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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소수민족·흙수저…" 싱가포르 첫 여성 대통령, 정당성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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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규진 기자
입력 2017-09-15 1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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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리마 야콥 대통령 당선자는 오는 19일 싱가포르 이스타나 대통령궁에서 취임 선서를 한다. 할리마 당선자는 싱가포르 8번째 대통령이자 첫 여성 국가원수가 된다. 사진: EPA연합]



싱가포르에서 첫 여성 대통령이 탄생한 가운데 선거 과정에 대한 논란이 커지고 있다. 할리마 야콥 당선자는 지난해 새로 바뀐 규정 덕에 국민투표 없이 단독 후보로 선출됐기 때문이다. 여성과 소수민족이란 타이틀로 상징성이 높은 만큼 우려도 만만치 않다.

5일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외신에 따르면 싱가포르 대통령선거위원회(PEC)는 대통령 선거 입후보 신청자 5명 중 유일한 여성 지원자인 할리마 야콥 전 국회의장만이 심사를 통과했다고 밝혔다. 할리마 전 의장은 단독 후보로 출마하면서 국민투표 절차가 생략된다. 이 과정에서 국민이 직접 대통령을 선출할 기회를 박탈당했다는 논란을 일으켰다. 올해부터 대통령 선거 과정이 바뀐데다 처음으로 여성이 당선되면서 더 회자된 것이다.

◆대통령 권한 커지자 깐깐해진 대통령 후보 심사  

위원내각제를 채택해 온 싱가포르에서 대통령 권한이 확대된 건 1991년부터다. 싱가포로는 1991년 1월 헌법 개정을 통해 대통령 권한을 대폭 강화했다. 주요 공직자 임명에 대한 거부권과 예산안에 대한 거부권을 행사할 권한을 보장 받았다. 정부에 대한 감시 차원에서 권한을 늘린 것으로 대통령직에 대한 역할도 커졌다. 대통령은 직선제를 통해 선출됐으며 할리마 전 의장은 싱가포르의 8번째 대통령이 된다.

싱가포르의 정치를 독점한 인민행동당(PAP)은 지난 1959년부터 선거에서 연승하며 집권당으로 자리잡았다. 1959년부터 1990년까지 리콴유 총리는 PAP가 정부라며 강력한 리더십을 발휘했었다. 주택공급·고용·사회복지 등 각종 정책을 실행하며 강한 신뢰를 구축해왔다. 현재 총리는 리콴유의 아들 리센룽이다. 2004년부터 총리를 역임한 리센룽 총리는 최근 리콴유 유산을 두고 형제간 분쟁을 하며 눈살을 찌푸리게 만들고 있다.

대통령제의 권한이 커진만큼 PAP의 견제도 심해졌다. 이 때문에 대통령 자질에 대한 조건이 까다롭다. 대통령 후보자는 최소 3년 이상 정부 고위직을 역임하거나 7400만 달러 이상의 기업체 사장 이상 직급을 가져야 가능하다. 특히 올해는 기업 출신, 인종 등 후보자 적격심사 수위를 높였다. 5명의 후보 중 할리마 전 의장만이 조건에 부합하는 이유도 깐깐한 심사 때문이다.
 

[아시아 국가별 여성 임원 비율 단위:% 출처:딜로이트, 블룸버그 ]



◆엘리트·가부장적 사회에서 쏟아지는 우려의 눈초리 

할리마 전 의장의 국정 실무 경력이 높은 평가를 받은 것으로 분석됐다. 그는 2013년부터 국회의장직과 PAP 중앙집행위원직을 겸임해왔다. 그러나 이번 선거에서 국민투표를 거치지 않고 대통령이 되면서 정당성에 대한 의문이 제기될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대통령들이 PAP와 커넥션이 강하다는 비난을 받아왔기 때문에 정부에 대한 견제가 없다면 국민의 신뢰를 얻기 어려울 것이라고 WSJ는 지적했다.

민족 문제도 불거질수 있다. 리센룽 총리는 소수민족 배려 차원에서 말레이계에게만 대통령 단독 입후보 권한을 새로 부여했다. 말레이계 출신인 할리마 전 의장이 단독으로 대통령이 될 수 있는 것도 이 규정 덕분이다.  말레이계 대통령으로는 1965년 집권한 유소프 빈 이샥 초대 대통령 이후 처음이다. 그러나 싱가포르 인구는 중국계가 75%로 가장 많고 말레이계가 13.6%, 인도계 8.9%에 불과하다. 리센룽 총리가 지난해 새 규정을 도입한 점을 두고 중국계 탄쳉복 전 PAP 의원의 대통령 출마를 막기 위해서라는 의혹도 나왔다. 2011년 선거에선 후보자로 나온 4명이 모두 중국계 성 '탄'씨여서 논란이 되기도 했다.

엘리트주의적 경향이 심하고 가부장적인 사회인 싱가포르에서 노점상 부모님 밑에서 자란 여성 대통령이 제대로 역할을 수행할지 우려도 나온다. 싱가포르에서 여성 사회 진출이 활발하진 않다. 딜로이트에 따르면 올해 싱가포르는 여성 임원 비율이 10.7%다. 아시아에서 가장 높은 곳은 베트남(17.6%)이다. 이어 말레이시아·인도·태국·중국·싱가포르·필리핀 순이다. 5% 미만인 곳은 일본과 한국으로 가장 저조하다. 할리마 전 의장이 지난 2013년 국회의장이 됐을 때도 첫 여성 의장이었다. 할리마 전 의장은 싱가포르의 대표적인 여성 리더로 여성 권리를 뒷받쳐줄 것이란 기대감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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