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를 둘러싼 파장이 정치권을 덮쳤다. 정부가 7일 사드 잔여 발사대 4기 반입을 완료했다고 공식 발표하자, 더불어민주당은 “임시 배치”라고 엄호에 나섰다. 사드 ‘최종 배치’는 아니라는 얘기다. 양자의 차이는 행정적·법률적 허가 여부다. 당·청의 전략적 모호성은 사드 갈지자 행보에 대한 비판과 반대론자가 많은 지지층 이탈을 막으려는 정치적 수로 분석된다.
보수야당은 정부의 사드 배치에 대해 “만시지탄”이라며 환영의 입장을 밝혔지만, ‘임시 배치’ 주장에 대해선 “그간 사드 괴담을 퍼트렸다”며 대여 공세에 나섰다. 국민의당은 사드 배치의 불가피한 현실을 수용한다는 입장이다. 원내 유일한 진보정당인 정의당만이 “박근혜 정부와 무엇이 다르냐”고 비판했다. 민주당·국민의당은 ‘불가피’, 보수야당은 ‘적절’, 정의당은 ‘반대’인 셈이다.
사드 배치를 둘러싼 표면적인 찬반 구도는 ‘4(찬성) 대 1(반대)’이다. 그러나 △법적(국회 비준 동의 등 절차적 정당성) △정치적(대선 공약 파기) △경제적(중국의 경제보복) △사회적(일반환경영향평가를 둘러싼 보혁 갈등) 전선을 놓고는 미묘한 입장차를 보인다. 북한의 제6차 핵실험으로 사드 배치 당위성이 힘을 얻지만, 네 가지 암초를 넘지 못할 경우 만만치 않은 후폭풍에 직면할 것으로 보인다.
◆‘사드 반환’ 주장한 與 침묵…롤러코스터 안보정책
당·청의 사드 배치 기조는 ‘전략적 모호성’이다. 문 대통령은 후보 시절부터 ‘차기 정부 결정론’을 앞세워 이 같은 포지션을 취했다. 정부 출범 이후에도 마찬가지다. 집권당인 당이 ‘임시 배치’를 강조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사드 배치의 논리적 근거는 ‘레드라인’(한계선)을 넘은 북한 도발 등 정세의 변화다. 문 대통령의 사드 ‘임시 배치’ 지시도 지난 7월28일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 화성-14호 발사가 변곡점으로 작용했다. 북한이 이를 능가하는 제6차 핵실험을 감행한 만큼, 사드 배치를 미룰 수 없다는 것이다.
다만 사드의 적극적 옹호파는 찾기 어렵다. 민주당 다수가 침묵한 가운데 우원식 원내대표만이 이날 정책조정회의에서 “안보를 확보하기 위한 불가피한 조치”라면서도 “최종 배치는 일반환경영향평가를 거쳐서 신중히 결정할 것”이라고 짧게 말했다. 우 원내대표는 넉 달 전만 해도 ‘사드 반환’을 주장했었다.
◆사드 임시배치, 비준동의 불필요?…“국회 절차 밟아야”
문제는 이제부터다. 민주당은 야당 시절 사드 반대의 명분으로 ‘국회 비준 동의’를 내걸었다. 당내 사드대책특별위원회(사드특위)는 지난 7월6일 비공개회의에서 “사드 배치는 북한의 ICBM 대책이 아니다”라고 결론 내렸다. 현재는 국회 비준 동의 대신 일반환경영향평가를 절차적 정당성의 수단으로 삼으려는 움직임만 포착된다.
한상희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이날 본지와 통화에서 “사드는 주한 미군 주둔지가 늘어나고 군사전략이 바뀌는 등 군사주권과 관련된 사안”이라며 “임시 배치든, 정식 배치든 국회의 동의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당 내부에서도 ‘임시 배치=정식 배치의 사전작업’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선(先) 배치-후(後) 일반환경영향평가’ 절차가 사실상 요식행위에 불과하다는 얘기다. 국회 한 관계자는 “군사 배치에서 ‘임시’가 의미 있겠느냐”고 잘라 말했다.
이 경우 대선 공약 파기를 둘러싼 정치적 쟁점화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이정미 정의당 대표는 “공약 파기를 우습게 여기는 건 박근혜 하나로 족하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김무성 바른정당 의원은 “제2·3의 사드 배치를 서둘러야 한다”고 압박했다.
◆커지는 한한령 남남갈등까지···‘내우외환’
한한령(限韓令)을 비롯한 중국의 경제 보복도 넘어야 할 산이다. 최근 현대자동차의 중국 공장 가동 중단이나 롯데마트의 영업정지 등도 사드 보복과 무관치 않다.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연구원의 ‘한·중 수교 25주년 평가와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한국의 대중국·중국의 대한국 투자는 각각 46.3%, 32.3% 축소됐다. 미증유의 위기에도 여당 소속 의원들은 “중국의 경제 보복이 오래가지는 않을 것”이라고 근거 없는 낙관론을 편다.
성주 주민과 진보진영 등의 반발도 난제다. 임시 배치한 사드의 남은 절차는 ‘한·미 간 2차 부지 공여 협의→일반환경영향평가→최종 배치’다. 사회적 합의를 외면한 정부가 향후 과정에서도 일방 통행한다면, 남·남 갈등은 불 보듯 뻔하다. 성주 주민들은 ‘철거 투쟁’을 예고했다. 제2의 제주해군기지 사태로 전락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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