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자국 매체와 인터넷을 통해 북한 핵실험에 대한 보도통제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중국의 하반기 가장 중요한 외교행사인 브릭스(BRICS·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신흥 경제 5개국) 정상회의의 성과가 북한 핵실험 뉴스에 묻힐수 있다는 우려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중국은 3일 푸젠(福建)성 샤먼(廈門)시에서 개막한 브릭스 정상회의를 성공적으로 진행해 국내외적으로 시진핑(習近平) 주석의 리더십을 과시하려했으나, 북한이 불과 시 주석의 개막연설 4시간 전에 핵실험을 단행해 찬물을 끼얹었다. 북한 핵실험 뉴스는 중국에서도 상당한 파괴력을 지니고 있어서, 보도통제를 하지 않으면 브릭스 정상회담의 성과가 희석될 수 있다.
4일 중국 관영 매체들은 북한핵실험 뉴스를 극도로 소극적인 태도로 다뤘다. 인민일보는 4일 국제면에 1단짜리 단신으로 북한 핵실험을 보도했다. 그 내용 역시 전날 외교부 성명을 요약한 것 외에는 어떠한 논평도 곁들이지 않았다. 인민일보 자매지인 환구시보는 그나마 전날 오후 보도했던 '중국은 북한의 새로운 핵실험에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가'라는 사평(社評)도, 게재후 불과 몇 시간 만에 홈페이지에서 내렸다. 환구시보는 이날 시 주석의 브릭스 정상회의 개막연설 등을 주요 뉴스로 전했고, 북한 관련 뉴스를 메인화면에서 전하지 않았다.
중국 중앙(CC)TV도 이날 아침 뉴스에서 북한 관련 소식은 단 한 건도 보도하지 않은 채 브릭스 정상회의를 특집으로 다뤘다. CCTV는 국제뉴스를 전하는 코너에서도 북한의 핵실험을 언급하지 않았다. 신화망, 인민망 등 주류 매체 인터넷판의 첫 페이지에도 북한 핵실험과 관련한 뉴스나 평론은 전하지 않고 중국 외교부의 성명만 띄웠다.
중국당국은 지난 3일 항일전쟁 승리 72주년 기념일조차 조용하게 넘어갈 정도로 브릭스 정상회의에 관심이 집중되도록 공을 들였다. 2년 전 70주년 행사에 외국 정상들을 대거 초청해 열병식을 치른 것과는 달리 올해 중국의 전승절 기념행사는 베이징에서 쑨춘란(孫春蘭) 통일전선부장이 참석한 좌담회로 대체됐다. 중국인 대부분은 전승절인 줄도 모른 채 넘어갔을 정도로 주요 매체들의 전승절 관련 보도도 거의 나오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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