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정부에서 장하성 라인이 '금맥(金脈)'이라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금감원장을 비롯해서 산업은행 회장 등 주요 금융 수장 자리에 장 실장과 연결된 인물들이 대거 내정됐기 때문이다.
8일 금융권에 따르면 최흥식 금감원장을 포함해서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 은성수 수출입은행장 내정자 모두 장하성 실장과 막역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장하성 라인'이 급부상하고 있다.
최흥식 금감원장 내정자와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 내정자 등은 장 실장과 경기고 동문이다. 장 실장은 인선 과정에서도 이들을 강력하게 추천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종구 금융위원장과 장 실장은 고려대 동문으로 연결된다. 지난 7월 문재인 대통령이 최종구 금융위원장에게 임명장을 수여하면서 "우리 (장하성) 정책실장이 아주 강력하게 추천을 했는데 함께 잘 콤비를 이뤄서 잘해주길 부탁드린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사실 새 정부 초기에는 문재인 대통령의 모교인 경남중·고, 경희대 출신 인사들이 대거 기용될 것이라는 말이 무성했다. 하지만 인사가 서서히 진행되면서 금융가에서는 "장하성 실장의 인맥이 끝판왕"이라는 말이 돌고 있다. 적어도 금융권에서는 대통령보다 장 실장의 입김이 더 막강하다는 뜻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경기고 출신들이 한국 경제를 쥐락펴락했던 게 사실이다"며 "박근혜 정부 때 서강대 출신들이 주목을 받으면서 잠시 소외됐던 경기고, 고려대 출신들이 이번 정부 들어서 다시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 매 정부 때마다 나타나는 '금맥(金脈)'
새 정부가 들어서면 어김없이 특정 인맥들이 주목을 받으면서 금융권 요직을 장악하고 우리 경제 전반에 큰 영향력을 미쳤다.
이명박 정부는 출범 초기 노무현 정부 때 임명된 기관장들에 대해 일괄 사표를 받은 뒤 대대적인 물갈이를 했었다. 금융공기업 기관장부터 감사, 비상임이사에 이르기까지 줄줄이 옷을 벗었다.
이후 고려대 출신들이 요직을 꿰찼다. 4대 천황 가운데 3명이 고려대 출신이었다. 실제로 어윤대 전 KB금융지주 회장, 이팔성 전 우리금융지주 회장, 김승유 전 하나금융지주회장, 강만수 전 KEB금융그룹 회장은 MB정부 내내 금융시장을 쥐락펴락했다. 하지만 새정부 5개월 만에 이들 모두 사임하면서 막을 내렸다. 이후 이들은 각종 혐의로 당국의 조사와 재판을 받아야만 했다.
박근혜 정부에서는 박 전 대통령의 모교인 서강대 출신 인사들이 주목을 받으면서 금융권을 장악했다. 홍기택 전 KDB금융그룹 회장, 이덕훈 전 수출입은행장 등이 대표적이다. 국책은행은 물론 민간 금융사까지 서강대 인맥들이 들어서면서 금융권에 막강한 라인을 구축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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