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의 시작이 엊그제 같은데, 벌써 9월 말로 접어들며 추석 연휴를 향해 힘차게 달려가고 있다. 매년 이맘때면 느끼는 것이지만 어찌나 시간이 빨리 흐르는지. 우리가 살고 있는 현재는 마치 시계의 시침처럼 가만히 지켜보고 있으면 움직이지 않는 듯하지만, 잠깐 다른 곳에 신경 쓰는 사이에 이미 완전히 변해 버리는 시대인 듯하다.
이렇게 빨리 변하는 시대에 보조를 맞추려면 그 이상의 속도로 달려가야 할 텐데, 과연 속도만 빨리 낸다고 해결되는 것일까? 세계 최초로 개발된 비즈니스 모델이 그 시작은 한국이었음에도 불구하고 글로벌 시장에서 성공하지 못하고 사라져 버린 많은 것들을 생각해 본다면, 속도만이 능사는 아닐 것이다. 아마도 빠른 속도에 걸맞은 제대로 된 질량이 수반돼야 그 위력을 발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어떻게 하면 그 질량을 제대로 된 방향으로 풀어낼 것인지가 고민해야 할 가장 중요한 숙제 중의 하나일지 모르겠다.
2017년 포천 글로벌 500대 기업의 국가별 분포에 있어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단연 중국인데, 이는 미국에 이어 가장 많은 수를 차지하고 있다. 이미 순위 안에 있는 기업 외에 일대일로 정책 수혜 기업, 4차 산업혁명과 관련된 첨단 기업 등 앞으로가 더 기대되는 기업들도 많다. 그렇다면 중국은 단기간에 어떻게 급성장할 수 있었을까? 물론 중국이라는 거대한 내수 시장 등의 여러 가지 환경적 요인들이 있겠지만, 전시 컨벤션(MICE) 산업을 입체적으로 활용한 사례를 마케팅 관점에서 살펴보고자 한다.
텐센트(腾讯)는 '중국 하이테크 페어'에서 소개하는 가장 대표적 성공 사례 기업이다. 작년 역대 최대 규모로 전시회에 참가했던 텐센트는 인터넷 플러스(+) 등 전시 6대 핵심 주제를 내세웠다. 통신과 SNS 서비스, 스마트 도시와 공공 서비스, 창업, 문화 자문, 온라인 금융 플랫폼, 사회 공헌에 이르기까지 텐센트가 나가고자 하는 방향을 매우 구체적으로 그리고 있다.
1999년 중국 하이테크 페어가 막 태동했을 때, 텐센트 역시 창업한 지 얼마 되지 않는 아주 작은 벤처기업이었다. 특히 선전(深圳)에서 시작한 텐센트의 경우 초기 자금에 어려움을 겪고 있었는데, 주 서비스인 ‘QQ’를 전시회에서 적극 홍보하여 글로벌 투자 그룹 아이디지(IDG)와 잉커 디지털(盈科数码)로부터 220만 달러의 첫 공동 투자를 받기도 했다. 이렇듯 국가급 전시회는 발전 가능성 있는 창업자와 투자자를 연결시키는 플랫폼으로 적극 활용되고 있고, 이를 위한 정부의 지원은 매해 양적으로나 질적으로나 증가하고 있는 추세이다. 이는 제2의, 제3의 텐센트를 발굴하여 세계적인 기업으로 키워나가는 중요한 기능을 하고 있다.
화웨이(Huawei)의 경우 모바일 제조사 정도로 소개되고 있는데, 실제로는 ICT 전문 기술 기업으로 중국 선전 컨벤션 센터 내의 보안 컨트롤 타워 역할을 하기도 한다. 전시 기간 중 일어나는 모든 일을 실시간 기록, 재생산해 차기 전시회에 있어 더 나은 발전을 위한 데이터를 제공한다. 특히 해외에서 중요한 바이어가 오면 반드시 전시장의 컨트롤타워를 참관시켜 심천 기업의 기술과 기업 홍보 역할을 하기도 한다.
선전 소재의 드론 개발 및 제조 기업인 DJI 경영진 역시 기술 포럼에 연사로 적극 참여해 제품에 대한 홍보와 시장에 대한 분석을 통해 산업을 이끌어가고 있다. 또한 선전시 정부에서 운영하는 관광 안내소와 DJI 전시관을 공동으로 운영함으로써 선전시의 도시 브랜드와 드론 제품의 브랜드를 상호 극대화하고 있기도 하다.
이처럼 중국은 가능성이 있는 기업을 발견하면 국가급 전시회를 통해 제품과 서비스를 대대적으로 알리고 투자자와 개발자들을 묶어주고 더 나아가 홍보에 이르기까지, 그 타이밍에 맞는 전략적 지원을 하고 있다. 타임(Time)과 타이밍(Timing)은 분명히 다르다. 시간(Time)은 현재 진행형(ing)으로 시장 환경은 너무나 빠르게 바뀌고 있다. 어제의 답이 오늘의 답이 아니다. 더욱이 내일의 문제는 알기조차 힘들다. 앞이 전혀 보이지 않는 컴컴한 밤. 계급장 다 떼고, 민간·정부 할 것 없이 함께 방향에 맞게 위기를 극복해 가기를 희망한다. 더 늦기 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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