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국가 안보 위협'을 이유로 중국계 사모펀드의 미국 반도체 회사 인수에 제동을 걸었다. 북한의 제6차 핵실험에 따른 대북 제재 이행 국면에서 중국의 적극적인 협조를 유도하기 위한 '중국 옥죄기'가 본격화되는 것이 아니냐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 블룸버그통신 등 외신이 13일(이하 현지시간) 보도한 내용에 따르면 제임스 므누신 미 재무장관은 이날 성명을 통해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의 국가 안보를 보장하기 위해 필요한 모든 조치를 취하겠다는 행정부의 약속에 따라 미 반도체 회사 '래티스반도체'에 대한 캐넌브리지 파트너스(이하 캐넌브리지)의 인수 금지 명령을 내렸다"고 밝혔다.
래티스반도체는 지난 1일 투자자인 캐넌브리지에 자사를 13억 달러에 매각하는 절차를 승인해 달라고 미 행정부에 요청했었다. 캐넌브리지는 중국 국유 자산 관리자가 후원하는 사모투자회사다. 이번 인수건은 기업 인수·합병(M&A) 등 중국 자본의 미국 기업 투자 가능성에 대한 바로미터로 큰 주목을 받아왔다.
백악관은 "이번 거래에는 중국 정부의 지원이 포함돼 있다"며 "반도체 기업 특성상 미국의 지식재산이 잠재적으로 외국에 이전될 수 있는 만큼 반도체 공급망이 중요하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거래 승인 이후 미국의 군사기밀 유출 가능성 등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중국의 미국 지적재산권 침해 행위 관련 조사가 진행되고 있고,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차원의 새로운 대북 제재 결의안이 채택된 가운데 이런 조치가 나온 만큼 본격적인 '중국 길들이기'가 시작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로 미국 대통령이 국가 안보 위협을 근거로 해외 자본의 미국 기업 인수를 막은 것은 지난 1990년 이후 이번이 네 번째에 불과할 정도로 흔치 않은 조치여서 이런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로이터는 “이번 백악관 발표가 다음 달 열리는 중국 공산당 19차 당대회를 앞두고 무역 갈등 및 북핵 제재 등으로 미·중 양국 관계가 민감한 시점에 나왔다”고 보도했다.
중국은 이번 인수 불허 조치에 반발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주 중국 관영 글로벌타임스는 트럼프 대통령의 승인 거부 시 중국은 "미국 기업에 대해 보복 조치를 취할 수도 있다"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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