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북한 조선노동당 위원장의 해외 자산 동결과 대북 원유 수출 금지 등을 담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추가 대북제재 결의안 초안이 공개됐다. 김 위원장에 대한 안보리 차원의 제재는 사상 초유의 조치로, 역대 최고 수준의 대북 제재가 현실화될지 주목된다.
◆ '자산 동결·여행 금지' 김정은 직접 제재 본격화
영국 일간 인디펜던트, 포린 폴리시 등 외신의 6일(이하 현지시간) 보도에 따르면 미국이 작성한 이번 결의안 초안에는 해외 자산 동결과 여행 금지 등 김정은 위원장에 대한 직접적인 제재 방안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김 위원장은 북한 인권 문제와 관련해 미국의 제재를 받은 적은 있지만, 안보리 차원의 제재 조치가 나온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김 위원장의 해외 재산 소재지를 찾기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에 따라 자산 동결 조치는 심리적 압박을 통한 상징적 효과를 낼 것이라는 기대감이 나온다. 여행 금지 조치는 중국 등 해외 순방을 차단할 수 있다. 김정은 외에 북한 고위 관리와 노동당 간부, 고려항공 등 주요 지도부와 기관들도 자산 동결·여행 금지 명단에 올랐다.
이번 초안에는 당초 예상대로 북한의 생명줄인 원유 공급을 중단하는 내용도 포함되어 있다고 로이터 등 외신은 보도했다. 금지 품목에는 원유와 함께 응축물, 정제 석유 제품, 가솔린 등의 반입·공급도 포함된다. 미 에너지정보청(EIA)에 따르면 북한의 연간 원유·석유제품 수입량은 평균 150만∼200만t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원유 수입량 가운데 90% 이상을 중국에 의존하고 있는 상황에서 원유 수출입이 차단되면 북한 경제에 적지 않은 타격을 줄 것으로 보인다.
외신들은 이번 초안이 지난달 5일 채택한 안보리 결의안 2371호의 허점을 상당 부분 보완했다는 평가를 하고 있다. 폭스뉴스 등에 따르면 기존 제재 대상인 '신규 노동자 송출 금지' 조항을 '해외 노동자의 고용 및 임금 지급 금지'까지로 확대했다. 전 세계 40여개국에 있는 북한 노동자 5만명의 수입이 막히면 북한 경제도 타격이 불가피하다.
이 밖에 유엔 회원국이 자국 공해상에서 유엔 제재 명단에 오른 북한 화물용 선박을 대상으로 운항 차단, 검색을 할 수 있는 권한도 마련한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 밀수 선박 등을 단속할 때 군사력 등 모든 수단을 동원할 수 있게 하는 조항이 포함돼 있다.
◆ 중·러 찬성이 관건··· 트럼프·시진핑 전화통화 효과 낼까
안보리가 목표하고 있는 대북 추가 제재 결의안 표결 날짜는 11일이다. 현재 미국을 제외한 안보리 14개 이사국의 결의안 초안 회람 절차가 진행 중이다. 결의안이 채택된다면 결의안 2371호를 만장일치로 채택한 지 한 달여 만에 역대 가장 높은 수위의 대북 제재가 시작된다.
관건은 중국과 러시아의 입장이다. 결의안이 채택되려면 중국·러시아 등 5개 상임이사국을 포함한 9개 이사국의 찬성이 필요하다. 중국과 러시아는 그동안에도 안보리 차원의 대북 제재 결의에는 동참했지만 원유 금수 조치 등 초강력 제재는 적극 반대 입장을 밝혀왔다. 이번에도 결의안 초안에 지지 의사를 밝히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북한이 일방통행식 도발을 계속하고 있는 만큼 미국과 일본 등 국제사회는 이번 결의안을 반드시 통과시켜야 한다는 입장이다. 중국과 러시아에 대한 개별 국가 간 설득이 필요하다는 분석이 나오는 가운데 미국이 중국, 러시아의 반대와 상관없이 표결을 강행하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이런 가운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시진핑 중국 주석과 전화회담을 통해 북핵 문제를 논의한 것으로 알려져 중국에 대한 설득 작업에 돌입한 게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CNN 등의 보도에 따르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날 시 주석과의 전화통화를 통해 "대북 군사행동은 첫 번째 선택이 아니다"라며 "군사행동을 제외한 다른 압박 수단을 먼저 활용할 것"이라고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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