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리원칙을 준수하는 민재는 옥분의 민원 요청을 받아주지 않고 두 사람은 팽팽한 신경전을 벌인다. 그러던 중, 옥분은 원어민 수준의 영어를 구사하는 민재를 보고 갑작스레 “선생님이 되어달라”며 부탁한다.
꼭 하고 싶은 말과 듣고 싶은 말이 있었던 옥분의 요청은 강력했고 결국 민재는 영어 수업을 시작하게 된다. 천천히 옥분을 이해하고 마음을 열며 가족이 되어가던 민재는 옥분이 영어로 꼭 하고 싶었던 말의 정체를 알게 된다.
영화 ‘아이 캔 스피크’는 ‘YMCA 야구단’, ‘스카우트’, ‘시라노; 연애조작단’, ‘쎄시봉’으로 대중들의 사랑을 받는 김현석 감독의 신작이다. 코미디의 외피를 입은 ‘아이 캔 스피크’는 이야기를 진척할수록 그 안에 담은 뚜렷한 메시지로 관객들의 마음을 움직인다.
위안부 소재와 코미디라는 자칫 위험할 수 있는 조합에도 김현석 감독은 자신의 장기를 십분 발휘, 따듯하고 뭉클한 이야기로 조율을 마쳤다. 과거가 아닌 현재와 미래에 초점을 맞춰 희망을 보여주면서 동시에 자연스럽게 관객들이 아픈 역사에 스며들 수 있도록 만든다. 요컨대 위안부 피해자라는 아프고 무거운 소재를 대중들에게 쉽고 친근하게 다가가게 하면서 동시에 뚜렷한 메시지로 긴 여진을 느낄 수 있게 한다는 것이 영화의 특별한 매력이다.
앞서 여러 매체에서 영화의 소재가 이미 밝혀진 바 있다. ‘스포일러’에 대한 우려로 영화 관람을 망설이는 관객이라면 그런 걱정은 잠시 접어두어도 좋다. 자연스럽게 영화의 흐름과 감정을 따르다 보면 소재 및 스포일러에 대한 걱정은 잊게 되니 말이다. 반전을 강조하지 않아도 옥분의 이야기는 충분히 놀랍게 다가온다.
배우들의 열연 또한 짚어가야 할 부분이다. 옥분 역의 나문희는 그 자체만으로도 드라마가 되며 민재 역의 이제훈은 감정을 끌어내는 기폭제 역할을 톡톡히 한다. 21일 개봉이며 러닝타임은 119분, 관람 등급은 12세 이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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