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14일 새벽 1시께 서울 중랑구의 한 경찰서 지구대. 술에 취해 택시 영업을 방해한 혐의로 연행된 주모(37)씨가 바닥에 드러누워 마구 소란을 피웠다.
서울북부지법 형사9단독 양상윤 판사는 지난달 20일 주씨에 대해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 벌금 60만원을 선고했다. 주씨는 "지구대에서 경찰에게 맞아 허리가 아프다"며 허위신고를 한 혐의도 받고 있다.
31일 법조계에 따르면 최근 경찰을 향해 우병우 전 민정수석을 언급하며 욕설을 하는 등 소란을 피운 주취자들에 대한 처벌이 잇따르고 있다.
김씨는 지난해 10월과 11월 두 차례에 걸쳐 서울 성북구의 한 파출소에서 술에 취해 "X같은 XX들아, 너희 같은 간신XX들, 환관XX들 때문에 이 나라가 이 모양이야"라고 소란을 피운 혐의를 받고 있다.
지난해 11월 대전지법 형사2단독 정우정 판사는 경찰관들에게 "야 XXX들아, 내가 전직 (경찰)인데 XXX놈아, 우병우나 잡지 XXX야"라고 욕한 A씨에게 징역 4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A씨는 2016년 8월 세종시의 한 주유소 앞에서 경찰이 신분증을 제시하라고 요구하자 갑자기 "야 XXX야, 나는 대한민국 사람이니까 너희한테 얘기 안 해, XXX야"라며 손바닥으로 경위 한 명의 왼쪽 가슴을 2회 밀치고 왼팔을 2회 치기도 했다. 당시 경찰은 대리비를 안 내고 음주운전을 하려한다는 대리기사의 112 신고를 받고 출동했다.
전문가들은 이에 대해 우병우 전 민정수석 개인에 관한 문제라기보다 시민들의 우리 사회 지배 권력에 대한 강한 불신을 드러내는 현상이라고 입을 모았다.
임운택 계명대 사회학과 교수는 "박근혜 전 대통령을 비롯해 전임 대통령 중에 패러디·희화화 대상이 되지 않은 이들이 없었다"며 "시민들이 의사나 변호사 등 전문가 집단에 대해 '놈'자를 붙여서 부르는 것과 비슷한 맥락"이라고 지적했다.
임 교수는 이어 "한국 사회엔 살아있는 권력에 대한 구조적 견제 장치가 없다"며 "권력에 대한 저항과 비판의 공간이 협소하기 때문에 권력이 무너지면 마치 산사태가 나듯이 증오의 감정이 표출하는 일반적 형태"라고 말했다.
고강섭 경희대 사회학과 교수는 "독재 정권 이후 87년 민주화때 처럼 이명박·박근혜 정권 들어서 국민을 옥죄었던 불만이 최근 다시 표출되고 있는 가운데, 주취자들에게 이것이 하나의 도구로 사용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경찰·검찰에 대한 국민의 낮은 신뢰도, 그리고 지난해 우병우 검찰 라인에 대한 문제도 나오게 되면서 국민의 심리적 불만이 계속 쌓여 왔을 것"이라며 "술이 취한 소위 '심신미약' 상태에서 내뱉는 소리란 국민의 응축된 분노가 표출된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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