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채용 비위' 등 공공기관장들의 부정 행위가 잇달아 적발된 가운데, 백운규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이들이 직위를 유지할 순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백 장관은 '국정철학 공유'를 강조하며 문재인 정부의 국정철학과 맞지 않는 공공기관장의 교체 가능성도 언급했다.
백 장관은 11일 정부세종청사 인근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최근 공공기관장 부정행위 적발에 대해 "감사원 감사 또는 수사 결과, 문제가 있는 것으로 나오는 그런 분들은 직을 유지할 수 없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감사원은 지난 5일 김정래 한국석유공사 사장, 정용빈 한국디자인진흥원 원장, 백창현 대한석탄공사 사장 등과 관련해 채용 관련 비위행위가 적발됐다고 발표했다. 정용빈 원장은 11일 사표를 제출했다.
또 지난 8일 뇌물수수·업무방해 혐의로 구속된 박기동 한국가스안전공사 사장을 겨냥한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박 사장은 지난 2013~14년 직무와 관련이 있는 업체들로부터 수천만원 상당의 금품을 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산업부는 '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에 따라 소속 산하기관장이 직무를 충실히 이행하지 않았다고 판단할 경우, 공공기관운영위원회를 거쳐 대통령 등 임명권자에게 해임을 건의할 수 있다.
이들 기관의 주무부처 수장인 백 장관이 이 같은 의사를 밝힘에 따라 기관장 교체는 피할 수 없을 전망이다.
우선 첫 번째 대상은 김정래 석유공사 사장이 될 것으로 보인다. 김 사장은 감사원 발표 이후 '자진 사퇴설' 등을 강하게 부정하면서 소셜네트워크 서비스에 "절차에 따라 해임 당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산업부는 감사원의 요청으로 규정과 절차에 따라 관련 조치를 검토하고 있으며 해임건의 등 강도 높은 징계 수위까지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산업부는 문제가 된 공공기관장들에게 자진 사퇴 등을 권유한 뒤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해임 절차를 밟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와 함께 백 장관은 공공기관장과 정부의 발맞추기도 강조했다. 백 장관은 공공기관장 인사에 대한 질문에 "취임 후 공공기관장과의 간담회를 통해 국정철학을 공유했다"며 "이를 통해 같이 가실 수 있는 분들은 같이 갈 것"이라고 답변했다.
이어 "전문성이 있고 국정철학을 공유할 수 있는 사람이 있다면 누가 재단할 필요는 없다"고 덧붙였다.
정부의 국정철학과 맞는다면 유임 가능성이 있지만 국정철학과 맞지 않는다면 임기가 남아 있더라도 물갈이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이와 관련, 산업부 산하 공공기관의 경우 연말까지 수장 15명 이상이 무더기로 물갈이될 전망이다.
현재 산업부 산하에는 공기업 16곳, 준정부기관 15곳, 기타 공공기관 10곳 등 41개 공공기관이 있다.
최근 한국가스공사, 한국원자력환경공단, 한국동서발전, 한국전력기술 등 기관장이 공석이거나 이종인 한국원자력환경공단 전 이사장과 이재희 한전원자력연료 전 사장처럼 임기가 만료된 뒤 직무를 수행 중인 공공기관이 적지 않다.
특히 △임수경 한전KDN 사장(10월 20일) △이석순 한국가스기술공사 사장(10월 24일) △유상희 한국전력거래소 이사장(11월 13일) △김익환 한국광해관리공단 이사장(10월 7일) △정재훈 한국산업기술진흥원장(11월 1일) △이원복 한국산업기술시험원장(10월 26일) △함승희 강원랜드 사장(11월 12일) △김재홍 코트라 사장(12월 30일) 등 임기가 몇 개월밖에 남지 않은 공공기관 사장도 다수다.
백 장관은 중국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보복과 관련한 세계무역기구(WTO) 제소 추진 등에 대해 "승소 가능성 등 여러 변수를 복합적으로 고려해 신중하게 접근할 것"이라고 밝혔다.
최근 중국이 WTO 규정이나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등을 노골적으로 위반하면서 국내 기업에 피해를 주고 있지만, 정작 정부가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못한다는 비판에 대한 설명이다.
현재 준비 중인 8차 전력수급기본계획(2017~2031년)과 관련, △공정성 △투명성 △전문성 등 세 가지 기준으로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전기요금 인상 가능성에 대해서는 "전체적으로는 인상 요인이 전혀 없다"며 "하지만 산업용 경부하요금(심야의 싼 요금)에 대해서는 신중하게 살펴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다만 산업계 우려처럼 전기요금 걱정이 그렇게 크지는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백 장관은 경주지진 발생 1주년인 12일 경주 원전 밀집 지역을 방문, 원전 안전을 점검하고 지역주민들과 간담회를 했다.
이 자리에서 백 장관은 "우리나라는 원전 인근 인구밀집도가 높아 지진 등 자연재해가 큰 사고로 이어질 우려가 있다"며 "정부는 원전 안전을 최우선으로 해 지진 등에 철저히 대비하는 한편 안전하고 깨끗한 에너지 전환을 적극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원전의 단계적 감축 등 에너지 전환에 따른 후속조치로 지역·산업 보완대책을 포함한 에너지 전환 로드맵을 올해 내 발표하겠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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