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리 작은 약속도 지켜야 신뢰를 얻는다
함원(含園· 전통문화연구회 상임이사)
'사목지신(徙木之信)'. 사마천(司馬遷)의 <사기-상군열전(史記-商君列傳)>에 나오는 말이다. 현대 중국에서는 '사목위신(徙木爲信)' 또는 '사목입신(徙木立信)'이라고 쓴다. '나무를 옮기는 것 같은 작은 일로 신뢰를 쌓는다'는 뜻이다.
상군은 춘추전국시대 위(衛)나라의 공자(公子) 출신인 상앙(商鞅). 그는 자기 나라에서
그러나 상앙은 새로운 법을 공포·시행하려 해도 백성들이 이를 믿고 따르지 않으면 효과를 볼 수 없다고 판단하고, 새 법 공포에 앞서 사목지신을 행한다. 도성 북문에 긴 나무를 하나 세워놓고 이를 남문으로 옮기는 자에게 50금(金)을 주겠노라고 선포한다.
처음에는 아무도 믿지 않아 나무를 옮기려 하지 않았으나 어떤 사람이 나무를 옮지자 곧 그에게 약속대로 50금을 준다. 이에 백성들은 '상앙의 법은 제대로 시행된 것'이라고 신뢰하게 된다. 사소하고 작은 약속을 지켜 국민의 신뢰를 얻은 상앙은 이후 국민의 신뢰를 바탕으로 변법으로 철저하게 시행, 진나라가 천하를 통일하는 초석을 놓았다.
그런데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2014년 3월 5일 "우리는 중앙 8항 규정이 철저히 지켜지도록 해서 진나라 상앙처럼 국민의 신뢰를 얻어야 한다"고 역설했다.
시 주석은 이날 전국 양회(兩會, 중국에서 거행되는 두 개의 가장 중요한 정치행사로 전국인민대표대회와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를 뜻함) 상하이 대표단에 연설하며 이같이 말한 것. 중앙 8항 규정은 (1)격식에 치우친 접대 금지 (2)형식적인 회의 및 행사 지양 (3)문서 형식 간소화, 내실 있는 문서 작성 (4)공무상 해외출장 규모 및 횟수 축소 (5)지나친 경호 업무 지양 (6)회의 관련 언론보도 내용 간소화 (7)개인명의 저서 발간 등의 금지 (8)근검절약 이행 및 청렴한 공직사회 확립을 말한다. 중국판 김영란법이 연상된다.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지 100일이 지났다. 아직은 70~80%대에 가까운 국민의 지지를 받고 있다. 높은 지지 이유는 복합적이겠지만 새 정부의 진정성을 믿고 일련의 개혁 작업에 대다수 국민들이 신뢰와 지지를 보내고 있다는 증좌로 봐도 좋을 것이다. 그러나 이 같은 높은 지지와 신뢰도 한번 깨지기 시작하면 한낱 물거품이요 신기루다.
그동안의 앞선 여러 단임 정권이 출범 초기에는 높은 지지를 구가하다 정권 말에는 어김없이 바닥 지지율을 면치 못한 것은 신뢰 상실부터 비롯됐다. 낙마하는 인사, 엄중한 현실을 외면한 부실 코드 인사가 하나 둘 늘어나 국민이 의구심을 품기 시작하고 불안해하기 시작하며 약속을 어기면서 온갖 핑계를 대며 무능을 드러내면 신뢰는 금방 깨진다. 한번 깨지기 시작한 신뢰는 다시 세우기가 거의 불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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