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성수 신임 수출입은행장이 취임한 지 닷새가 지났다. 노조의 출근 저지로 임명 후 사흘 동안 취임식을 열지 못했던 은 행장은 지난 15일 여의도 본사에서 포부를 밝혔다.
그러나 은 행장이 강조한 정책금융기관 주도의 구조조정이 정부가 지향하는 바와 크게 달라 오해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이에 대해 수은 측은 모든 구조조정에 해당하는 것이 아니라고 해명했다.
19일 수출입은행에 따르면 은 행장은 최근 취임식에서 "조선 등 주요 산업의 구조조정을 정책금융기관 주도로 추진할 계획이다"고 밝혔다. 시장친화적 구조조정 시스템도 원활히 추진하겠지만, 정부의 핵심 과제인 일자리 창출 등을 위해서 수은(정책금융기관)의 역할을 확대해야 한다는 의미다.
이는 정부가 강조하는 시장친화적 구조조정 전략과 정면으로 배치된다. 정부와 정책금융기관(채권단)에서 사모펀드(PEF) 등 민간 중심으로 구조조정의 주체가 바껴야 한다는 게 시장친화적 구조조정의 핵심이기 때문이다. 금융위원회가 2016년과 올해 업무보고에서부터 꾸준히 개선 의지를 드러내 온 대목이기도 하다.
특히 대우조선해양 사태를 겪으면서 기존 구조조정 방식의 부실이 확연히 나타났다. 채권단의 책임이 무거워진 것이다. 책임의 중심에는 국내 조선.해운업의 금융 지원을 주로 맡아온 산업은행과 수은 등이 있었다.
정부는 대안으로 유암코를 내세웠다. 최근에는 8조원 규모의 신구조조정펀드도 나온 상태다. 해당 펀드는 민간이 운용을 주도하게 된다.
이런 가운데 은 행장의 취임사는 정부의 기조와 상충된다. 성동조선 구조조정이란 숙제를 안고 있는 데다 영구채 매입 방식으로 대우조선 채무조정에 참여한 수은이기에 더욱 이목이 집중될 수밖에 없다.
수은 관계자는 "오해의 소지가 있을 수 있다"며 "다만 (은 행장은) 대우조선과 같은 큰 건에 대해 말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사실상 수은이 성동조선 외에는 주주로서 참여한 바 없다는 점도 강조했다. 한 발 물러선 모양새다.
하지만 정부가 변화를 시도하는 시장친화적 구조조정은 대상 기업의 규모에 제한을 두지 않고 있다. 또 정부와 채권단 중심의 구조조정은 정책금융기관의 부담을 가중시켜 되레 정책금융 본연의 역할 수행을 어렵게 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기존 구조조정 방식에 한계가 있고, 정책금융기관보다 민간이 중심이 돼야 한다는 데 동감한다"며 "다만 사모펀드와 투자은행(IB) 등의 자본시장이 크지 않은 국내 현실에서 시장친화적 구조조정이 어떻게 빛을 발할지 조금 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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