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실 경영 논란으로 위기를 맞은 도시바가 오랜 진통 끝에 SK하이닉스 등이 포함된 한미일 연합에 반도체 사업 부문인 '도시바 메모리'를 매각하기로 최종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NHK, 니혼게이자이신문 등 현지 언론의 20일 보도에 따르면 도시바 측은 이날 오전 이사회를 열고 미국 투자사인 미국 베인캐피털이 주도하는 '한미일 연합'에 메모리 사업을 매각하기로 결정, 조기 계약 체결을 추진하기로 했다. 한미일 연합은 베인캐피털 외에도 SK하이닉스와 미국 애플, 델을 비롯 산업혁신기구인 일본정책투자은행 등으로 구성돼 있다.
인수 총액은 약 2조엔 규모로, 베인캐피털과 도시바를 비롯한 기업들이 출자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이번 인수가 반도체 시장에서의 공정한 경쟁을 왜곡했는지 여부를 판단하는 각국 경쟁법 심사에서 통과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SK하이닉스는 자금 기부 형태로 참여할 것이라고 NHK는 보도했다.
도시바는 경영 재건을 목표로 지난 3월부터 반도체 사업 매각을 추진해왔다. 그러나 매각 방향과 방식 등을 두고 논의가 길어지면서 논의는 교착 상태에 빠졌다. 지난 13일 매각 양해각서를 체결한 한미일 연합 외에도 도시바 협력업체인 미국 웨스턴디지털(WD)이 참여하는 진영 등 두 가지 안을 두고 막판까지 검토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WD 연합 측이 제시한 새로운 제안의 구성이 다소 매력적이지 못한 데다 매각 결정까지 시간이 별로 없다는 판단에 따라 앞서 제안을 마친 한미일 연합 쪽을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
반도체 사업 매각이 최종 결정되면서 도시바는 경영 재건 작업을 본격화할 전망이다. 도시바는 내년 3월까지 채무 문제를 해소하고 주식 상장을 유지하겠다는 방침이다. 다만 WD 연합 측이 법원에 매각 저지를 위한 협상 금지 요구 소송을 제기한 상태여서 최종 매각까지는 시간이 걸릴 수도 있다고 현지 언론은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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