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핵 위협이 고조되고 있는 가운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폐기 가능성을 시사하고 한국의 대북정책에 대해서도 이례적으로 불만을 표하면서 한·미 공조에 균열이 우려되고 있다고 주요 외신들이 보도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3일(이하 현지시간) '북한이 핵 능력을 과시하는데 미국은 한국에 시비를 걸고 있다'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최근 트럼프가 한·미 FTA 폐기를 고려하고 대북 문제에서도 한국을 비판함으로써 경제·안보 모두에서 한·미동맹을 시험대로 몰아넣고 있다고 지적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일 한·미 FTA 폐기를 논의하겠다면서 으름장을 놓는가 하면, 북한의 6차 핵실험이 있은 3일에는 한·미동맹을 강조하기는커녕 한국의 대북정책을 문제 삼았다. 그는 트위터에서 “북한이 미국에 위험하고 적대적인 말과 행동을 계속하고 있다“고 말한 뒤 ”나는 진작 말했듯, 한국은 북한과의 유화적 대화가 효과가 없을 것임을 이제 깨닫고 있다. 그들은 오로지 하나만 안다!”고 적었다.
오바마 행정부에서 국가안보 부보좌관을 지낸 엘리 라트너는 NYT에 사드 배치로 인해 한국이 중국으로부터 상당한 경제적 압박을 받는 상황에서 트럼프가 한국을 비난함으로써 지지와 협력 관계를 망가뜨리고 있다고 비판했다.
전문가들은 트럼프가 한국의 대북정책을 잘못 인식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로버트 아인혼 전 미국 국무부 비확산·군축 담당 특보는 NYT에 "문재인 대통령은 미국의 대북 ‘압박과 관여'를 적극 지지했으며 그가 지금까지 취한 조치 중 어떤 것도 유화적이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 밖에도 WSJ는 트럼프가 3일 일본 아베 신조 총리와 두 차례나 전화 통화를 갖고 북핵 문제를 논의한 반면 한국에는 공격적 태도를 보임으로써 대북 논의에서 한국이 소외되는 '코리아 패싱' 우려를 더 키울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일각에서는 북한이 최근 핵·미사일 도발로 미국과 일본에 직접적인 안보 위협을 부각시켜 '코리아 패싱'을 부추김으로써 한·미 간 단절을 촉발하려는 의도가 숨어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가디언은 "북한의 오랜 목표 중 하나는 이간질을 통해 한·미관계의 균열을 초래하는 것"이라면서 "트럼프가 한·미 갈등을 촉발할 수 있는 행동을 하는 것은 북한의 목표 달성을 용이하게 만들어 주는 꼴”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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