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은 대한축구협회의 84주년 창립 기념일이지만 그 어느 때보다 조용하다. 최근 히딩크 논란에 임직원의 업무상 배임 형사 입건까지 불거졌기 때문이다. 서울지방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지난 14일 업무상 배임 혐의로 조중연 전 회장(71)과 이회택 부회장(71) 등 11명을, 사기 혐의로 직원 이모씨(39)를 불구속 입건한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대한축구협회는 공식 사과했다.
2002년 한일 월드컵에서 4강 신화를 이룬 거스 히딩크(71) 감독은 15년 만에 다시 한국 축구의 중심에 섰다. 문제는 “한국 축구에 어떻게든 도움이 되고 싶다”는 히딩크 감독의 말과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 사건이 흘러가고 있다는 것이다.
히딩크 측 관계자인 ‘거스 히딩크 재단’의 노제호 사무총장이 “히딩크 감독이 한국 축구를 위해 봉사하고 싶다는 말씀을 여러 차례 하셨다”는 말을 언론에 꺼내놓으면서 논란은 시작됐다. 갑론을박이 확산되자 히딩크 감독은 지난 14일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서 기자 간담회를 열고 자신의 입장을 명확하게 전달했다.
논란의 중심은 ‘히딩크 감독이 한국 대표팀 감독 자리를 원하는가?’였다. 히딩크 감독은 본인이 직접 말해 논란을 진화시키길 원했다.
하지만 이후 ‘문자 메시지 논란’이 다시 불거졌다. 노제호 총장은 지난 6월 19일 김호곤 대한축구협회 부회장에게 ‘부회장님~ 2018 러시아월드컵 한국 국대감독을 히딩크 감독께서 관심이 높으시니 이번 기술위원회에서는 남은 두 경기만 우선 맡아서 월드컵 본선진출 시킬 감독 선임하는 게 좋을듯합니다. 월드컵 본선감독은 본선 진출 확정 후 좀 더 많은 지원자 중에서 찾는 게 맞을 듯 해서요~~~ㅎ’는 메시지를 보냈다. 처음에 히딩크 감독 측으로부터 어떤 제안도 받은 것 없다고 밝힌 김호곤 기술위원은 “공식적인 감독 제안이라고는 생각할 수 없는 방법이었기에 이 문자 메시지를 그 후로는 잊고 있었다”고 해명했다.
이번 논란에 대한 축구 팬들의 관심은 매우 컸다. 일부 팬들은 ‘히딩크 감독을 영입해야 한다’며 청와대에 국민 청원까지 했다.
월드컵 최종예선 상대였던 이란, 우즈베키스탄전에서 붉어진 경기력 논란은 대한축구협회 임직원의 업무상 배임 형사 입건, 문자 메시지 논란까지 이어지며 점점 꼬여만 갔다. 9개월 남은 러시아 월드컵을 위해 한 마음이 돼야 할 한국 축구는 방향을 잃고 흩어졌다.
‘특급 소방수’로 나서 급한 불을 껐던 신태용 한국 축구 국가대표팀 감독도 큰 상처를 입게 됐다. ‘독이 든 성배’로 불린 대표팀 지휘봉을 잡은 신 감독은 9회 연속 월드컵 진출을 이뤄냈지만, 입국장에서부터 웃지 못했다. 2016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2017 20세 이하 월드컵에 이어 또 한 번 위기의 대표팀을 이끌었지만, 최종예선에서 두 차례 기록한 0-0 경기는 비난의 대상이 됐다. 축구팬들은 지난 7월에 급하게 대표팀 감독직을 맡은 신태용 감독에게 높은 기대치를 갖고 있었다. 하지만 2개월은 국가 대표팀에 자신의 축구를 입히기에는 너무 짧은 시간이다.
이번 논란은 어떤 한 사람의 잘못이 아닌 축구계 전체의 문제라고 볼 수 있다. 논란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점점 더 커졌다. 한국 축구의 약했던 부분들이 연속해서 두드러졌다. 환부를 도려내는 것이 우선이다. 그 다음은 신태용 감독 체재로 대표팀이 월드컵에서 최고의 경기력을 낼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오는 10월 7일 모스크바에서 열리는 한국과 러시아의 평가전을 관람할 예정인 히딩크 감독도 한국 축구의 중요한 자산이다. 각계각층에서 힘을 모아야 한다. 월드컵까지 남은 시간이 많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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