야의 기술은 전무한 상태”라고 지적했다.
백 대표는 미국을 비롯한 강대국에서 액체수소 연구개발이 활발한 이유로 액체수소의 수요를 담당할 우주항공과 로켓기술 산업의 발달을 꼽았다.
그는 “대량으로 액체수소를 만들 수 있는 기술은 로켓에서부터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까지 만들 수 있는 기술까지 확대된다”며 “우주항공 기술이지만 동시에 군사적 기술로 확산돼 미국을 비롯한 강대국들은 액체수소 기술의 유출을 원치 않고 있다”고 언급했다.
이 때문에 현대차가 세계최초로 수소연료전지차를 만들고 기술개발에 힘써 상용화에 박차를 가해도 수소 에너지를 공급하는 인프라는 독일 린데, 프랑스 에어리퀴드 등 해외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백 대표는 “우리는 좋은 제품을 만들어 놓고도 충전시설 등 인프라 부족으로 시장 선점에 열세를 보이고 있다”면서 “중요성을 자각하고 원천 기술력을 확보해 에너지 자립국으로 거듭나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산유국은 하늘의 선택이지만, 수소사회로 에너지 자립도를 높이는 것은 국가의 선택”이라며 “수소사회 실현은 에너지 문제와 함께 환경보호, 자주국방, 세계평화와도 연관성이 높다”고 덧붙였다.
메타비스타는 최근 자동차 부품기업인 화진의 대주주로 이름을 올렸다. 이를 통해 미래 수소차 시장에서 시너지를 낼 계획이다.
백 대표는 “화진은 현대기아차는 물론 유럽과 일본 브랜드에도 납품하는 건실한 부품기업”이라며 “기존 부품 모델과 함께 극저온 신기술 등 수소자동차와 관련된 부품을 추가해 자동차 산업에 기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 백종훈 대표는 누구?…'25년 외길' 액체수소·극저온 기술 세계적 전문가
백 대표는 지난 10여년간 미항공우주국(NASA)과 차세대 액체수소 운용기술을 공동연구하는 등의 활동을 펼쳐온 액체수소 및 극저온 기술 분야의 세계적 전문가다.
1996년 한국과학기술연구원 재직 당시 처음으로 수소 액화에 성공했으며, 이후 미국 플로리다 태양에너지센터(FSEC) 극저온시스템부 책임연구원으로 재직하면서 약 15년간 NASA의 차세대 액체수소 운용개선 프로젝트에 참여했다. 2015년에는 국제극저온공학협회로부터 최우수 논문상을 받았다.
그가 '대표님' 호칭으로 불린지는 채 1년이 되지 않았다. 15년 동안 '박사님' 호칭으로 불리다가 액체수소 국산화를 위해 올해 초 미국에서 영구 귀국했다.
백 대표는 "대표님이라는 소리를 들은지 몇개월 안돼 굉장한 책임감을 느끼지만 즐기고 있다"고 환한 미소를 지었다.
그는 여름휴가도 반납한 채 매일 2시간씩밖에 잠을 청하지 못하는 바쁜 생활이지만 한국 생활이 마냥 즐겁다.
백 대표는 "한국에 돈만 벌러 온 것은 아니다"라며 "액체수소 기술의 국산화라는 사명감을 갖고 하루하루 도전하는 삶을 살고 있다"고 전했다.
그가 수장으로 있는 메타비스타는 '기술중심의 회사'다. 백 대표는 "대표로서 비즈니스를 하고 이윤도 창출해야 하지만 끊임없이 기술을 개발해야 하는 연구자의 역할도 잊지않고 있다"고 말했다.
25년 수소 외길 인생을 걸어온 터라 그의 말 곳곳에서 수소사회 실현에 대한 가능성과 기대감을 느낄 수 있었다.
그가 지닌 액체수소 분야에서의 연구경험과 관련 지식을 바탕으로 기초 및 응용기술을 한국 전체 산업에 확산시켜 선진국과 경쟁할 수 있는 액체수소 기술 국산화를 반드시 실현하겠다는 포부 때문이기도 하다.
백 대표는 "화석연료 고갈과 미세먼지를 포함한 환경 문제의 해결방안은 바로 액체수소"라며 "액체수소의 청정성, 무한한 저장량, 다양한 활용 가능성에 전 세계가 주목하고 있고, 이를 활용한 액체수소 관련 원천기술 및 응용기술을 국산화할 경우 한국은 에너지 자립국으로 도약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메타비스타는 다음달 19일 제 1회 한국 수소경제 로드맵과 메타비스타의 전략(1st Korean Hydrogen Economy Roadmap and MetaVista’s strategy) 세미나를 개최해 한국 수소경제 실현을 위한 로드맵을 제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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