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례로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과는 보름 전께 회동한 것으로 여러 비서들에게서 확인할 수 있었다. 많은 현안들 가운데서 왜 국토부일까 생각해봤다. 궁금증은 쉽게 풀렸다. 지방자치단체와의 관계에서 국토부가 휘두를 수 있는 칼자루, 대표적으로 도시철도의 시설개선을 위한 재정적 뒷받침이다. 이 역시 측근들 입을 통해서 나온 말이다.
박 시장은 민선 5기와 6기의 지난 6년 동안 꾸준히 낡은 도시철도 선로, 전동차 등의 대대적인 교체가 요구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가난한 지자체의 살림만으로 적재적소 예산 투입은커녕 막대한 재원 마련도 어려워 매번 정부에 손을 내밀었다. 그때마다 돌아온 대답은 '운영주체인 너희가 알아서 해'란 공허한 한 마디뿐이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법정 무임승차에 따른 손실이 눈덩이처럼 불어나 내구연한을 이미 훌쩍 넘긴 고철더미가 한참 더 달려야 할 판이다. 이 사안에 대해서도 정부는 '법정 무임승차의 도입 또한 지자체가 결정한 사항'이란 논리로 지난 13년간 사실상 외면해왔다. 그러면서 승객들의 안전은 날이 갈수록 위협받고 있는 실정이다.
이런 문제에 착안해 국회도 2005년부터 법정 무임승차 손실에 정부가 보전하는 내용의 법률 개정안을 발의·논의했다. 결론적으로 아직까지 소관 상임위조차 통과한 사례가 없다. 정부의 부정적인 입장에 기인한다. 19대 국회까지 총 18개 법률 개정안이 제출됐다. 20대 국회에도 '도시철도법' 등 모두 11개의 법률 개정안이 계류 중이다.
새 정부 들어서 이런 갈등이 화해모드로 전환되는 양상이다. 이 분위기에 힘입어 올해 6월 서울과 부산, 대구, 인천, 광주, 대전 등 6개 특·광역시로 구성된 전국 도시철도 운영 지자체협의회가 국정기획자문위원회에 자치단체장 공동건의문을 전달했다. 도시철도 법정 무임승차 손실에 대한 중앙정부의 보전을 요청하는 내용이 골자다.
만 65세 이상 어르신 법정 무임승차는 1984년 5월 22일 전두환 전 대통령의 지시에 따른 것으로, 도입 주체가 정부란 것이 서울시 등 관련 지자체의 판단이다. 당시 지방자치제도가 시행되지 않고 있었을 뿐만 아니라 서울시장을 대통령이 임명했기 때문이다. 따라서 원인제공자 부담 원칙에 근거해 법정 무임승차 손해도 정부 충당이 당연하다는 주장이다.
현재 이 혜택은 장애인과 유공자로 확대됐다. 2016년 기준 전국의 도시철도 법정 무임승차자는 누적 4억2000여명에 달한다. 그에 따른 운임손실도 약 5543억원으로 나타났다. 국내의 계속되는 고령화 추세로 이는 더욱 가파르게 늘어날 전망이다. 더불어 낮은 운임 수준 등으로 재정난은 날로 심각해지는 상황이다.
도시철도 법정 무임승차는 대표적인 교통복지 제도다. 노인, 장애인, 유공자들의 이동권을 보장한다. 또 그들의 활동을 유도해 건강 증진 및 경제 활성화 등 여러 사회적 편익을 유발하고 있다. 국민의 발 역할을 하는 도시철도의 지속적인 안전성 확보가 중요한 이유다. 그야말로 두 말할 나위가 없다. 안전은 '네 문제, 내 문제' 따질 것 없이 모두의 문제다.
새 정부는 '안전한 대한민국 만들기'를 공약으로 내걸었다. 노후화된 도시철도의 안전을 담보하기 위한 첫걸음은 법정 무임승차 손실에 대한 정부의 재정적인 지원이라 감히 단언한다. 그러지 않으면 당장 수도권 도시철도를 동일한 운임으로 가동 중인 한국철도공사에만 '철도산업발전기본법'에 근거, 정부가 법정 무임승차 손실을 메워주고 있는 것과 비교해 형평성에도 어긋난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