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업계 고위 관계자는 3일 지난달 법원이 노조 측의 손을 들어준 기아자동차 통상임금 1심 판결 이후 “정부는 친노동 정책을 쏟아내고, 법원은 기업의 위기 시그널을 눈감았다”며 이같이 토로했다.
기아차 통상임금 판결의 후폭풍이 거세다. 잇단 통상임금 소송, 최저임금 인상, 근로시간 단축 등 전 방위적 인건비 가중 압박에 재계가 ‘블랙홀’에 빠졌다.
이 같은 흐름에 국내 산업계는 ‘고비용 저생산’ 구조로 고착화되면서 기업들의 부담이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기아차는 1심 판결에 반발, 항소 계획을 밝히면서 통상임금 소송은 2라운드에 돌입한다.
우선 본격적인 소송에 앞서 이달 주말 특근을 없애기로 했다. 특근은 토·일요일과 공휴일 등 휴일 근무를 의미하며 평일에 비해 수당이 50% 높다.
1심 판결은 상여금과 중식대가 통상임금에 해당된다고 판단했다. 향후 대법원에서 이 같은 판결이 확정되면 회사는 통상임금과 함께 인상된 특근수당을 지급해야 하기 때문에 조금이라도 비용부담을 줄이기 위한 선제적 조치다.
박한우 기아차 사장은 “통상임금에 정기상여금을 포함할 경우 연장근로 수당이 50%나 늘어나 도저히 견딜 수 없는 상황을 맞게 될 것”이라고 토로했다.
이와 관련, 기아차 관계자는 “노조도 지난달 파업을 결의하면서 이달부터 특근을 하지 않겠다고 밝혔다”며 “현재 재고물량도 부족하지 않아 특근 계획을 마련한 이유가 없다”고 설명했다.
◆ “기업은 생물”
통상임금 소송은 2013년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 이후 ‘신의성실의 원칙(신의칙)’에 모아지고 있다. 기아차도 항소심에서 이를 인정받아야 승기를 잡을 수 있다.
2013년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은 “노사가 정기상여금을 통상임금에 포함시키지 않는 것을 관행으로 정착시킨 상황에서 기업에 예상치 못한 과도한 손실을 끼칠 경우 기업의 존립이 위태롭게 된다”며 추가임금 청구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하급심 판결에서 신의칙 적용이 엇갈린다는 점도 공략 대상이다. 특히 잇단 통상임금 소송에서 관건은 기업의 경영 상태에 대한 판단으로 갈렸다.
지난달 18일 금호타이어의 경우 원심을 뒤집고 항소심에서 회사의 신의칙 주장이 받아들여졌다. 아시아나항공도 2014년 1심에서는 “2010∼2012년 당기순이익을 기록하고 매출액이 매년 상승한다”는 이유로 노조 측에 손을 들어줬지만, 2015년 2심은 “2008∼2014년 부채비율이 400%를 초과해 자율협약 절차에서 정한 목표를 달성하지 못했다”며 사측의 신의칙 주장을 받아들였다. 이 밖에 현대중공업, 현대미포조선의 경우도 1심과 2심의 신의칙 관련 판단이 달라졌다.
1심 재판부가 ‘중대한 경영상의 어려움’, ‘기업 존립의 위태’ 등을 “모호하고 불확정적인 내용”이라고 밝힌 만큼, 기아차는 2심에서 현재의 위기와 미래의 자율주행차 등 신기술에 투자할 비용 등을 적극 증명할 계획이다.
기아차는 올 상반기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44% 급감한 7868억원에 그쳤다. 영업이익률은 3%로 지난 2010년 상반기 이후 최저치다. 3분기 적자전환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있다. 1조원가량을 즉시 충당금으로 쌓아야 하기 때문이다. 2007년 3분기 이후 10년 만에 영업적자(분기 기준)를 보게 된다.
재계 관계자는 “기업은 살아 움직이는 생물로 시시각각 바뀌는 환경에서 과거 경영환경이 좋았다고 해서 미래도 장밋빛이라는 보장은 없다”며 “상급심에서는 보다 심도 있게 고려해 판단해 주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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