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사업지는 12월에 선정될 예정이다. 올해 110곳 이상 지정하고, 매년 신규 사업지를 추가 선정할 방침이다. 이를 선점하기 위해 전국 지역에서는 도시재생사업의 열풍이 불고 있다.
도시재생사업은 단순한 노후주택 개량사업을 넘어서 지역의 공동체를 회복하고, 주민의 일자리 창출이나, 지역 브랜드 개발 등 광범위한 개념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도시재생사업의 중요한 키워드는 '주민 참여'다. 부산의 대표적 노후 지역에서 죽어가던 마을을 주민들이 자발적으로 살려내고 있어, 눈길을 끌고 있다.
부산 영도구 봉래 2동 봉산마을. 조선경기 불황, 뉴타운, 재개발, 피난 시절 지어진 주택 등 낙후된 주거 환경으로 마을에는 빈집과 공터가 많은 곳이다.
지금은 마을 전체 주민의 1/3이 떠나, 8000여 명이 거주 하고 있다. 그 중 27% 이상이 어르신들로, 초고령화에 진입한 마을이기도 하다. 마을은 봉래산 자락에 위치한 만큼, 오르막길은 가파르고, 골목은 좁다. 한 집 건너, 한 집이 공·폐가다. 공·폐가 증가율이 전국 상위에 속한다.
10년 동안 뉴타운에 묶여, 재산권을 발휘하지 못했고, 마을 앞에 위치한 한진중공업 등 조선소들이 즐비해 있지만, 불황으로 젊은 사람들 마저, 이 마을을 떠났다. 공,폐가가 당연히 늘어날 수밖에 없었다. 마을은 슬럼화되면서 각종 범죄의 우려뿐만 아니라, 공·폐가에 무단 쓰레기 투여로, 마을 자체가 쓰레기장으로 변해가고 있었다. 주민들간 대화도 거의 없었다. 말 그대로, 죽어가는 마을이었다.
이러한, 마을에 4년 전부터 조금씩 '희망'이라는 빛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바로 '블루베리'다. 4년 전 이 지역이 뉴타운 지역에서 해제되자, 기능을 잃어가는 마을을 살리기 위해 20여 명의 사람들이 힘을 모았다.
마을가꾸기 모임인 '두레패' 회원들이 부산도시재생센터의 '마을가꾸기' 사업에 공모를 해, 100만원의 지원금을 받았다. 회원들이 십시일반으로 회비를 모아, 마을 곳곳에 꽃을 가꾸기 시작했다. 그러나, 화무십일홍이라고 했던가. 꽃은 지고, 마을은 또 다시 생기를 잃기 시작했다.
'두레패'회원들은 또 다시 머리를 맞댔다. 화분재배가 가능하고, 4계절 공·폐가를 활용할 수 있고, 수익도 발생하고 지속적으로 관리를 할 수 있는 최적의 농작물이 '블루베리'였다.
초창기, 마을 주민들에게 블루베리 재배에 대한 설명회를 열었지만, 반응은 냉담했다. '블루베리를 뭐 하러 재배하려고 하냐'는 비난의 목소리도 있었다.
블루베리 묘목을 보여 주며, 주민들을 설득했다. 30여 그루로 시작했다. 빈집과 공터가 생기면, 블루베리 화분을 갖다 놓았다. 꽃이 피고, 열매를 맺기 시작했다. 공·폐가를 활용하다 보니, 불법 쓰레기 투여도 줄어들었다. 마을 주민들이 한, 두명씩 참여하기 시작했다. 지금은 500여 그루가 이 마을 곳곳에 있다. 무료 체험농장도 3곳으로 늘어났다. 몇 년 만에 '블루베리'로 마을이 '생기'를 되찾았다.
올해는 100kg 정도의 열매도 수확해, 판매도 했다. 수익금으로 마을 잔치도 열고, 고생한 회원들을 위해 인건비도 조금씩 나눌 수 있었다.
마을가꾸기 모임이었던 '두레패'가 이젠, '봉산행복마을주민협의회'로 변경됐다. 회원들도 많이 늘어났다. '블루베리'로 마을 주민들의 소통이 늘었고, 이제는 한 가족이 되었다. 블루베리가 마을을 살렸고, 환경도 깨끗해져서 더할 나위 없이 좋다는 마을 주민들.
이 마을 주민들의 노력으로 지난해 부산시 '마을 공동체 역량 강화 공모'에 , 올해는 '행복 마을 만들기' 공모에 선정되는 등 도시 재생의 본보기가 되고 있다.
이 마을 주민인 홍영숙(여, 62세)씨는 "쓰레기로 넘치던 빈 집터가 블루베리 덕에 깨끗해 졌다. 이젠 빈 집터만 생기면 블루베리 화분 먼저 갖다 놓는다. 집 앞에도 키우는 데, 열매가 열리면 지나가던 사람들이 쳐다보고, 서로 이야기하고, 나눠 먹는 것도 행복이다"고 말했다.
조금 넓은 공터를 활용해, 3개의 체험장도 만들었다. 얼마 전, 보라빛 열매가 한창일 때, 어린이들이 체험 학습장으로 활용하는 등 인기도 높다. 열매 따는 체험과 가을이면 잎 따는 체험, 그리고, 마을 주민들이 함께 할 수 있는 '돗자리 영화제' 등을 계획해, 마을 주민들이 동참할 수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개발할 예정이다.

지난 7월 19일 어린이집원생들이 블루베리 따기 체험학습을 하고 있다.[사진= 봉산행복마을주민협의회 제공]
봉산행복마을주민협의회 김정환 위원장은 "올해 우리 마을이 행복마을 1년차 마을이다. 사업에 최선을 다해서 정말로 행복마을로 되고 싶다"며, "정부에서 진행하는 도시재생 뉴딜사업에 우리 마을이 선정되어서, 소방도로, 도로확충, 주차장 증설, 등으로 마을의 변화가 일어났으면 좋겠다. 최고의 블루베리 마을로 성장시켜, 주민들 수익에도 일조하길 바라는 마음"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부산의 원도심에 빈집들이 많아지고, 재생을 위해 많은 투자를 하고 있는 상황이다.도시재생이라는 이유로, 젠트리피케이션, 주민간 갈등 심화 등 부작용도 발생하고 있다.
획일적인 도시 재생 정책이 아닌, 지역적 특색을 살리고, 주민이 참여할 수 있는 그러한 도시 재생 사업이 진행돼야 할 시점에서 '영도구 봉산마을'은 큰 귀감이 되고 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