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다가 정부는 아직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 정부는 성급히 마련한 4차 산업혁명 전략을 3년 동안 7차례 변경하며 4차 산업혁명 준비에 걸림돌을 자처했고, 올해 5월 새 정부가 약속했던 '4차산업혁명위원회'는 아직 출범 전으로 5년의 대장정을 시작조차 못하고 있다. 이에 업계에서는 "전 세계가 2025년을 시대 전환의 해로 잡고 있지만, 2050년 정도는 돼야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모두가 느낄 수 있지 않을까"라고 전망하기도 했다.
11일 현대경제연구원에 따르면 4차 산업혁명에 대비하기 위해 '철저히 준비하고 있다'고 답한 기업은 2.2%에 불과했다. '준비하고 있다'는 기업은 26.7%였으며, 전체 기업의 70% 정도는 준비를 못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대기업들은 연구·개발(R&D) 인력 확보와 투자를 아끼지 않으며 '인공지능 비서', '자율주행 기술' 등을 선보이고 시장 선점을 위한 스타트를 끊었다. 실제로 삼성전자의 스마트폰 음성인식 비서 '빅스비'에는 3000여명의 개발진이 투입된 것으로 알려졌으며, 네이버는 R&D 전문 자회사 '네이버랩스'에 3년간 1200억원을 투자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중소기업들은 아직 4차 산업혁명 인지 유무를 논하는 수준이다.
지난 8일 서울 중구 한국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제1회 중소기업 기술혁신 포럼'에서 최수규 중소벤처기업부 차관은 "우리는 급격한 기술 변화 속에서 가상과 실재가 통합되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살고 있으나, 현 중소기업의 대응 수준은 많이 부족하다"고 말했다. 최 차관은 지난해 중소기업중앙회가 발표한 '4차 산업혁명 중소기업 인식 및 대응조사'에서는 기업의 94%가 4차 산업혁명을 제대로 준비하지 않고 있다고 답한 것을 예로 들기도 했다.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받아들이기 위한 필수 조건인 '보안' 시스템 구축에 있어서는 훨씬 더 뒤처진다. 한국인터넷진흥원에 따르면 작년 기준 국내 50개 중소기업 제조공장 가운데 80.5%가 정보보호 전담 부서를 두지 않고 있다고 답할 정도였다.
이에 정부는 4차 산업혁명을 선도하는 혁신 창업국가를 만들겠다는 비전을 담은 국정운영 계획을 내놓았다. 올해부터 내년까지 4차 산업혁명 추진기반을 구축하고, 2019년부터 2020년까지 분야별 신산업을 육성해 2021년부터 2022년까지 신산업 육성 성과를 본격 창출한다는 계획이다.
더불어 미래 산업환경에 맞는 각종 규제를 재설계하는 작업에도 착수했다. 4차 산업혁명 선제 대응을 강조하는 '새 정부 규제개혁 추진방향'을 확정하고 '혁신'과 '민생'을 키워드로 세부과제들을 마련키로 했다. 출범을 앞둔 4차 산업혁명위원회와 긴밀한 협조체계를 구축하기로 했다.
정민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대부분 기업들의 '4차 산업혁명' 준비 정도가 미흡한 것으로 나타나 정부 및 기업의 선제적이고 적극적인 대응책 마련이 필요하다"면서 "4차 산업혁명을 위한 생태계 구축을 위해서는 과감한 선제적 규제 개혁과 제도 도입으로 한국 경제 시스템의 유연성을 강화해야 하며 창의적·혁신적인 인재 육성과 전문 인력 확보는 물론, 기업은 '4차 산업혁명'이라는 산업 패러다임의 변화를 인식하고 중장기적인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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