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은 폭행 영상이다. 권성문 회장이 출자사 직원을 때리는 영상이 보도됐다. 잇달아 횡령ㆍ배임 혐의도 터졌다. 그가 회사 출장에 가족을 동반했다나. 이때만 해도 다른 목소리가 없었다.
갑자기 이병철 부회장이 진위를 알 수 없는 소문에 등장했다. 그가 권성문 회장에게서 경영권을 빼앗으려고 내부고발자로 나섰다는 거다. 이병철 부회장이 2대주주이기는 하다. 한술 더 떠 이병철 부회장과 하나금융지주 김승유 전 회장이 관련돼 있는 부동산신탁사 매각 논란도 불거졌다.
이런 일은 드물다. 노사 갈등이 아니라면 한 회사에서 다른 목소리는 거의 안 나온다. 그런데 KTB투자증권에서는 최고위층인 회장ㆍ부회장이 서로 다투는 것처럼 보인다. 이렇게 생각하게 만드는 소문이 사실관계를 따지지 않은 채 돌아다닌다.
그런데 모두 사실만 얘기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일단 경영권 분쟁이 생길 공산이 크지 않다. 두 사람은 지분율에서 차이가 크다. 횡령ㆍ배임 혐의에 따른 대주주 적격성 심사도 마찬가지다. 심각한 범죄가 아니라면 경영권을 박탈한 전례가 없다. 김승유ㆍ이병철 논란에서도 신탁사 매각이 왜 부적절했는지 제대로 설명하지 않는다.
돌고 돌아 3자가 개입했다는 얘기까지 나온다. 서로 자신이 옳다고 말하니 이럴 수밖에 없을 거다. 끝까지 확인할 수 없다면 이 시나리오로 덮는 것도 괜찮을지 모른다. KTB투자증권은 금융사일 뿐 아니라 상장사다. 고객과 투자자를 먼저 생각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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