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사 문제로 경색됐던 한·일 관계가 북한의 핵·미사일 도발로 인해 어느 때보다 긴밀한 공조 체제로 강화되는 분위기다.
북한의 위협에 직접적으로 노출된 한국과 마찬가지로 북한 미사일의 홋카이도 상공 통과를 경험한 일본 정부도 북핵문제가 가장 큰 현안으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문재인 대통령과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6일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정상회담을 갖고 북한이 도발을 멈추도록 역대 최고 수준의 고강도 제재와 압박을 가해야 한다는 데 인식을 같이했다.
문 대통령은 취임 직후였던 지난 5월 11일 아베 총리로부터 축하 전화를 받은 데 이어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 도발 뒤인 5월 30일, 8월 7일, 8월 25일, 8월 30일과 북한의 6차 핵실험 다음 날인 지난 4일 등 모두 6차례 통화를 했다.
이처럼 양 정상 간 잦은 접촉은 경색된 양국 관계의 개선으로 이어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아베 총리가 먼저 "지난달 세 번 전화 회담했고, 이달에는 지난 4일 북한 핵실험 후에도 전화 통화를 했다"며 "여러 가지 과제에 대해 상세하게 시기에 맞도록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관계를 구축해 기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에 문 대통령은 "북한의 계속되는 도발에 일본 국민도, 한국 국민도 많은 걱정을 하고 있다"며 "일본 국민께 위로의 말씀을 전한다"고 화답했다. 이어 "그런 만큼 한국과 일본 양국의 긴밀한 관계가 절실해졌다"고 덧붙였다.
또 아베 총리는 문 대통령에게 도쿄에서 열릴 한·중·일 정상회담 참석을 요청했고, 문 대통령도 아베 총리에게 평창 동계올림픽 참석을 요청했다.
이날 회담에서는 양국 모두 그간 한·일 관계 개선에 발목을 잡은 과거사 문제에 대해 되도록 갈등을 노출하진 않았다. 일본군 위안부 문제와 강제동원 피해자 배상 문제 등 과거사 문제도 일부 언급됐으나 두 정상은 과거사 문제를 안정적으로 관리하면서 미래지향적이고 실질적인 교류와 협력을 강화해 나가자는 데 의견을 모은 것으로 알려졌다. 과거사 문제의 해결을 강조하기보다 역사문제가 양국 관계 개선에 걸림돌이 돼서는 안 된다는 쪽에 무게가 실렸다는 시각이 나왔다.
그러나 회담 직후 일본 교도통신은 아베 총리가 문 대통령에게 “징용공 문제에 대해서는 (1965년) 한·일청구권협정에 근거해 '해결된 것'이라는 입장을 재차 전달했다"고 보도했다.
아울러 통신은 아베 총리는 일본군 위안부 문제에 대해서도 "'한·일 합의를 착실히 이행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이처럼 과거사 문제에 있어 일본이 기존 입장에서 한 치도 물러나지 않고 있는 데다 오히려 국내 정치적으로 활용하다는 점에서 향후 한·일관계의 근본적 개선은 일본의 태도에 달려 있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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