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나문희X이제훈 '아이 캔 스피크', 스포일러를 두려워 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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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송희 기자
입력 2017-09-21 14: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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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아이 캔 스피크'에서 옥분 역을 맡은 나문희(왼쪽)와 민재 역의 이제훈[사진=영화 '아이 캔 스피크' 스틸컷]

동네 사람들은 옥분(나문희 분)을 도깨비 할매라 부른다. 온 동네를 휘저으며 무려 8천여 건에 달하는 민원을 넣는 그는 시장 상인들에게도 공무원들에게도 무서운 존재. 20여 년간 누구도 막을 수 없었던 옥분 앞에 원칙주의 9급 공무원 민재(이제훈 분)가 나타난다.

원리원칙을 준수하는 민재는 옥분의 민원 요청을 받아주지 않고 두 사람은 팽팽한 신경전을 벌인다. 그러던 중, 옥분은 원어민 수준의 영어를 구사하는 민재를 보고 갑작스레 “선생님이 되어달라”며 부탁한다.

꼭 하고 싶은 말과 듣고 싶은 말이 있었던 옥분의 요청은 강력했고 결국 민재는 영어 수업을 시작하게 된다. 천천히 옥분을 이해하고 마음을 열며 가족이 되어가던 민재는 옥분이 영어로 꼭 하고 싶었던 말의 정체를 알게 된다.

영화 ‘아이 캔 스피크’는 ‘YMCA 야구단’, ‘스카우트’, ‘시라노; 연애조작단’, ‘쎄시봉’으로 대중들의 사랑을 받는 김현석 감독의 신작이다. 코미디의 외피를 입은 ‘아이 캔 스피크’는 이야기를 진척할수록 그 안에 담은 뚜렷한 메시지로 관객들의 마음을 움직인다.

앞서 여러 매체에서 언급된 것처럼 영화 ‘아이 캔 스피크’는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의 이야기를 다룬 작품이다. 여타 작품들이 다큐멘터리적인 표현 기법으로 재현에 힘써왔다면 ‘아이 캔 스피크’는 코미디라는 장르를 빌려 피해자들의 삶, 아픔을 극복하는 과정을 담아냈다.

위안부 소재와 코미디라는 자칫 위험할 수 있는 조합에도 김현석 감독은 자신의 장기를 십분 발휘, 따듯하고 뭉클한 이야기로 조율을 마쳤다. 과거가 아닌 현재와 미래에 초점을 맞춰 희망을 보여주면서 동시에 자연스럽게 관객들이 아픈 역사에 스며들 수 있도록 만든다. 요컨대 위안부 피해자라는 아프고 무거운 소재를 대중들에게 쉽고 친근하게 다가가게 하면서 동시에 뚜렷한 메시지로 긴 여진을 느낄 수 있게 한다는 것이 영화의 특별한 매력이다.

앞서 여러 매체에서 영화의 소재가 이미 밝혀진 바 있다. ‘스포일러’에 대한 우려로 영화 관람을 망설이는 관객이라면 그런 걱정은 잠시 접어두어도 좋다. 자연스럽게 영화의 흐름과 감정을 따르다 보면 소재 및 스포일러에 대한 걱정은 잊게 되니 말이다. 반전을 강조하지 않아도 옥분의 이야기는 충분히 놀랍게 다가온다.

배우들의 열연 또한 짚어가야 할 부분이다. 옥분 역의 나문희는 그 자체만으로도 드라마가 되며 민재 역의 이제훈은 감정을 끌어내는 기폭제 역할을 톡톡히 한다. 21일 개봉이며 러닝타임은 119분, 관람 등급은 12세 이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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