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제6차 핵실험으로 남북 간 힘의 균형이 무너지면서 전술핵 재배치 등 핵무장론을 둘러싼 정치권 논쟁이 거세다. 전술핵은 자위권적 핵무장, 선제 타격론과 함께 북핵 대응의 실효성 있는 제재 수단으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중거리 폭격기투하탄을 제외한 소형 핵무기(20㏏ 이하의 폭발력을 지닌 핵탄두)다. 일종의 ‘공포의 균형(balance of terror)' 찾기의 대표 격으로, 지난 1991년 한반도에서 전면 철수했다.
그러나 북한의 잇따른 도발로 ‘힘에는 힘’이라는 핵 무장 논리가 힘을 얻는 모양새다. 집권당인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 내부에서도 전술핵 도입 목소리가 터져나왔다. 전술핵을 당론으로 정한 자유한국당은 아예 자위권적 핵무장론을 꺼내들 태세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5일 본지와의 통화에서 “핵무장론은 현실성이 떨어지지만, 전술핵 재배치는 다르다”며 “힘의 불균형 상태에선 대등한 협상을 할 수 없다”고 잘라 말했다.
◆‘전술핵 반대’ 민주·국민 내부서 배치 목소리↑
정치권에 따르면 전술핵 재배치 등 핵무장론을 둘러싼 여야의 셈법은 복잡하다. 표면적으로는 ‘반대(민주당·국민의당·정의당) 3 대 찬성 2(한국당·바른정당)’ 구도다. 다만 각 당 내부에서도 이견 차는 존재한다. 반대론자는 한반도 비핵화 등의 ‘현실론’, 찬성론자는 핵무기의 비대칭적 특성에 기인한 ‘명분론’과 궤를 같이한다.
대화·제재 병행론을 주창하는 민주당은 연일 ‘전술핵 재배치’ 불씨 끄기에 나섰다. 우원식 원내대표는 이날 원내대책회의에서 “종국에는 대화와 협상 외에 남은 길이 없음을 깨닫게 해야 한다”고 핵무장론에 선을 그었다. 내부에선 “전술핵 재배치 때 북핵을 반대할 명분이 있느냐”는 강경론이 우세하다.
하지만 비주류 중진인 이종걸 민주당 의원은 같은 날 한 라디오에 출연, “한·미가 주도해 북핵을 동결시키는 새 협상 로드맵을 가동할 필요가 있다”며 “마지막 협상 카드는 전술핵 (재배치)”이라고 결을 달리했다.
국민의당도 안철수 대표가 전술핵 재배치 반대의 뜻을 밝혔지만, 당 내부에선 반대 목소리가 커지는 모양새다. 육군 중장 출신인 김중로 국민의당 의원은 이날 “전술핵 배치를 포함한 모든 옵션을 근본적으로 검토해야 한다”고 밝혔다. 김 의원은 국회 국방위원회 국민의당 간사다. 국민의당은 이번 주 전술핵 재배치 논의에 들어갈 것으로 알려졌다.
◆접점 못 찾을 땐 핵잠수함·조건부 전술핵 대안
한국당은 같은 날 전술핵 재배치를 고리로 문재인 정부와 대립각을 세웠다. 홍준표 대표는 국회에서 가진 의원총회에서 “미국 본토에 150기, 유럽에 160기 전술핵이 배치돼 있다”며 “미국이 핵우산으로 대한민국을 보호할 의지가 있느냐, 없느냐의 문제”라고 주장했다. 원유철 의원 등은 더 나아가 자체적인 핵무장론을 주장한다.
한국당과 함께 보수야당을 구축한 바른정당 내부는 한층 복잡하다. 지난 5·9 대선 후보였던 유승민 의원 등은 전술핵 재배치 찬성론자다. 사퇴 기로에 선 이혜훈 대표는 전술핵 재배치 대신 한·미 핵공유 추진을 주장했다. 국회 국방위원장인 김영우 의원은 “논의의 실익이 없다”고 반대 입장을 나타냈다. 다만 ‘유승민 구원등판론’이 힘을 받는 데다 내부에서도 전술핵과 관련, ‘NCND(긍정도 부정도 아닌)' 전략으로 돌파해야 한다는 기류도 적지 않다.
문제는 현실성이다. 우리가 전술핵 재배치를 실현한다면, 한반도를 둘러싼 국가의 핵 도미노 현상이 불가피하다. 미국이 전술핵 전략을 수정할지도 불분명하다. 청와대 안보라인과 국방부 등도 엇박자를 내는 상황에서 정치권도 교집합을 찾지 못할 경우 ‘조건부 전술핵 재배치론’이나 ‘핵잠수함’ 등이 대안으로 떠오를 전망이다.
전자는 북핵 포기 시 전술핵 배치를 포기하는 일종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식 핵 공유다. 후자는 분열 방식의 원자로를 동력으로 사용하는 잠수함으로, ‘한·미 원자력 협정’(한국 정부와 미국 정부 간 원자력의 평화적 이용에 관한 협력 협정) 개정이 필수지만, 청와대에서 긍정적이라는 점에서 유력한 대안으로 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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