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영문 신임 관세청장이 지난달 23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 면세점 선정비리 관련 제도 개선 방안을 기재부와 협의해 9월 초까지 정리하겠다고 답변하고 있다. [연합뉴스]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추가 배치에 따른 중국인 관광객(유커) 급감 등 국내 면세점업계의 불안감이 커지자, 정부가 신규 면세점의 ‘개장 유예’를 허용키로 했다.
10일 정부 당국과 면세점업계에 따르면, 관세청은 조만간 특허심사위위원회를 열어 신규면세점 개장일 연기를 논의한다.
당초 오는 12월까지 개장해야 하는 대기업 계열 현대백화점면세점(코엑스)과 신세계면세점(강남센트럴시티), 중소중견업체인 탑시티(신촌민자역사)의 개장일을 최소 6개월에서 최대 1년까지 연기를 허용할 방침이다.
앞서 이들 3개 면세점은 지난해 12월 입찰심사를 거쳐 서울 시내 신규면세점 특허를 획득했다. 관련 법규에 따르면, 신규 특허를 따낸 면세점은 관세청의 사전승인 통보일로부터 12개월 이내 개장해야 한다.
앞서 이들과 함께 특허를 획득한 롯데면세점은 지난 1월 5일 월드타워점을 즉각 개장했다. 이미 운영을 해온 업장이라 별도의 세리머니나 자축행사도 없이 곧바로 영업을 하며 발빠르게 ‘유커 특수’를 노렸다. 하지만 기쁨도 잠시, 지난 2월말 롯데그룹이 경북 성주 사드 부지를 전격 제공하면서 롯데면세점은 사드 보복의 직격탄을 맞으며 연일 어려움을 겪고 있다.
업계 1위인 롯데면세점의 상황을 지켜본 신규 면세점 3개사는 한국면세점협회 등을 통해 중국의 사드 보복을 이유로 관세청에 영업개시일 연기를 공식 요청했다.
그러나 관세청은 영업개시일 연기에 부정적이었다. 하지만 최근 한화갤러리아타임월드가 제주공항 면세점 특허권을 반납하는 등 사드 보복에 따른 업계의 실적 악화가 현실로 드러나면서 한 발 물러난 것으로 보인다.
실제 면세점업계는 올 상반기 전체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85% 급감하는 등 고전하고 있다. 업계 1위인 롯데면세점은 지난 2분기 14년 만에 영업이익 적자를 겪고 있고 높은 임대료 부담에 인천국제공항 제1터미널 면세점 철수마저 검토할 지경이다.
이런 가운데 정부가 지난 7일 사드 잔여발사대 4기를 추가 설치하면서 중국 정부의 맹공세가 이어지자, 면세점업계의 불안감은 고조되고 있다. A면세점 관계자는 “이번에 그나마 추석연휴가 최장 열흘까지 길어져 매출 회복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면서 “내년까지 사드 보복이 이어지면 문 닫는 면세점이 속출할 수 있고 신규면세점 개장도 불투명하다”고 한숨을 쉬었다.
정부도 이런 우려를 더 이상 외면할 수 없어, 이번에 신규면세점 개장 연기를 허용하기로 했다는 분석이다. 사드로 인한 면세점업계 전반의 경영환경이 급변했다는 점을 인정한 셈이다. B면세점 관계자는 “신규면세점이 지금 시점에 개장하면 적자가 불가피하다”면서 “무분별하게 시내면세점을 확대한 면세점 특허제와 심사제도 개선도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39년 만에 검사 출신 김영문 청장이 새로 부임함에 따라, 관세청은 최근 감사원 감사 결과 드러난 ‘밀실심사’, ‘깜깜이 심사’로 지적받는 면세점 전반을 손보고 이달 중 제도 개선안을 발표할 예정이다. 골자는 면세점 특허 사업자 선정 방식을 바꾸고, 심사위원 명단 공개 등이다. 다만 정부 주도의 특허제는 유지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