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를 계기로 한·중 통상관계에 위기가 찾아왔다. 한국정부는 유통·관광 분야의 중국 조치에 대응하는 차원에서 하루빨리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서비스 분야를 추가로 협상해야 한다. 이는 기존의 ‘포지티브 방식’(개방분야 열거)에서 ‘네거티브 방식’(미개방분야 열거)으로 진행하는 등 기존 시장을 대폭 자유화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문제는 무엇을 담아야 양국이 서로 윈윈하고 현재의 통상위기도 타파해 나갈 수 있느냐다.
그동안 한·중 간 경제협력에서 중국은 생산공장의 허브 역할을 해왔다. 하지만 글로벌 금융위기를 거치면서 중국은 글로벌 시장으로 탈바꿈했다. 중국 내 인건비 지속 상승과 고부가가치산업 고도화, 내수경제로의 구조조정 전환 정책, 유럽·미국 등 글로벌시장의 침체로 노동밀집형 제조업체들이 베트남 등 동남아 지역으로 옮겨가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중국 내수시장 진출 중심으로 한국기업들이 전략을 바꿔야 한다는 의미다. 중국 시장에 대한 최종 소비재 수출이 미래 주요 통상구조가 될 것임을 말해준다.
중국 시장 개척에는 문화와 심리, 시장특성에 대한 파악은 물론 광범위한 네트워크가 필요하다. 특히 31개 지방도시와 통상협력을 만들어 가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 최근 김현종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이 제안한 한·중 도시 간 FTA가 좋은 제안이라고 생각한다. 이는 보호무역주의 확산 등 변화된 글로벌 통상환경에 대응한 새로운 통상전략일 뿐만 아니라 자유무역의 혜택이 중소·중견기업과 국민 모두에게 골고루 확산될 수 있도록 하는 포용적 통상정책이기도 하다.
중국은 아직 자본시장이 개방되지 않아 국내외 투자가 제한되고, 외환관리 제약을 크게 받는다. 중국 도시와의 FTA가 특별한 의미를 갖는 이유다. 만약 성사되면 두 도시 간 주민들과 기업들이 서로의 도시에서 자유롭게 투자하고 무역하며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제도적 환경이 조성된다. 무엇보다 양국은 지리적으로 가깝고, 인문환경이 비슷하기 때문에 지방경제 발전 촉진에 유리하다.
그렇다면 한·중 도시 간 FTA의 내용을 무엇으로 할지 생각해봐야 한다. 현재 세계적으로 4차 기술혁명 중심의 산업발전이 신속하게 이뤄지면서 지식재산권 중심의 IP경제, IP금융의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다. 한국과 중국은 세계에서 IP를 가장 많이 창출하는 국가 중 하나지만, 활용 성과는 미미(2013년 기준 지식재산 출원 규모 순위 1위 중국·한국 4위, 활용 순위 한국 10위, 중국 22위)하다. 따라서 한·중 도시 간 FTA의 의제 중 하나로 IP금융 연결 시범제도 실행을 제안해 볼 수 있다.
크라우드펀딩퉁(通)이 좋은 예다. 한·중 크라우드펀딩퉁은 크라우드펀딩 연계 시범사업을 통해 한국인의 중국 내 크라우드펀딩시장 투자 및 중국인의 해외(한국) 크라우드펀딩시장 투자를 시범적으로 허용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한국의 부산(한국금융 중심도시) 크라우드펀딩 플랫폼과 중국의 칭다오(중국 금융자산관리 시범도시) 크라우드펀딩 플랫폼을 연계해 시범적으로 시도해 볼 수 있다.
이는 핀테크 영역에서 자본시장 국제 금융협력의 선도적인 시범효과가 크다. 자본시장 간 연결, 위안화 국제화 연결, 일대일로 연결, 지불결제시스템 연결, 상품 연결, 혁신 연결, 인재 연결, 시장 연결을 의미한다. 한·중 양국의 지방도시 간 시범사업으로 성공할 경우 다른 국가와 다른 도시와의 시범사업으로 확대 가능하다.
한국 혁신기업이 한·중 크라우드펀딩퉁을 통해 융자에 성공할 경우 브랜드 가치 상승과 홍보 및 입소문 효과가 기대된다. 규모의 한계를 극복하고 중국의 거대한 내수시장에 보다 쉽게 정착할 수 있다. 특히 기술력 있는 혁신적인 중소기업을 위한 IP금융시장 활성화가 가능할 것이다. 한마디로 투자자 입장에서는 세계적 브랜드에 투자하고, 창업자는 세계적 금융기관 및 해외 투자를 받고, 정부 입장에서는 그에 따른 일자리·금융시장·고부가가치 제조업 육성이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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