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득보다 실이 큰 외국기업 IPO
1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국내 증시에 상장한 중국 기업들이 끊임없이 문제를 일으키며 퇴출되자, 중국 기업에 대한 불신은 더욱 커지고 있다. 상장기업 수만 늘리는 데 집중해 부실 기업을 끌어들였다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중국 기업들이 국내 증시에 입성한 것은 2005년부터 본격화된 정부와 거래소의 국제화 작업이 시발점이다. 정부는 기업공개(IPO) 관련 규제를 완화해 외국기업의 국내증시 상장을 적극 유치했다. 외국 증권거래소와 매매정보를 교환하는 등 국내 자본시장 국제화에도 나섰다.
현재까지 총 23개 중국 기업이 국내 증시에 상장할 수 있었다. 2007년 8월 3노드디지탈그룹유한공사가 시작을 알렸다. 같은 해 11월 화풍방직도 상장했다. 2008년에는 코웰이홀딩스유한공사와 연합과기가 국내 증시에 입성했다.
2009년에도 중국식품포장과 중국원양자원이 각각 3월과 5월에 상장했다. 그러나 결과는 좋지 않았다. 이들 6개 기업이 모두 증시에서 퇴출됐다. 웨이포트(2010년 7월 상장)와 성융광전투자(2010년 9월), 중국고섬(2011년 1월) 역시 국내 증시와 투자자들에게 상처만 남기고 떠났다.
10년 사이 23개 기업이 상장했지만, 이 가운데 무려 9개가 증시에서 사라졌거나 퇴출을 앞두고 있다. 중국 기업 상장 유치를 통한 증시의 국제화 작업은 현재로선 낙제점이다. 투자 대안으로 관심을 모으기도 했지만 결과는 기대와 달랐다.
이규엽 한국대성자산운용 대표는 "중국 기업의 성장 결실을 공유할 수 있다는 점에선 긍정적으로 평가됐었다"며 "하지만 중국 국내법상 직접 상장이 곤란해 역외 지주회사를 설립해야 했고, 이러는 과정에서 편법이 동원되기도 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중국 내 실질 사업회사의 대주주 지분이 어떤 경로를 거쳐 해외 지주회사로 이전됐는지도 면밀히 점검해야 할 사항"이라고 말했다.
◆치밀한 기업선발·회계분석이 관건
투자 실패의 1차적인 책임은 투자자 본인에게 있다. 그러나 부실 기업을 소개한 거래소와 증권사도 자유로울 수 없다. 더 치밀하게 기업을 분석하고 선별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임병익 금융투자협회 박사는 "세계 최대인 미국 증시에 상장한 중국 기업이 120여개인 점을 감안하면 우리 증시에도 적지 않은 중국 기업이 있다"며 "문제는 그런 중국 기업 대부분이 신성장산업과 거리가 멀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상장을 서두른 탓도 크다. 임 실장은 "당장 수치화할 수 있는 지표에만 집착하는 바람에 신성장산업주를 발굴하지 못했다"며 "성장성 있는 우량기업을 찾는 데 소홀했던 게 사실"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눈에 보이는 수치로만 기업을 평가할 게 아니라 신성장산업을 향유할 수 있는 기업을 유치해 국내 증시에서 성공 스토리를 만들어 가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증권사들이 중국 기업을 분석하는 데 소홀했는지도 되돌아봐야 한다. 전종규 삼성증권 책임연구원은 "우리 입장에서는 중국기업을 앞다퉈 유치하기 위해 철저한 기업분석을 진행하지 못했을 가능성이 있다"며 "기업 회계분석이 부실한 측면은 없었는지 점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중국 기업 입장에서는 한국 증시의 매력이 상대적으로 떨어진다고 판단했을 수도 있다"며 "그렇기 때문에 중국 유망기업들이 선진국 증시로 발을 돌렸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유인책을 만들 필요가 있다는 얘기다.
전종규 연구원은 "유망기업이 바라는 인센티브에 대해서도 고민해야 한다"며 "국내 기관들과 개인투자자의 정보 접근성을 높이기 위한 홍보 조직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물론 투자자도 신중해져야 한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중국 증시에 상장할 조건이 안 되는 기업들이 대안으로 한국 증시에 들어오는 사례도 있다"며 "애초 문제를 일으킬 소지가 크기 때문에 투자자 스스로 주의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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