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 잘 날 없었던 부산국제영화제가 어렵사리 22살을 맞게 됐다. 2014년 ‘다이빙 벨’ 상영으로 촉발된 정권의 외압 사태 후 크고 작은 몸살을 앓았던 부산국제영화제가 시련을 넘어 한 뼘 더 성장한 모습으로 관객들을 맞을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리는 상황이다.
11일 서울 중구 을지로 프레지던트호텔에서는 제22회 부산국제영화제(이하 BIFF)의 공식 개최 기자회견이 열렸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김동호 이사장과 강수연 집행위원이 참석, BIFF를 둘러싼 안건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이날 기자회견은 제22회 BIFF의 경향을 미리 알아볼 수 있는 자리였다. 개·폐막작을 비롯한 상영작품, 초청 게스트와 주요행사 등 세부 계획들이 최초 공개됐다.
이어 김동호 이사장은 “제22회 BIFF는 새롭게 시도되는 아시아 독립영화 간의 네트워크 구축을 위한 플랫폼, 독립 장편영화 지원 사업 등으로 한국영화계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소개, 한층 업그레이드된 제22회 BIFF를 기대케 했다.
오는 10월 12일 개막해 21일 폐막하는 제22회 BIFF는 예년보다 풍성해진 프로그램을 선보일 계획. 영화의 전당, 롯데시네마 센텀시티, CGV센텀시티, 메가박스 해운대(장산), 동서대학교 소향씨어터까지 5개의 극장, 32개 스크린에서 상영회를 거치며 75개국에서 초청한 298편의 영화가 상영될 예정이다.
김동호 이사장이 언급한 대로 올해 BIFF는 새롭게 시도되는 플랫폼 및 프로그램을 소개할 예정. 아시아영화를 향한 故김지석수석프로그래머의 애정과 열정을 이어 아시아독립영화인 네트워크 ‘플랫폼 부산’을 런칭, ‘아시아 영화의 창’에 초청된 월드프리미어 영화를 대상으로 ‘지석상’을 마련해 아시아영화 발굴과 지원에 나선다. 아시아 영화의 지도를 위한 발판의 한국영화회고전 및 특별전을 열고 아시아필름마켓을 통해 대내외 행사 유치를 통해 마양한 기회를 마련한다. 또 브이알 시네마 인 비프(VR CINEMA in BIFF)를 런칭, VR 영화의 미래를 전망한다.
올해 BIFF를 마지막으로 김동호 이사장과 강수연 집행위원장은 위원직을 사퇴한다. 최근 영화제와 관련해 “책임지고 사퇴하겠다”는 뜻을 밝혀왔다.
앞서 BIFF 영화제 사무국은 강수연 집행위원장의 소통 단절·독단적 행보를 문제 삼았고 김동호 이사장 역시 적극적으로 문제를 해결하지 않았다며 비난받았다.
강수연은 내년 2월이 임기지만 제22회 BIFF가 마무리되면 위원직을 사퇴하겠다는 입장. 그는 “어떤 일이든 간에 실질적으로 영화제 운영을 하고 있었던 제 책임이 크다. 그것이 예전 일이든, 현재 일이든 제가 책임을 져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영화제를 끝까지 개최하려고 노력하는 점도 영화제에 대한 불신을 잠식시키고자 함이다. 영화제 개최에 대한 불신을 안기는 것은 영화제에 도움이 안 되는 일”이라며 “무슨 소리를 듣더라도 올해까지 책임을 지고 마치겠다”고 말했다.
또한 각 협회의 보이콧 현황에 관해 “PGK(한국영화프로듀서조합)는 보이콧을 철회했고, 한국영화산업조합, 촬영감독 조합, 감독조합 등을 보이콧을 유지하고 있다. 또 여성영화인협회는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유보 상태”라고 알렸다.
김동호 이사장 또한 3년의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사퇴를 결정했다. 김동호 이사장은 “강수연 위원장을 옥지로 공동집행위원장으로 모시고 어렵게 영화제를 이끌어왔는데 갑자기 소통이 안 된다며 비난하는 것이 이해가 가지 않는다. 하지만 강 위원장은 그들의 비판을 받아들이고 즉시 그만두겠다고 얘기했기 때문에 함께 물러나는 것이 옳다고 생각했다. 책임자의 도리”라고 설명했다.
말도 많고 탈도 않았던 BIFF.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위기의 상황임은 분명하다. 그러나 강수연 집행위원장을 비롯해 김동호 이사장, 영화제 사무국, 프로그래머들이 “영화제에 대한 불신을 잠식시키기”위해 분투 중이다. 시련을 이겨낸 BIFF가 더욱 성장한 모습으로 관객들을 맞을 수 있기를 기대한다.
한편 제22회 BIFF의 개막작은 신수원 감독의 영화 ‘유리정원’이, 폐막작은 대만 영화계의 여성 거장 실비아 창의 ‘상애상친’이 선정됐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