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보기의 그래그래] 나이 오십 넘어 하면 좋은 일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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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보기 북칼럼니스트·작가
입력 2017-09-07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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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보기의 그래그래]

[사진=최보기 북칼럼니스트·작가]


나이 오십 넘어 하면 좋은 일들

‘돈을 잃으면 작게 잃은 것이요, 명예를 잃으면 많이 잃은 것이고, 건강을 잃으면 다 잃는 것이다’는 말은 틀림이 없다. 지난주 ‘나이 오십 넘어 하면 안 좋은 일들’에 대한 독자들의 반응이 예상을 뛰어넘었다. 연이어 ‘나이 오십 넘어 하면 좋은 일(꼭 해야 할 일)’에 대해서도 정리를 해달라는 요청이 쇄도(?)했다. 그래서 여기저기 조사를 했는데 발군의 일등은 당연히 규칙적인 운동이었다. 그중 많은 이들이 근육의 퇴화를 막고 힘을 기르는 근력운동도 필수라고 했다. 나이 팔십 전후 어르신들을 뵈면 이구동성으로 하시는 말씀 역시 ‘건강한 사람이 이기는 사람’이란다. 공부, 아부, 운동은 평소에 꾸준히 해야지 갑자기 하면 표시 나고 부작용만 더 크다. 이리 당연한 운동을 빼고서 ‘하면 좋은 일들’은 뭘까?

첫째, 은퇴 이후 삶의 계획을 주도면밀하게 세워야 한다. 2모작을 넘어 3모작 시대다. ‘인생칠십고래희(人生七十古來稀)'를 넘어 백세 시대다. 65살을 다 채우고 은퇴를 해도 35년을 더 살아야 한다. 이때의 인생을 어떻게 살 것인가에 대한 준비는 하루아침에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고기도 먹어 본 사람이 먹는다. 직장에만 올인하다 은퇴한 후 무엇을 해야 할지 몰라 무료하게 집에만 있다가 우울증에 빠지는 경우도 많다. 책 읽지, 백두대간 등산 다니지, 하겠지만 평소 그런 일에 익숙하지 않으면 ‘절대로’ 쉽지 않은 일이다. 무슨 일을 하면서 여생을 보낼 것인가의 계획과 준비는 지나치게 꼼꼼할수록 더 좋다.

둘째, 뒤를 부탁할 친구가 있어야 한다. 고 함석헌 선생께서 남기신 명시 ‘그 사람을 가졌는가’의 첫 연은 ‘만리 길 나서는 길/ 처자를 내맡기며/ 맘 놓고 갈 만한 사람/ 그 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다. 생감도 떨어지고 익은 감도 떨어지는 것이 인생이다. 강남이라도 따라올, 장날 거름 지고 시장에 따라올, 내가 관중이라면 포숙 같은, ‘온 세상이 다 나를 버려도 끝까지 내 곁을 지켜 줄’ 지란지교(芝蘭之交)의 친구가 한두 명은 있어야 한다.

셋째, 취미를 확실하게 개발해둬야 한다. 평소에도 취미활동은 생활의 활력소지만 더구나 은퇴 이후의 가장 큰 적은 ‘무료함’이다. 물구나무를 서도 시계는 돈다지만 그렇다고 종일 물구나무나 서고 있을 수는 없지 않은가. ‘장난 치다 애 밴다’고, 취미로 가꿨던 일이 커져 돈벌이까지 된다면 그야말로 금상첨화. 8년 전 취미로 시작했던 나의 글쓰기는 지금 생업 다음의 돈벌이까지 되고 있다. 언젠가 은퇴 이후 도보 여행작가가 돼 책을 내고, 그 책이 베스트셀러가 돼 말년에 돈방석에 앉는 것이 나의 계획이다. 그 준비단계로 곧 주말마다 캠핑을 다닐 생각이다.

넷째, ‘사전연명의료의향서’를 써둬야 한다. 이는 이미 죽은 것이나 다름없는 상태이나 산소호흡기로 심장박동을 지속시키는, 무의미한 연명 치료를 하지 말라는 유언장이다. 인간으로서의 마지막 품위를 지키며 존엄하게 죽을 수 있도록 웰다잉(Well-Dying)을 요구하는 것이다. ‘차마 어찌’와 법 때문에 연명치료를 계속함으로써 재산을 축내 남은 가족들을 가난으로 내몰지 않겠다는 배려다. 사정이 된다면 막중한 치료비를 감당할 보험 하나쯤은 챙겨두는 것이 좋겠다.

다섯째, 교양시민 자격증 하나는 가져야 한다. 유럽의 선진국들이 선진국인 까닭은 시민이 교양을 갖춘, 시민사회가 형성됐기 때문이다. 그 역사가 200년이 넘는다. 오십 넘은 어른으로서 후진들에게 ‘바람직한 꼰대’가 되려면 교양시민이어야 한다. 교양시민은 최소한 한 개 이상의 공존공생을 위한 사회단체에 가입해 ‘성숙한 사회’를 고민한다. 건전한 사회단체에 정기적 기부와 후원에도 능하다. 엊그제 만난 나이 칠십에 가까운 분은 ‘나이가 들수록 돈 쓸 데가 없어지는 것이 고민’이라 했다. 교양시민이 되면 그런 고민 할 이유가 없다. 오십이 넘으면 움켜쥐고 있는 돈이 내 돈이 아니라 쓰는 돈이 내 돈임을 명심하자. 특히나 이 대목에서 교회나 절에 바치는 헌금이나 동창회 연회비를 시민활동으로 오인하면 심히 곤란하다.

여섯째, 후손이 물려받을 애장품 하나는 가지고 있어야 한다. 그것이 반드시 고가의 명품일 필요는 없다. 자식일 경우, 오래도록 부모를 기억하고 추억할 물건이면 무엇이든 좋다. 아버지가 입던 옷을 오랫동안 입으며 ‘아버님께서 생전에 입으셨던 옷’이라 말하는 친구를 봤다. 아버지께서 쓰시던 지갑이나 시계를 아끼는 친구도 봤고, 엄마가 날마다 닦으며 윤기를 내셨던 도자기를 소중히 간직하는 친구도 봤다. 그런 것들을 통해 부모를 추억하는 그 친구들 모두 보기에 참 좋았다.

일곱째, 자나 깨나 사기꾼을 조심해야 한다. 지금은 인터넷 등의 발달로 상황이 많이 달라졌지만 아주 예전에 ‘교장 선생님, 은행 지점장, 군 장성의 퇴직금은 먼저 보는 사람이 임자’라는 말이 있었다. 한 분야에만 파묻혀 오래 있다 보니 사회 물정에 어두워 속여먹기 쉽다는 뜻이 담겼다. 전문 사기단들의 재산 1호는 속여먹기 쉬운 사람들의 명단이다. 이들은 워낙 지능적이라 걸리면 ‘당하는지 모르고 당하는’ 것이 예사다. 이들은 하루아침에 작업하지 않는다. 길게는 4~5년을 잡고 작업한다. 타깃에게 바로 접근하지 않고 그와 가장 가까운 사람에게 먼저 접근한다. 사기꾼에게 당하지 않으려면 이것 하나만 명심하면 된다. 세상에 공짜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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