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행법상 보통결의는 총 발행주식의 4분의1 이상을 채워야 하고, 출석주주의 과반 찬성을 얻어야 안건을 통과시킬 수 있다. 특별결의는 발행주식 총수의 3분의1 이상, 출석 주식의 3분의2 이상 찬성을 얻어야 한다. 만만치 않은 요건이다. 이 때문에 기업의 고민을 덜어주고자 도입된 것이 이른바 '그림자 투표'라 불리는 '섀도보팅(Shadow voting)' 제도다.
1991년 도입된 이 제도는 예탁결제원의 예탁분을 주총 결의 비율을 반영, 투표에 합산하는 의결권 대리행사 제도다. 주총에 참석하지 않아도 투표한 것으로 간주해 출석한 주주들의 투표 비율을 그대로 적용한다.
이 섀도보팅제가 27년만에 폐지된다. 소수 지분으로 그룹을 경영하는 일부 대기업 총수, 경영진의 경영권 강화 수단으로 악용된다는 지적이 많았다. 또 부실 경영을 은폐하는 꼼수로 활용된다거나, 이 같은 악용사례로 인해 소액주주들의 권리를 무시한다는 비판이 높았기 때문이다. 이미 금융당국은 2015년에 해당 제도의 폐지를 결정했지만, 혼란을 막고자 3년간 폐지를 유예했다.
개정안에서는 보통결의의 경우 발행주식총수의 5분의1 이상을 의사정족수로 규정하고 출석한 주식수의 과반수의 찬성으로 결의할 수 있도록 했다. 특별결의는 발행주식 총수의 4분의1 이상을 의사정족수로 규정하고 출석한 주식수의 3분의2 이상 찬성으로 결의할 수 있도록 기준을 낮췄다. 출석 주식 수를 기준으로 결의하는 미국, 일본 등의 사례를 따른 것이다. 윤 의원실에 따르면 미국, 일본, 중국, 영국, 독일, 프랑스, 호주 등 주요국 가운데 발행주식 총수 일부의 찬성 조건을 내건 나라는 우리나라가 유일하다.
윤 의원은 "한국거래소 자료에 의하면 대다수 투자자들의 주식보유 기간이 코스피는 5.2개월, 코스닥은 2.9개월에 불과한데, 이는 투자자들의 주식보유 목적이 투자수익 획득에 있어 의결권 행사에는 무관심할 수밖에 없다는 방증"이라며 "(섀도 보팅이 폐지되면) 상당 수 상장회사의 경우 주주들의 무관심과 현실적, 제도적 제약으로 주주총회 운영 및 주요의안에 대한 결의에 상당한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번 법안과 함께 앞서 발의한 전자투표(서면투표 포함) 의무화 법안 등이 함께 작용한다면 섀도보팅제 폐지의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섀도보팅제의 대안으로 금융당국은 전자투표제를 독려하고 있다. 그러나 예탁결제원에 따르면 2016년 12월 결산법인(올해 3월말 기준)의 전자투표 행사율을 보면 주식 수 기준 2.1%, 주주 수 기준 0.2%에 불과했다. 전자위임장 행사율은 각각 0.1%, 0.002%에 그쳤다. 반면 최근 3년간 섀도보팅 요청 기업은 2014년 312곳에서 2015년 457개사, 2016년 642개사로 꾸준히 늘고 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