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매자는 제품에 대해 많은 정보를 갖고 있고, 소비자들은 판매자에 비해 정보가 부족하다 보니 결과적으로 손해를 보는 역선택을 할 가능성이 커진다.
보험시장을 포함한 금융 분야는 전통적인 레몬마켓으로 꼽혀왔다. 소비자들은 보다 투명하고 많은 정보를 원하지만 상품을 판매하는 쪽은 여러 상황상 제한적인 정보만을 제공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한때 '보험사가 고객에게 알려주지 않는 것', '은행이 고객에게 말해주지 않는 것' 등의 책이 인기를 얻었던 이유다.
보험은 태어나기 전부터 가입하는 유일한 금융상품이자 일상생활과 매우 밀접하지만 가장 복잡하고 어려운 상품이기도 하다. 몇 십년간 고액의 보험료를 내면서도 본인이 어떤 상품에 가입했는지, 어떨 때 어떤 보장을 받는지조차 모르는 가입자가 많다.
관련기사
대표적인 예가 건강인 할인특약이다. 일반 고객에 비해 건강한 고객 또는 위험률이 낮은 고객에게는 일정 부분 보험료를 할인해주는 제도다. 건강상태에 따른 보험료 차등화는 미국 등 보험 선진국에서는 일반화됐지만 국내에서는 아직까지 혜택을 받는 고객이 드물다. 지난 7월 금융감독원이 조사한 건강인 할인특약 가입률에 따르면 건강인 할인혜택이 있는 보험사 중 인터넷보험사 라이프플래닛만 이례적으로 80% 이상을 기록했을 뿐 대부분 4%대에 불과했다.
이처럼 건강인 할인특약 가입률이 낮은 이유 중 하나는 보험사들이 이런 제도에 대해 적극적으로 홍보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사실 보험사 입장에서는 보험료가 낮아지면 수익이 낮아지므로 불리하다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보험료를 할인해주는 대신 건강한 가입자를 얻는다면 장기적으로 손해율을 낮출 수 있는 장점이 있다. 건강한 고객은 할인된 보험료를 내며 혹시 모를 인생의 위험을 관리할 수 있고, 보험사는 건강한 고객을 확보해 회사의 위험률을 관리할 수 있으므로 소비자와 보험사 양쪽 모두 윈윈(Win-Win) 효과를 보는 셈이다.
현재의 금융시장은 과거와 달리 공급자 중심이 아닌 소비자 중심으로 패러다임이 변하고 있다. 상품 개발부터 서비스 전반에 걸쳐 철저히 고객 중심에서 생각하고 고객에게 어떤 혜택을 돌려줄 수 있을지를 먼저 고민한다면 고객과 기업이 함께 윈윈하는 해법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을 것이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