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세균 국회의장은 1일 국회선진화법 개정과 관련해 “이번 정기국회에서 개정안 처리를 진지하게 검토해 달라”고 밝혔다.
정 의장은 이날 국회에서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첫 정기국회 개회식을 열어 “선진화법은 새로운 정치문화 형성의 토대가 됐지만, 지난 5년간 경험에서 성찰의 목소리가 나오는 것도 엄연한 사실”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이어 “(선진화법 중) 다수결의 원리를 훼손하는 안건조정제도와 예산안 자동부의 제도 등 문제점이 지적되고 있다”며 “직권상정 요건을 엄격히 제한한 일도 정치적 교착상태를 풀어갈 리더십 형성에 장애가 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양당 체제를 상정하고 설계된 선진화법이 다당 체제의 정치적 역동성 발휘를 어렵게 한다”며 “만약 우려가 말끔히 해소되지 않는다면 21대 국회 시행을 전제로 검토해 달라”고 덧붙였다.
이어 개헌과 관련해 “내년 제헌 70주년을 앞두고 추진되는 이번 개헌은 ‘국민의, 국민에 의한, 국민을 위한 개헌’이 돼야 한다”며 “헌정 사상 최초로 국민헌법 시대를 열어야 한다”고 밝혔다.
정 의장은 이날 국회에서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첫 정기국회 개회식을 열어 “국민, 국회, 정부 3주체가 함께 만드는 최초의 헌법이 탄생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되고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4차 산업혁명과 관련해선 “법과 제도 정비를 위해 여야가 함께 참여하는 ‘4차 산업혁명 특별위원회’ 구성을 제안하다”고 말했다. 남북관계 위기 타개책으로는 대한민국 국회가 주도하는 ‘6자회담 당사국 의회 간 대화 테이블’ 추진을 꼽았다.
다음은 정 의장의 정기국회 개회사 전문.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국회의원 여러분, 김이수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 이낙연 국무총리,김용덕 중앙선거관리위원장, 황찬현 감사원장, 그리고 국무위원 여러분!
오늘은 20대 국회 두 번째 정기회가 시작되는 첫 날입니다. 앞으로 100일간의 긴 여정을 앞두고 우리 국회가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 함께 고민하고 다짐하는 날입니다.
모든 문제와 답은 삶의 현장에 있습니다. 지금 우리 대다수 국민의 마음을 단 한마디로 꼽는다면 안타깝게도 ‘불안감’입니다. 살충제 계란 파동으로 시작된 먹거리에 대한 불안, 화학물질 공포로까지 확산되는 생필품에 대한 불안, 경기침체와 고용악화에 따른 생계 불안, 북한의 핵과 미사일 도발이 초래한 안보 불안.
여기에 더해 국민의 상당수는 정치가 이런 불안감의 원인을 제거하고 슬기롭게 극복해 갈 수 있을지에 대해 적지 않은 의구심을 가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불안감이 큰 만큼 새 정부와 국회에 대한 기대와 바람이 큰 것도 사실입니다. 간곡히 요청 드립니다. 이번 정기국회는 국민의 불안을 해소하고 치유하는 국회가 되도록 합시다.
‘나라다운 나라’를 기치로 내 건 새 정부와 ‘국민에게 힘이 되는 국회’를 약속한 20대 국회가 선의의 견제와 비판 그리고 상호 협력 속에서 불안해하는 국민을 보듬고 안심시켜 나갑시다.
새 정부 출범 후 처음 맞이하는 정기국회인 만큼 전과 다른 정부, 전과 다른 국회의 모습으로 새로운 대한민국을 갈구하는 국민들의 열망에 부응해 주실 것을 다시 한 번 당부 드립니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의원 여러분!
출범 1년 3개월을 맞은 20대 국회는 그간 국민의 뜻을 받들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여왔습니다. 국회의원 특권 내려놓기, 국정감사 제도개선, 협치 풍토 조성, 청소 근로자 직접 고용 등은 20대 국회가 이룩한 대표적인 성과입니다.
대통령 탄핵이라는 초유의 사태를 슬기롭게 극복했고 새 정부 출범 이후 추경과 인사청문회, 정부조직 개편도 큰 탈 없이 매듭지은 바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의 노력과 실질적 성과에도 불구하고 국민 신뢰를 회복하는데 아직 미흡한 부분이 많습니다. 국회의 본령은 민생입법입니다. 20대 국회 개원 이래 모두 8621건의 법률안이 제출됐습니다.
하지만 지금까지 1445건만 처리되었고, 처리안건의 5배에 달하는 7102건이 아직 계류 중입니다. 의장으로서 우리 국회의원 모두가 이번 정기국회 100일 동안 계류법안을 다 처리하겠다는 각오로 임해주실 것을 엄중하게 요청 드립니다.
특히 원내대표 회담에서 합의한 대선 공통공약 입법화는 반드시 실현하여 정치권의 좋은 관례로 자리매김 되기를 바랍니다. 선거 공약은 민의가 응축된 결정체입니다. 특히 국민의 먹고 사는 문제를 개선하기 위한 고민과 대안이 압축적으로 담겨 있습니다.
이번에 선례를 잘 만들어 향후 지방선거와 총선 후에도 공통공약 입법의 관례가 이어진다면 국민의 정치에 대한 관심과 신뢰는 한층 높아질 것입니다.
아울러 입법부 본연의 기능 강화를 위해 회기에 관계없이 법안심사 소위가 상시 가동될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해 나갈 필요가 있습니다. 무엇보다 이번 정기국회에서는 생산적인 국정감사와 법정시한 내 예산안 합의 처리가 이뤄질 수 있도록 여야가 함께 힘을 모아야 할 것입니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의원 여러분! 협치의 기본 정신은 서로를 이해하고 존중하는 것입니다. 우리 국민은 지난 20대 총선에서 다당체제를 만들어 주셨습니다. 국민은 우리 국회가 협치를 통해 생산적인 정치문화를 만들어 나가길 원하고 있습니다.
엊그제 국회가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 우리 국민의 77.9%는 여야간 소통과 협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지적해 주셨습니다. 동시에 이번 정기국회에서 협치를 통한 민생문제 해결에 앞장서는 국회의 모습을 가장 보고 싶다고 하셨습니다.
그렇습니다. 국회에 대한 국민의 불신과 불안감을 해소하는 첫 걸음은 협치입니다. 20대 국회는 의장과 4당 원내대표 정례 회동을 통해 다당체제에 걸맞는 협치의 모습을 보여 왔습니다. 여러 정치적 고비 속에서도 정례회동이 지속되어 온 것은 협치에 대한 여야 원내대표단의 굳은 신념과 의지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여야가 함께 협치의 싹을 잘 가꿔서 대화와 타협의 의회주의란 꽃을 피워냅시다. 2차 세계대전의 잿더미에서 EU(유럽연합)의 맏형으로 올라선 오늘의 독일은 협치의 정신이 있었기에 가능할 수 있었습니다. 우리 정치도 상호존중과 소통의 문화를 정착시켜 국민에게 힘이 되고, 새로운 대한민국의 디딤돌이 되어야 합니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의원 여러분! 국회는 2012년 협치의 제도화 차원에서 국회선진화법을 도입한 바 있습니다. 몸싸움과 같은 물리적 충돌을 방지하고, 다수당에 의한 일방적 국회운영을 막기 위한 것이었습니다. 정권의 거수기로 전락해버린 여당, 입법과 예산을 정치투쟁의 도구로 이용한 야당에 대한 반성의 결과물이었습니다.
국회선진화법은 새로운 정치문화 형성의 토대가 되었지만 지난 5년간의 경험 속에서 성찰의 목소리가 나오는 것도 엄연한 사실입니다. 특히 다수결의 원리를 훼손하는 안건조정제도, 국회의 예산 심의·의결 기능의 부실을 초래해 온 예산안 자동부의제도의 문제가 지적되고 있습니다.
정부여당과 국회의장의 담합과 전횡을 방지하기 위해 직권상정 요건을 엄격히 제한한 일도 정치적 교착상태를 풀어갈 리더십 형성에 장애가 되고 있습니다. 양당체제를 상정하고 설계된 선진화법이 다당체제의 정치적 역동성 발휘를 어렵게 하고 있는 것입니다.
앞선 여론조사에서도 응답자의 과반이 넘는 59.4%의 국민이 선진화법 개정 필요성에 동의했습니다. 여야 의원 여러분께 제안 드립니다. 국회선진화법의 근본 취지는 유지하되 국회 운영의 합리성과 효율성을 높일 수 있는 방안을 찾아주십시오.
여야가 모두 동의한다면 당장 시행도 가능하겠지만, 만약 우려가 말끔히 해소되지 않는다면 21대 국회 시행을 전제로 이번 정기국회에서 개정안 처리를 진지하게 검토해 주시기 바랍니다.
이와 함께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선제적으로 대비하는 일에도 소홀함이 없어야 하겠습니다. 현재 국회에는 4차 산업혁명과 관련된 여러 의원연구단체가 결성되어 활발하게 움직이고 있습니다.
또한 4차 산업혁명 기본법 등 관계 법안들도 다수 발의되어 있습니다. 이러한 법과 제도 정비를 위해 여야가 함께 참여하는 ‘4차 산업혁명 특별위원회’ 구성을 제안합니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의원 여러분! 이번 정기국회는 개헌논의가 충분히 숙성되고 정교하게 가다듬어지는 개헌의 잉태기가 되어야 합니다.
무엇보다 내년 제헌 70주년을 앞두고 추진되는 이번 개헌은 ‘국민의, 국민에 의한, 국민을 위한 개헌’이 되어야 합니다.
헌정사상 최초로 국민헌법 시대를 열어야 합니다. 제헌 이래 지금까지 모두 9차례의 개헌이 있었습니다. 그 중 사사오입개헌과 유신개헌처럼 권력의 요구에 의한 개헌은 모두 실패했습니다. 4·19 혁명으로 촉발된 3차 개헌과 87년 6월 민주항쟁으로 쟁취한 9차 개헌 또한 국민의 뜻을 온전히 반영하지 못한 한계가 있었습니다.
이번 개헌은 달라야 합니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의원 여러분! 지난 1월 출범한 국회 개헌특위는 그간 전문가와 헌법기관, 시민단체 등을 대상으로 폭넓은 의견 수렴을 해왔습니다.
또 이번 주부터는 부산, 광주를 시작으로 전국 11개 권역에서 국민 대토론회를 열어 국민의 목소리를 직접 경청해 나가고 있습니다. 저는 부산과 광주 현지에서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개헌 열기가 뜨겁다는 것을 확인했습니다.
지난 7월, 국회가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국민의 75.4%, 전문가의 88.9%가 개헌이 필요하다고 응답해주셨습니다. 이러한 압도적 찬성여론은 개헌 추진의 큰 동력이 되고 있으며, 문재인 대통령 또한 내년 6월 지방선거와 함께 개헌 국민투표 실시 의지를 누차 밝힌 바 있습니다.
그 어느 때보다 개헌이 이뤄질 수 있는 충분한 조건이 형성되고 있습니다. 국민, 국회, 정부 3주체가 함께 만드는 최초의 헌법이 탄생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되고 있는 것입니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의원 여러분!
이번 개헌의 핵심은 분권입니다. 대통령과 중앙정부에 편중된 권한을 잘 배분하여 진정한 의미의 3권 분립과 명실상부한 지방자치 시대를 열어야 합니다. 시대에 맞게 국민의 기본권도 대폭 강화해야 합니다. 대결적 정치문화를 바꿀 선거제도 개편도 함께 이뤄져야 할 것입니다.
이번 10차 개헌은 새로운 대한민국호가 나아갈 미래 100년의 항해지도를 만드는 일입니다. 우리 국회가 여야 합의로 국민의 눈높이에 맞는 그리고 국민의 삶을 바꾸는 개헌안을 도출할 수 있길 진심으로 고대하며 의장으로서 개헌의 성공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의원 여러분!
북한은 최근 일본 열도를 지나는 미사일 도발을 감행했습니다. 새 정부 출범 이후에만 9차례에 걸친 미사일 발사로 한반도 정세는 요동치고 있습니다.
북핵·미사일 위기의 역사는 30여년에 이르고 있습니다. 그동안 도발, 제재, 협상의 악순환이 수없이 반복되었습니다. 북핵·미사일 문제의 구조와 특성이 복잡다단하여 해법 모색이 쉽지 않은 것도 사실입니다.
그러나 한반도 평화를 향한 노력은 멈출 수 없습니다. 무엇보다 정부는 북한의 도발에 대한 대비태세에 만전을 기해야 합니다. 한미동맹을 토대로 주변국 외교를 견고하게 다지면서 대북 국제 공조를 더욱 강화해야 할 것입니다.
근본적으로 국민의 안보불안을 해소할 수 있는 길은 결국 평화입니다. 강대강 대치 국면이 고조되는 상황에서 정부만의 힘으로 대화와 협력의 장을 모색하는데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고 생각합니다.
이제는 국회도 발 벗고 나서야 합니다. 정부와 국회의 역할분담을 통해 북한의 무모한 도발을 억제하고 동시에 대화의 장으로 이끌어내야 합니다.
최소한 안보와 평화 문제에 있어서만큼은 여야가 초당적 협력을 통해 위기극복에 나서야 합니다. 의장으로서 금년 내 주변 4강 외교를 마무리 짓고 내년 상반기에는 대한민국 국회가 주도하는 6자회담 당사국 의회간 대화 테이블을 추진하겠습니다. 이를 기반으로 동북아 평화와 공동번영의 유라시아 시대 개막에 앞장서겠습니다.
존경하는 이낙연 국무총리를 비롯한 국무위원 여러분!
로마 황제 아우구스투스는 “천천히 서두르라”고 했습니다. 치밀한 계획과 과감한 결단을 의미한 말입니다. 새 정부가 국정 운영에 속도를 내는 것도 중요하지만 국민의 대표기관인 국회와의 긴밀한 소통 속에서 민주적 절차와 정책적 완결성을 추구하는 일에 결코 소홀해서는 안 됩니다.
지난 정부에서 사드 배치와 같은 중요한 사안에 대해 국회와 제대로 소통하지 않았던 부분을 교훈으로 삼아야 합니다. 국정 파트너로서 국회와 협의하고 책임을 공유하는 지혜가 발휘되어야 합니다. 탈원전 등 새 정부가 추진하는 핵심 정책 역시 국회와 소통하면서 갈등을 최소화하고 대안을 만들어가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정부가 진정으로 국회와의 소통과 협력에 나선다면 우리 국회도 이에 화답할 것입니다.
존경하는 의원 여러분!
우리가 정치를 하는 가장 큰 이유는 국민을 위하고 국민의 뜻을 받들기 위해서입니다. 맹자는 “백성이 가장 귀하고 나라가 다음이며 임금이 가장 가볍다”고 했습니다.
대통령이나 행정부보다 국민을 앞에 두고 일할 때 비로소 상식과 정의가 바로 설 수 있음을 잊지 맙시다. 지금 ‘새로운 대한민국’을 향한 길에서 의원 여러분의 열정과 헌신이 절실히 요구되고 있습니다. 여야가 함께 민생우선의 일하는 국회, 협치의 국회, 미래를 준비하는 국회, 국민헌법 시대를 여는 국회, 안보불안을 해소하는 국회를 만들어 나갑시다.
반드시 ‘국민에게 힘이 되는 국회’를 만들어 갑시다. 경청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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