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의 아이폰 10주년 신제품인 아이폰X(텐)이 12일(현지시간) 드디어 모습을 드러냈다. 지난 2007년 첫 아이폰이 출시되면서 휴대폰 시장의 판도를 완전히 뒤흔들었던 애플의 야심작이었기에 전 세계적인 관심이 쏟아졌다. 최첨단 기술들과 새로운 디자인을 선보인 아이폰X는 초현대적이라는 긍정적 평가를 받기도 했지만, 다음 10년을 이끌어갈 수 있는 '혁신'을 담아내지는 못했다는 아쉬운 목소리도 있다.
◆ "소비자들의 욕망을 부추길 것"··· 스티브 잡스 극장 공개로 극적인 효과
11월 3일 발매되는 아이폰X 기본 모델 가격은 999달러(약 113만원)로 책정됐다. 지금까지의 아이폰 중에서 최고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장에서는 애플의 고가 정책이 '영리한 결정'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스마트폰의 대중화를 열었던 아이폰이 선보인 뒤 10년 동안 휴대폰은 소비자들에게 생활 필수품으로 자리잡았다. CNN은 "처음 애플이 아이폰을 출시하면서 599달러로 가격을 책정했을 때 소비자들은 경악했으며, 결국 애플은 가격을 내려야 했다"면서 "그러나 지금 휴대폰 가격이 훨씬 더 높이 올라도 동요하는 이들은 없다. 이용자들은 자신의 휴대폰에 점점 더 많은 돈을 쓰고 있다"고 12일 지적했다.
시장조사기관 아심코의 애플 애널리스트인 호레이스 데디우 역시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애플이 최첨단의 아이폰을 출시한 것은 옳은 결정이다"면서 "애플이 덜 비싸고 중간 사양의 아이폰을 출시해 봤지만, 아이폰 팬들의 호응을 얻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결국 모두가 열망하는(aspirational) 제품의 이미지가 없는 것은 기계 이상의 가치를 지니지 못한다. 일부 소비자들은 비싼 제품을 구매하면서 스스로 만족을 얻거나 영향력과 힘을 느낀다"고 강조했다. 1000달러 육박하는 아이폰X는 결국 소비자들이 최첨단의 고가 아이폰을 가지고 싶다는 욕망을 부추길 수 있다는 것이다.
애플은 브랜드 이미지와 충성 고객 확보에 공을 들여왔으며, 신제품 구매를 위해 소비자들이 줄을 서는 진풍경을 만들어 오기도 했다. 공연과도 비슷한 스티브 잡스의 제품 발표회 역시 화제를 모으면서 애플의 '선도적' 이미지 구축에 큰 역할을 했다고 평가받고 있다. 애플은 아이폰X의 공개 이벤트에도 공을 들였다.
애플은 미국 캘리포니아주 쿠퍼티노 소재 신사옥에 위치한 '스티브 잡스 극장'에서 신제품을 공개했다. 팀 쿡 애플 CEO(최고경영자)가 무대에 등장하면서 뒤쪽 스크린엔 아이폰 초기 모델을 손에 쥔 스티브 잡스의 얼굴이 함께 나왔다. 쿡은 "10여년 전 그가 아이폰 프로젝트를 처음 시작했을 때 세상을 바꾸는 일도 시작됐다. 오늘, 그리고 언제나 우리는 그를 기억한다"면서 스마트폰 시대를 연 애플의 위상을 다시 강조했다.
◆"아이폰 팬들이 오랫동안 원해오던 것"··· "스마트폰의 미래라고 하기엔 역부족"
애플은 12일 아이폰X를 제외하고도 아이폰8과 아이폰8 플러스를 선보였다. 아이폰7·7 플러스를 업그레이드한 제품이다. 1200만 픽셀의 듀얼 카메라를 장착했으며, 카메라와 비디오 캡처에 '머신러닝(기계학습)' 테크놀로지를 응용했다고 애플은 설명했다.
물론 프레젠테이션의 핵심은 쿡이 "스마트폰의 미래"라고 소개한 아이폰X였다. 우선 외관상 아이폰X의 상징 중 하나인 홈버튼이 사라졌다. 화면 전체를 더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대신 X는 손가락을 위로 올리는 동작인 '스와이프 업 (swipe up)' 기능을 도입했다.
가장 화제를 모았던 기능은 2013년부터 들어가 있던 지문인식 시스템을 없애고 도입한 3차원 스캔을 이용한 얼굴인식 시스템 '페이스(face) ID'다. 3만개의 점으로 얼굴을 인식하는 이 기능은 직관적이고 위화감 없이 사용할 수 있는 기술로 평가받고 있다. 아이폰 시리즈 최초로 액정화면(LCD)이 아닌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화면이 탑재됐다.
카메라 앞에서 얼굴 표정을 바꾸면 이모티콘 캐릭터로 직접 바뀌고, 그것을 첨부해서 상대방에서 보낼 수 있는 애니모지(animoji)를 도입하면서 엔터테인먼트 기능을 강화했다.
전문가들은 새로 나온 아이폰X에 대해 긍정적인 평가를 내리기는 했지만, 쿡이 말한 '스마트폰의 미래'라는 주장에는 동의하지 못하는 모습이다. 기능면에서는 무선충전, 홈버튼 없애기를 통한 전체화면화는 삼성전자가 이미 도입한 기술이라는 지적이다.
BBC의 북미 IT 담당자인 데이브 리는 "아이폰X는 그동안 아이폰 사용자들이 기다리던 것들을 모두 모아놓은 것이다"면서도 "그러나 애플은 종종 새로운 기술을 받아들이는 데 늦었으며, 이러한 비판은 이번에도 유효할 것으로 보인다"라고 지적했다. 미국의 IT전문매체 ZD넷은 "아이폰X는 기본적으로 삼성전자 노트8 플러스에 애니모지를 더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아이폰X의 소프트웨어가 혁신적이라고 긍정적 평가를 내렸던 워싱턴포스트(WP) 역시 "아이폰X는 아이폰 가운데서는 진화한 것이지만 스마트폰 전체를 놓고 봤을 때는 그렇지 않다"고 평가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